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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May 29. 2024

나는 불량 사모였다

사모 에세이

처음부터 준비된 사모가 있을까?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키우며 엄마가 되어 가듯이 사모 또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사모로 빚어져 간다. 나 또한 처음부터 순탄치 않은 과정들을 겪었다. 특히 사모 1년 차 때는 남편과의 갈등이 너무 심해 서로의 입에서 심심하면 이혼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지만 그때 나는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모툰을 연재하며 나의 어려움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사모님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래서 스스럼없이 나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받은 은혜를 전한다.





지금이야 제법 남편과 합이 잘 맞아 남편을 도와 열심히 사역에 참여하지만, 사모 1년 차 때는 지금의 모습과 정반대인 모습으로 교회에 머물렀다. 그땐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교회에 가기가 싫었다. 내가 선택한 교회가 아니었기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 같기만 했다.


주일 아침마다 근처에 사는 성도님들을 태우고 교회로 가는 게 남편의 첫 번째 주일 사역이었다. 집에서 교회까지 거리가 있어 안 그래도 일찍 일어나 피곤한 상태인데 집사님, 권사님들을 웃으면서 대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인사도 대충 드리고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는데(그러다가 꿀잠을 자기도 했다;;) 운전하랴 성도님들 대하랴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 남편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교회에 도착해서는 본격적으로 불만 가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낯선 이곳, 나에겐 남편밖에 없는데 남편은 너무 바빴다. 분주한 남편에게 칭얼대며 옆에 있어달라고도 조르고, 어디에 가 있어야 하냐 질문 폭탄을 던지기도 했다. 그 교회가 첫 사역지였던 남편은 원래도 긴장 한가득이었는데, 나 때문에 더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설교시간엔 가관이었다. 목사님의 설교 스타일이 나와는 맞지 않았는데, 남편이 도대체 왜 이런 교회에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 시간이 너무 졸리고, 잠깐 깨더라도 은혜를 받으려 하기보단 입이 삐쭉 튀어나와 볼멘소리까지 해댔다. 남편은 옆에서 목사님 눈치 보랴, 성도님들 눈치 보랴 매주 전쟁 같은 시간을 치러야 했다.


모든 사역이 끝난 후엔 본격적인 불만 토크가 시작되었다. 나는 남편에게 쌓인 불평과 분노를 와르르 쏟아냈다. 교회에서는 꾹 참고 있던 남편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제발 그만해!!! 이렇게 불만 가득이면 사역자인 나랑 왜 굳이 결혼한 거야?!“


남편에게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 사모도 힘들지만, 사역자는 더더욱 힘든 교회 안에서 너 때문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아냐며, 울기 직전의 상태까지 간곡히 부탁을 하던 남편의 모습을 보고 저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일을 하는 남편이 너무 멋져서 사모의 길을 선택했는데, 나 때문에 남편 사역에 방해가 된다니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 나는 남편의 사역에 1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남편을 힘들게만 하는 불량 사모였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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