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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견 Mar 06. 2024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표현하는 70대 부부

도미니카 여사의 사랑이야기 2



 3월 5일은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의 45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올해 결혼기념일은 아주 특별했다. 해마다 두 분이 함께 케이크에 초를 켜고 축하를 했었는데...... 도미니카 여사는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작년부터 시니어아카데미에서 자기 계발에 집중하며 즐거워했었고 올해도 이어서 계속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카데미에서 봄소풍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3월 5일~7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3월 5일 결혼기념일에 혼자 집에 남아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미안함이 앞서지만 그래도 꼭 다녀오고 싶은 단체여행에 빠질 수 없기에 여행을 떠났다. 두 분이 함께 제주도 여행은 많이 다녀오셨으니 괜찮을 거라며 다녀오시라고 용돈도 챙겨드렸다.


제주에 잘 도착했다고 만발한 유채꽃을 배경으로 행복한 미소의 주인공이 된 도미니카 여사의 사진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아빠는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 혼자서 서운해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카톡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아침식사는 했는지 안부를 묻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담긴 메시지였다. 바로 아빠에게 전화를 드렸다. 정말 멋있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모습이라고 아빠에게 감동을 표현했다. 멋쩍어하시던 아빠는 엄마한테 개인톡으로 보낸다는 것이 딸들과 같이 있는 단톡방에 보냈다며 쑥스러워하셨다. 


두 분이 서로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려고 요즘 부쩍 노력하고 계신다. 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신다.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70세가 되면서 두 분은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말'이었다. 용띠 동갑인 두 분은 의견충돌이 날 때는 거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두 분이 서로를 챙기려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매일 전화로 통화하면서 스피치강사인 큰딸의 코칭을 받은 나의 엄마인 도미니카 여사부터 말투와 억양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말'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바뀌기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도미니카 여사는 어색함도 감수하며 남편과 자녀들에게 다정하게 말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했다. 가끔 받아주지 않고 무반응인 남편의 모습에 실망도 하고 슬퍼도 했었다. 하지만 닭살 돋는 듯한 부끄러움, 무반응, 외면하는 것을 모두 감당하면서 말을 다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미니카 여사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 사랑의 노력은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이었던 도미니카 여사의 남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결혼 전 연애할 때 불러주고 한참을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로 불리며 은행에 가서 서류 작성할 때나 썼던 이름을 지금은 서로 불러주고 있다. 사랑 듬뿍 담긴 마음과 다정한 목소리로 표현되고 있다. 두 분이 다정하한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에 나도 행복해진다. 오늘은 나도 애칭대신에 남편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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