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뽀 기행 #1: 링크드인 면접
저는 미국에서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공부하고 지금은 Product Design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뽀 기행"은 제가 4학년이었을 때 Product Designer, UX/UI Designer로 취업준비한 과정을 기록한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 LinkedIn 에서의 면접 경험에 대해 나눠볼게요!
10월 중순, 링크드인 디자인팀이 학교를 방문했다. 설명회가 열리는 강의실에 도착하니 각종 링크드인 굿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병과 빼빼로를 집고 맨 앞에 친구와 자리를 잡았다. 회사들이 학교에 올 때마다 각종 굿즈를 뿌리는데 빼빼로는 처음 봤다. 나름 바삭하니 맛있었음.
시니어 디자이너, 우리 학교를 졸업한 주니어 디자이너, UX Researcher, 그리고 두 명의 리크루터가 참석했다. 각 디자이너, 리서쳐가 링크드인에서 일하는 경험에 대해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들으면서 내부적으로 디자이너의 영향력이 크다는 게 느껴졌고, 실제로 질문을 답할 때도 다들 사내 Design Culture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해 보였다.
인포세션이 끝난 후에는 디자이너들과 리크루터들이 남아서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레쥬메를 들고 시니어 디자이너 쪽의 줄에 섰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어떤 질문을 할지 고민했다. 시니어 디자이너의 발표를 들어보니 링크드인에서 꽤 초기부터 함께 했던 사람이었다. 회사 전체가 몇백 명이었을 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로 인수된 지금까지 가까이서 성장을 지켜본 만큼 마이크소프트 인수가 링크드인의 디자이너들에게 끼친/끼치게 될 영향이 어떨지 물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라별로 채용 절차나 문화가 매우 다를 텐데 링크드인이 미국 외 사용자들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글로벌 사용성에 관련된 질문은 내가 네이버에서 일했던 경험을 나누려고 자주 물어본다.
발표에 대한 감사를 먼저 전하고 내가 추가로 궁금했던 질문들로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가 좀 진행됐을 때 내 레쥬메를 주면서 경력을 간단히 소개하고 링크드인에 왜 관심이 있는지를 어필했다. 나름 편안하게 잘 대화했던 것 같다. 그 날 참석했던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겸손하고 말 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인포세션 다음날 일어났더니 갑자기 링크드인으로 리크루터에게 2-3시간 후에 면접을 볼 수 있냐고 메시지가 왔다(!!) 이렇게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는 거였다니! 링크드인 메시지를 못 봤으면/좀 더 늦게 일어났으면 면접도 날아갈뻔했다.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로 헐레벌떡 학교에 달려갔다. 리크루터가 면접실로 안내해주었고 면접은 20분간 진행되었다. 면접실에 들어가니 어제 본 주니어 디자이너와 리서쳐가 앉아있었고 포트폴리오에 있는 작업 중 하나를 보여달라고 했다. 네이버에서 인턴 했을 때 한 작업을 보여줬는데 20분은 너무 긴박한 시간이라 거의 랩 하듯이 포폴 리뷰를 했다. 다행히 몇 분 정도 내가 질문할 시간은 남겼다 (휴) 주니어의 입장도 궁금해서 주니어 디자이너로서 성장의 기회가 넓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은 기업문화도 매우 다를 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너무 허겁지겁 말을 한건 아닌지 걱정됐지만 밝은 분위기로 잘 끝낸 것 같다. 이젠 긴장의 시간...!
온 캠퍼스 면접이 있고 일주일 정도 후에 링크드인으로 메시지가 왔다. 다음 절차로 넘어가서 일주일간 디자인 챌린지를 해야 한다 (오예!) 처음엔 후딱 끝내고 싶어서 일찍 달라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다음 주 일정이 더 과제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며칠 후 날짜를 조정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흔쾌히 변경해주었다.
디자인 챌린지를 기다리는 동안 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찾아봤다. 구글에 LinkedIn Design Challenge로 검색하니 미디엄이나 개인 포폴 사이트에 올라온걸 꽤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다음 3가지 주제 중 하나를 받았다:
대학생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과 네트워킹하는 경험 디자인
리크루터나 HR Manager가 채용공고 올리는 경험 리디자인
오랜만에 링크드인에 접속한 사용자를 위한 welcoming experience 디자인
디자인 챌린지는 리크루터가 이메일로 보내주었는데, 난 리크루터와 HR Manager의 채용공고 올리는 경험 리디자인 과제를 받았다! 우선 채용하는 입장의 얘기를 들어봐야 하니 전에 한 번이라도 연락을 주고받은 모든 리크루터에게 이메일을 돌렸다. 학교 취업지원센터에도 연락을 해서 학교를 통해 연락처를 받을 수 있는 리크루터가 있는지 문의했다. 고맙게도 몇 명이 회신해주었고 총 3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디자인 챌랜지와 더 자세한 프로세스는 내 포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제출 형식은 자유로웠는데 난 키노트로 프로세스를 정리했다. 그리고 keynote, pdf, pptx 포맷 세 개를 묶어서 리크루터에게 이메일로 회신했고 뻗어버렸다. (불태웠어 새하얗게...)
막상 내고 보니 아쉬운 것도 많고 고치고 싶은 것 투성이다. 하지만 잡서치 must go on. 방학 동안 디자인 챌린지를 포폴 웹사이트에 정리하고 여기저기 계속 원서를 뿌렸다. 약 일주일 후, 리크루터에게 온사이트 인터뷰로 초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온사이트가 된 기쁨도 잠시, 리크루터가 면접 일정을 얘기해주는데 벌써 숨이 막힌다. 한 시간 동안 디자인챌랜지 발표, 디자이너와 점심, 그 후 45분씩 4명의 디자이너와 1:1 면접... 내가 한 시간 동안 혼자 떠들어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더라ㅠㅠ
방학 동안 한국에 나와있었어서 개강 다음 주로 면접 일정을 잡았다. San Francisco와 본사인 Sunnyvale 두 군데에서 디자인 면접이 진행되는데 나는 San Francisco로 배정받았다.
원래 제출했던 키노트를 발표용으로 좀 더 매만지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고쳤다. 면접 며칠 전에 면접자들의 이름과 링크드인 페이지를 리크루터가 보내주었다. 한 명 한 명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미리 준비하고, 적당히 단정하고 캐주얼한 모노톤 옷들로 면접룩을 챙겨갔다.
근처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피스로 출발! 링크드인 SF 오피스는 전에 일했던 Capital One SF 오피스와 거의 두 블록 차이라 가는 길이 매우 익숙했다.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조금 기다리니 리크루터 한 명이 내려와서 안내해줬다. 우선 내 발표가 진행될 방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방이 크지 않아서 정말 안심했다. 내 컴퓨터를 연결하고 스크린을 셋업 한 후 리크루터와 이런저런 small chat을 나눴다.
5명의 디자이너가 다 방에 들어왔을 때 리크루터가 날 간단히 소개해주었고 본격적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 명은 Sunnyvale 오피스에 있어서 영상통화로 함께 했다). 처음엔 디자인 챌랜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개인 포폴 작업들도 발표했다. 중간중간 질문을 받았는데 매우 예리하고 어려운 질문들이 많았다. 덜 방어적이고 사려 깊게 답할 수 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온사이트에서 제일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턴 때도 그렇고 면접을 계속 보면서 깨달은 점은 포트폴리오 리뷰의 목적이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포트폴리오는 결국 나를 알아가기 위한 수단이다.
내 작업에 부족한 점이 있는 건 당연하고 지적받았을 때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발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함께 발표를 들은 디자이너중 한 명이 사내식당으로 안내해주었는데 맛있게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 후에는 한 방에 들어가서 4명과 번갈아가며 behavioral 면접을 봤다. 내 디자인 챌랜지나 보여줬던 다른 작업에 대한 질문들도 더 받고, 나의 추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굉장히 친절했고 주니어에게 필요한 조언들도 많이 해주었다. 학생으로서 이렇게 현업에 있는 다양한 디자이너, 매니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면접이나 특별한 행사 외에는 많지 않다. 때문에 면접을 볼 때마다 나누는 대화들이 매번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링크드인은 면접을 보면서 더 호감이 커진 회사였다. 회사 내에서 디자이너가 가질 수 있는 영향력도 크고, 무엇보다 디자인 챌린지를 하면서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 분야인지 알게 됐다. New Grad 디자이너로서 포트폴리오 쌓기도 좋고 성장할 기회도 많아 보여서 면접 후에 더 욕심이 나더라.
면접이 끝나갈 때쯤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기억도 안 날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끝나자마자 샌프란에 사는 언니를 만나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어~"라고 푸념하며 중국 음식으로 허기를 채웠다. 주저리도 잠시, 바로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도착해 바로 수업에 가야 한다. 본분은 아직 학생인지라..! 힘내자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