좌충우돌 가족의 이탈리아 여행기 #1
집에 가면 한 번씩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유럽 한 번만 갔다 오면 그래도 웬만한 데는 갔다 왔다고 생각해.'
이렇게 흘려 말하는 엄마의 한 마디가 K장녀인 나에겐 흘려듣는 말이 아닌 머리 한편에 남아있는 말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1년 전 나의 발목이 골절되는 일이 생겼다.
발목 골절이다 보니 3개월가량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생활을 했고 2달 가까이를 걷더라도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걷게 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드는 시기였다.
'다쳐서 이렇게 걷지 못하면 여행도 못하겠지? 부모님이 나이 들면 먼 나라를 가는 것도, 그 나라에 가서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더 힘들겠지?'
등등의 생각은부모님과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우선 K장녀이면서 유부녀의 생활도 함께하는 나에겐 남편의 허락 아닌 허락이 필요했다.
참고로 우리 남편은 언제나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의견 나눔은 필요하니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나 부모님이랑 유럽 갔다 오려고~!"
"응~그래! 다녀와~"
그렇다.. 이건 허락을 받고자 이야기한 게 아니기에 남편의 OK사인은 쉽사리 떨어졌다.
이제 다음은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하는 거다.
환갑의 나이를 넘어서고 있는 부모님의 메인 직업은 농부다. 거기에 아빠는 학생과 강사의 포지션까지 오가는 나름의 N잡러다. 이런 부모님의 직업상 농사로 바쁜 시기와 아빠의 배움의 스케줄, 강사의 스케줄을 고려해 여행을 가자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엄빠! 제일 한가한 달이 언제야? 우리 그 달에 유럽여행 갈래?"
그러자 두 분의 반응은 '갑자기?' 이런 느낌이면서 역시나 예상한 반응이 나왔다.
엄마는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내비쳤고 아빠는 난 꼭 안 가도 괜찮은데라는 느낌을 내비쳤다.
그래서 내가 유럽 여행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기도 했고 다쳐보니까 덜 아플 때 가야겠더라고. 아빠 엄마도 좀 더 건강할 때 한번쯤 가족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오고 싶어"
이렇게 버킷리스트와 아픈 다리를 핑계로 엄빠를 꼬셨다.
마지막 우리 가족 구성원인 동생! 마침 동생은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터라 너무나 쉬웠다.
"야, 엄빠랑 유럽으로 가족여행 가자"
"ㅇㅋ"
이렇게 우리 가족의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