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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Mar 05. 2023

나의 달란트 여정기

사모 에세이

저는 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만 가면 하나님과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하며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죠. 주일학교 교사, 청년부 임원, 찬양인도, 각종 교회 행사 기획, 디자인 등.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부어주시는 은혜도 컸기에 저는 그런 제 모습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모가 되고 나니 사람들은 더 이상 저에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렇게 많이 듣던 기도제목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교회에선 언제나 맨 앞에 서서 여러 봉사를 하던 저였는데, 사모가 되니 맨 뒷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답답했던 저는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 저를 사모로 인도하실 거였다면 왜 청년의 때 그렇게 열심히 헌신하게 하셨나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장 응답해주시지 않았고, 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사모가 된 지 4년 차가 되어갑니다. 그 시간 동안 '달란트'에 대해 고민하고 묵상했던 그 여정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사모 1년 차


결혼과 동시에 남편은 첫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등부 파트 전도사였지만, 주일 대예배 때 찬양인도를 해야 했던 남편은 저에게 SOS 쳤습니다. 청년 시절 남편은 찬양 인도는 커녕 싱어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남편은 담임 목사님께 사모도 같이 싱어를 서도 되겠냐고 여쭤보았고 목사님은 흔쾌히 OK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부목사님이었습니다. 그 당시 함께 사역하던 부목사님의 사모님은 교회의 질서를 위해 어떤 봉사도 하지 않으셨는데, 이제 막 사모가 된 제가 대예배 때 앞에 서서 찬양을 부르니 마음이 불편하셨던 거죠. 그날 오후, 남편은 부목사님께 불려 가 호되게 혼이 났습니다. 밖에서 듣고 있던 저는 '아차!' 싶었고, '다시는 교회에서 싱어로 설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사모 2년 차


첫 사역지에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는 사모로서 더 조용히, 더 얌전하게 지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의 질서, 교회의 필요에 대해 계속해서 묵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다음세대에게 있습니다. 다음세대가 살아야 교회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의 때가 자신의 달란트를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시기라면, 사모가 된 후에는 또 다른 다음세대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예배 시간마다 여러 가지 봉사로 분주했던 청년의 때와는 달리 사모가 된 후에는 더 잘 예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사모 3년 차


두 번째 사역지는 조금 특이했습니다. 담임 목사님만큼 담임 목사님의 사모님이 교회에서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모에게 달란트가 많은 것이 득이 되는 곳이었죠. 그곳에서 저는 조금씩 저의 달란트를 다시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찬양인도를 하면 저는 반주를 하고, 남편이 설교를 전하면 저는 2부 순서를 진행했습니다. 청년의 때 했던 봉사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고, 영혼 없이 봉사를 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사모가 된 후의 봉사는 그 마음가짐이 달랐습니다. 모든 자리가 은혜의 자리였고,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가 너무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죠.

그런 마음이 들 때쯤 하나님께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은아, 내가 얼마나 너의 수단과 목표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지 아니? 달란트는 내가 준 선물이지만 그 모든 건 교회의 덕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단다. 하지만 청년의 때 너는 교회의 유익보다는 너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달란트를 사용할 때가 많았어. 이제는 달란트가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헌신의 자리가 얼마나 거룩한 자린지 네가 깨닫게 되어 너무 기쁘구나!"

저는 "아! 그랬구나!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그렇게 인도하셨구나!"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모 4년 차


올해부터 저희 가정은 전임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교회에 헌신해야 할 비중이 커진 만큼 하나님께서는 저의 달란트를 더 많이 사용해주고 계십니다. 만약 제가 사모가 된 이후 달란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깊이 묵상하지 않았다면 제 마음속엔 교회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이 자랐을 것입니다. 나중엔 나를 사모로 부르신 하나님을 원망하기까지 했겠죠.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저를 낮추심과 동시에 저를 향한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청년의 때 저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드러내고 싶은 나의 장점'을 증명하기 위해 달란트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저는 교회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모 1년 차 때 답답함에 소리쳤던 저의 물음에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응답해 주신 것이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모님들께서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계십니다. 왜 교회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분명 그 모든 사모님들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믿습니다! 답답하다면 답답하다고 소리쳐보세요. 억울하다면 억울하다고 울어보세요. 그 모든 아픈 마음, 상처 난 가슴을 하나님께서는 분명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렘 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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