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에세이
묵상을 한 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중학생 때 처음 시작한 묵상은 제 삶과 신앙을 모두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회 선생님이 큐티지를 건네며 한 번 해보라고 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말씀이 너무 어렵고 이해도 되지 않아 마음에 드는 문구에 줄을 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말씀이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고, 띄엄띄엄하던 묵상은 어느새 삶의 루틴이 되어 지금까지도 그 습관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모가 되니 묵상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사모는 교회 안에 머물기에 신앙 안에서 안전한 위치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청년 때보다 더 큰 영적 시험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남편의 신앙 뒤에 숨어 내 영혼이 피폐 해지는지조차 모를 때도 많았습니다.
저는 성경낭독반을 통해 다시 묵상을 붙잡게 되었고, 내 영혼이 다시 살아날 뿐만 아니라 사역에도 힘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가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 꼭 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모가 묵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모는 언제나 교회, 예배, 설교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자신의 신앙인 것처럼 착각될 때가 있습니다. 저 또한 매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심지어 새벽예배까지 참석하니 내 신앙은 저절로 유지되고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설교 시간에 잡생각을 할 때도 많고, 남편의 설교를 분석하느라 마음이 더 냉철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자녀가 있는 사모님들은 독박육아를 할 때가 많다 보니 예배에 집중하기가 더 힘듭니다. 남편의 사역을 내조하느라 온갖 집안일과 육아까지 전담으로 하면 어느새 마음은 공허해지고, 하나님을 뜨겁게 예배했던 젊은 날이 그리워집니다.
저는 신앙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전에 다시 개인의 신앙을 점검해야 했습니다. 청년 때보다 사모가 된 이후 오히려 더 못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하나님께서 얼마나 안타깝게 생각하셨을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늦기 전에 묵상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하나님과 일대일로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고 나니 예배 시간에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은혜가 제 삶에 찾아왔고, 제 신앙은 다시 활력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신앙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신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묵상을 통해 다시 개인의 신앙을 심폐소생술 해보는 건 어떠세요?
때때로 사모는 남편을 대신해 성도님들의 원성과 불만을 들어주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모도 사람이기에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고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편에게 모든 어려움을 토로하자니 남편의 사역에 방해가 될 것만 같고, 성도님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으니 사모의 마음은 계속 병들어 갑니다.
그럴 때 묵상은 훌륭한 위로가 됩니다. 묵상을 하며 하나님께 어려움과 힘듦을 토로하고, 묵상을 하며 시험을 이길 힘을 구합니다. 사람에겐 내 모든 마음을 오픈할 수 없어도 하나님께는 가능합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는 내가 아뢰지 않은 것도 모두 다 아시니 세상 누구보다 최고의 위로자가 되시죠.
저도 남편에게 말하기 힘든 어려움은 묵상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노트에 '주여...'라는 한 단어만 써도 눈물이 쏟아지고 하나님의 위로가 느껴졌습니다. 지금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 쏟아내 보는 건 어떨까요?
많은 사역자의 경우 매우 바쁘게 생활을 합니다. 교회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제대로 묵상할 시간이 나지 않을 때도 있죠. 그럴 때 저는 조용히 제가 묵상했던 내용을 남편에게 나눕니다. 오늘 내가 받은 은혜와 지혜를 나누면, 남편은 간접적인 위로와 소망을 얻습니다.
때때로 사모가 묵상한 내용이 설교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부부는 한 몸이기에 내가 은혜받은 내용은 남편에게도 은혜가 되기 때문이죠. 또 같은 본문으로 묵상해도 다른 은혜를 경험할 때도 있기에 사모의 묵상은 남편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나눔인 것이죠.
또 말씀을 묵상하면 평소엔 생각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저는 교회의 특별활동을 준비하거나 간단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꼭 묵상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혹 남편의 사역을 동역할 때 지치거나 한계를 만난다면 꼭 묵상을 해보세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하늘의 지혜가 내 마음에 찾아옴을 경험하게 되실 테니까요.
사모는 영적 어미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있습니다. 성경 지식도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 신앙 안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학을 전공한 사역자는 아니기에 그런 시선이 때로는 신앙의 장애가 될 때가 있죠.
만약 따로 시간을 내어 성경을 공부하고 관련 세미나 등을 들을 여력이 안된다면 묵상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40분의 묵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경에 대한 지식이 쌓입니다. 또 깊이 있게 묵상한 말씀은 뇌에 각인이 되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울 순 없어도 때에 맞게 출력이 됩니다. 말씀이 내 영혼에 쌓이면 자연스럽게 성령님이 내 속에 내주하고 계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 나의 신앙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주변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경이 됩니다.
사역 현장은 치열한 영적 전쟁터와 같습니다. 이런 전쟁터 한복판에서 나의 영혼을 지킬 수 있는 무기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묵상은 나의 영혼을 지킬 뿐만 아니라 남편과 가정,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런 큰 유익이 되는 말씀 묵상, 오늘부터 실천해보지 않으시겠어요?
그러므로 하나님이 주시는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이 악한 날에 이 적대자들을 대항할 수 있으며 모든 일을 끝낸 뒤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진리의 허리띠로 허리를 동이고 정의의 가슴막이로 가슴을 가리고 버티어 서십시오.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전할 차비를 하십시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믿음의 방패를 손에 드십시오. 그것으로써 여러분은 악한 자가 쏘는 모든 불화살을 막아 꺼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의 투구를 받고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십시오. (엡 6:13-17, 새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