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우당탕탕, 삼십 대 중반의 첫 직장 적응기(4)
마지막으로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적이 언제였더라. 2010년도 수능이 끝나고 잠깐이었나. 이제는 드문드문한 감각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휴식이 간절한 요즘이다. 만성피로는 수면과다로 이어진다. 평소 11시간 정도를 자는데, 개운하지가 않다. 꿈을 자주 꾸는데, 하도 꿈이란 걸 쉽게 인식하다 보니까 꿈이 점점 정교해져만 간다.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짜인 속임수에 속는다. 이것도 당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서 역으로 꿈을 속이기도 한다. 내가 잠을 자는 건지, 잠이 나를 재우는 건지 모르겠다. 엎치락뒤치락 억지 휴식을 취하다 보면 야속하게도 아침이 온다.
오늘은 알람 시계가 울기 3분 전에 눈을 떴다. 11시간 중 고작 3분을 손해 본 게 억울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지난밤 잠자리보다 깊은 잠을 잤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운함이었다. 이렇게 고요해도 될까 싶어 지자마자 번쩍 눈을 떴다. 까치집만 대충 정리하고 허겁지겁 옷을 껴입었다. 운동화를 구겨 신고서 전력 질주를 했다. 아슬아슬하게 탑승 완료다. 택시비가 굳었으니, 그 돈으로 다시 피로를 쫓는 것들을 섭취할 테다. 니코틴, 카페인, 그리고 타우린의 삼위일체. 좋았어. 각성 완료다.
무엇이 휴식을 방해하는가. 답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 터였다. 하루 종일 전자기기를 조몰락거렸으면, 적어도 퇴근하고는 전자기기를 멀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정답을 알면서도 정답과 멀어지는 요즘이다.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자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서 잠자리에 든다. 악순환에 외로움이 덜어지는지, 아니면 더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수면도, 외로움도, 어쩌면 인생도 '제로섬(zero-sum)'이 아닐까. 쓸모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오늘도 숙면은 요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