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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뽀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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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ebibu Nov 24. 2019

미국에서 신입 디자이너로 취업하기

취뽀 기행 #3: 포트폴리오부터 면접까지

저는 미국에서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공부하고 지금은 Product Design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뽀 기행"은 4학년이었을 때 Product Designer, UX/UI Designer로 취업준비를 했던 과정을 기록한 시리즈입니다.


나는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복수 전공하고 3학년 여름 미국의 핀테크 회사에서, 같은 해 가을 한국의 테크 회사에서 UX/UI 디자인 인턴을 했다. 매우 다른 환경에서 한 인턴십이었지만 둘 다 해보면 해볼수록 너무 재밌었다. 졸업 후에도 디자인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4학년이 되었다.


인턴십을 한 두 곳에서 모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사회 초년생으로서, 인턴이 아닌 정직원 디자이너로서 발돋움을 시작할 첫 회사여야 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번 글은 4학년이 되고 첫 회사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본 글이다.






어디에 지원할까?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규모를 막론하고 다 지원했다. 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면접을 통해 얼마나 그 회사의 성향에 맞을지, 규모 대비 디자이너는 얼마나 많고 어떤 디자인팀을 지향하는지 등을 알아가고 싶었다. 가고 싶은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가고 싶은 회사라고 느껴지면 몽땅 지원했다. (또 면접은 보면 볼수록 늘기 때문에 최대한 면접을 많이 따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이었다)


규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지역인데 동부는 거의 지원하지 않고 대부분 서부에 있는 회사만 지원했다. 동부는 이미 오래 살아봤고 새로운 곳에 살아보고 싶다는 점, 서부가 한국과 더 가까운 점 등을 고려했다. 많은 테크 기업들이 수도권에 편중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도시/지역마다 생활비, 세금, 주요 산업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지역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어떻게 준비할까?


포트폴리오와 레쥬메. 디자이너 취준생에게 이 둘은 필수다.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걸 꼽자면 단연 포트폴리오다.


플랫폼

미국은 많은 경우 Squarespace라는 홈페이지 제작 툴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저렴하게 그럴싸한 템플릿으로 작업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특히 학생) 포트폴리오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디테일 하나하나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려서 HTML/CSS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Google analytics로 트래픽을 분석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시간이 몇 배나 오래 걸린다는 점)



구성

인턴십 경험이 있다면 회사는 그 프로젝트를 가장 보고 싶어 한다. 실무와 가장 가깝고, 실무에서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의 포트폴리오와 경력자의 포트폴리오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에게 경력 10년 차의 전문성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서 학생의 포트폴리오는 수업에서 한 프로젝트, 친구들과 한 사이드 프로젝트, 개인 프로젝트 등등으로 채워진다. 나는 모바일앱, 음성 비서, 웹, IoT 등 형태와 범위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준비했고 면접을 볼 때 회사나 팀마다 관련된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건 나야 나

웹 포트폴리오와 면접용 포트폴리오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면접에서의 포트폴리오는 설명하기 가장 효과적인 구성으로 준비하면 된다. 웹 포트폴리오는 내가 어떤 지원자인지 궁금하도록 구미를 당겨야 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웹 포트폴리오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말 짧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며, 오 이 친구 좀 똘똘해 보인다는 인상을 남겨 면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웹 포폴의 목표다.


레이아웃을 수십 번 바꾼 후 현재. 내 마음에 쏙 드는 포폴은 대체 언제 만들어지는가


포트폴리오를 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각인시키고 싶은가? 프로토타이핑과 기계를 좋아하는 좋아하는 geek? 비즈니스 센스가 있는 전략가? 모션 감각이 뛰어난 인터랙션 전문가? 이에 따라 각 프로젝트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전반적인 룩 앤 필은 어떨지 주도해야 한다. 결국 포트폴리오는 작업을 넘어 나를 소개하는 수단이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건 개발에 대한 지식이나 시각 디자인 감각이 아니다. 대신 리서치부터 프로토타이핑까지 전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면서도, 디자인 싱킹에서 가진 강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프로젝트마다 리서치에서 발견한 점을 어떻게 디자인 아이디어로 승화시켰는지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기서 UX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학교에서 배운 리서치 – 아이디어 도출 – 구현의 형식을 포트폴리오에서 표면적으로만 흝는데 있다. 읽을 수도 없는 작은 포스트잇 사진들과 수천 개의 포트폴리오들이 똑같이 형식적으로 따라 하는 구성에 지친 리크루터, 면접관이 수두룩하다. 그들이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사용자 리서치했네 ,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테스팅을 했군  같이 방법론의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본인이 이런 방법론을 활용해 어떻게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했는 지다.


"케이스 스터디는 절대 사전에 정의된 템플렛을 따르는데에서 그쳐선 안 된다. 대신 케이스 스터디는 디자이너로서 가진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내가 가진 열정 (내 작업에 쏟은 시간과 관심), 사고력 (내가 배우고 파악한 것들로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 냈는지), 새로운 걸 배우고 성장해 나갈 때 가진 통찰력 말이다." – Fabricio Teixeira, Caio Braga의 The case study factory 중



완성된 포트폴리오는 없다

취업 공고가 올라오면 제때 제때 빨리 지원은 해야 하는데 아직 포트폴리오엔 고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그러다 보면 지원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이런 상황에 대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내린 결론은 어차피 완성된 포트폴리오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원도 빨리빨리 하면서 포트폴리오도 계속 고쳐야 한다. 포트폴리오와 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면 완벽에 대한 집착이 덜해진다.





어떻게 지원할까?


채용 절차를 밟은 회사들의 규모 (전체 직원 수)

규모

채용 절차를 밟은 회사는 총 13곳이었다. 그중 39%는 직원이 만 명 이상, 31%는 천명 이상인 규모가 큰 기업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것저것 다 할 수 있고 경력이 많은 올인원 디자이너를 원하는 반면 대기업은 신입을 양성할 조건과 여유가 더 많다. 또 대기업은 졸업 시기에 맞춰 채용을 진행하지만 작은 회사들은 필요에 따라 공고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채용 타이밍이 엇갈리기 쉽다.



지원경로

13곳 중 지원 경로는 서류 지원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커리어 페어/설명회가 4곳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커리어 페어는 회사가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의 레쥬메를 직접 리뷰하고 채용으로 이어가는 경우이다.


지원 경로별 지원 대비 채용 절차로 이어진 비율

서류는 150개 이상 (정확히 집계할 수 없으나 여하튼 많았음) 넣었는데도 채용 절차로 이어 진건 6번뿐이었으니 커리어 페어가 채용 절차로 이어지는 데는 훨씬 유리했다. 또 커리어 페어는 면대면으로 채용 담당자와 만나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지만 서류는 원격으로 모든 걸 담아야 하니 훨씬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리크루터들에게 물어봤을 때 서류는 지원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미리 HR 소프트웨어로 걸러내고 그 후 리크루터가 레쥬메를 각각 리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초라고 한다. 이는 서류 지원량이 어마어마한 대기업에서 더 두드러진다. 나의 경우 채용 절차로 이어진 대기업 5개 중 4개는 모두 서류 지원이 아니라 커리어 페어를 통해서였다.


그 외에도 Designer's Guild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매달 올라오는 Who's Hiring?이라는 포스트를 통해 지원한 적도 있다. 회사 웹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올라오지 않은 공고가 올라오기도 하고 직접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연락했다가 "졸업이 우리가 원하는 시기보다 좀 늦은데 혹시 졸업이 더 가까워졌을 때도 관심이 있으면 다시 연락해줄 수 있어?"라고 회신한 회사가 있었다. 실제로 졸업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다시 연락을 했고, 2차 면접까지 갔었다.


채용 절차로 이어지는 데는 리퍼럴이 67%로 가장 높지만, 통과한 채용 절차가 서류나 커리어 페어에 비해 딱히 많진 않았다. 링크드인을 통해서 리퍼럴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시도해본 적은 없다.





면접 준비


보통 1차 면접은 리크루터나 담당자와 간단하게 통화로 이루어진다. 그 후 2차, 3차 면접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뷰나 디자인 챌린지 등 회사마다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주로 1차 면접 때 이런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준다.


Design Interview Questions & Prep이라는 글을 참고하면 자주 나오는 디자인 면접 질문 50개가 정리되어있다. 50개를 다 복사해서 메모장에 하나하나 답변을 적고 숙달하려고 했다.


관음증 툴 Google analytics

보통 면접이 잡히면 면접관이 레쥬메를 보고 포트폴리오에 미리 들어가 본다. 그래서 면접 전에 Google Analytics로 네트워크나 지역 이름으로 어떤 사용자가 면접관인지 유추한 다음 스토킹(?)을 했다. 들어가 본 페이지는 어디 어디 인지, 어느 프로젝트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냈는지 등을 파악했다. 또 면접관이 누군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링크드인으로 현재 어떤 팀에 있는지, 어떤 경로로 디자이너가 됐는지 미리 조사했다.


면접을 준비할  특히 신경 썼던 부분은 면접관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면접관들에게 면접은 일상적으로 업무를 하다 갑자기 하게 된 낯선 사람과의 대화다. 학생의 작업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지만 자칫하면 업무 이해도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때문에 최대한 파릇파릇한 시각과 전문성의 접점이 있는 작업을 준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경력이 없는 사람의 업무 이해도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준비해 내가 실무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걸 드러내려고 했다. 최종 의사 결정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는지, 주니어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지 등. (이런 질문들을 준비하는 데는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쓰신 수많은 글과 나눠주신 자료, 다양한 경로의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관심사가 뭔지 얘기하고 면접관의 생각은 어떤지 되묻기도 했다. 예를 들어 여성 면접관을 만나면 테크 산업에서 여성이 더 일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면 거의 백이면 백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것, 문제적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 열정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라고 느껴지는지가 미국 사회에서는 특히 중요했다.


면접을 마치면 꼭 감사 이메일을 보낸다. 이번에 인연이 아니게 되더라도 언제 어디서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 면접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시정하거나 보충하고 싶은 말들,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와 그 대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고 이 면접을 통해 왜 이 회사에 더 관심이 가는지를 써서 팔로우 업을 했다. (대기업은 직원들이 이런 콜드 이메일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에 팔로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도 들었다.)




그 후


최종 오퍼를 받은 회사는 두 곳이다. 오퍼를 사인한 후 아직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회사 두 곳은 중도에 합격 사실을 알리고 거절했다.














여기서 다루지 않은 것


미국에서 신입 UX/UI 디자이너로 취업을 하기 위해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은 인턴십을  회사에서 리턴 오퍼를 받는 것이다. Hard skill (정의되고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능력) 못지않게 Soft skill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같은 정성적 능력)이 중요한 UX/UI 디자이너의 경우 서류와 면접 몇 번으로 업무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회사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를 인턴으로 들인 후 채용하는 걸 훨씬 선호한다.


(물론 어느 직군이든 마찬가지지만 개발자와 특히 구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은 coding challenge 등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가 많은 반면 UX, 프로덕트 디자인에 요구되는 soft skill을 경력이 없는 지원자가 단기간에 검증받기는 지원자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턴과 신입으로 지원할 때의 느낌과 무게는 매우 다르다. 나는 학기 중간중간 인턴십을 한 후 그 경력을 토대로 다른 회사에 신입 디자이너로 취업한 경우지만 졸업 후 인턴십을 하고 정직원 전환이 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걸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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