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비상(飛上)
휴재 1년 차.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예전 만큼 글의 절대적 분량도 상대적 품질도 신경 쓰면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쩌지.' 다소 걱정이 되지만 다시 쓰기로 했다. 맞춤법에 대한 부담도 살짝 내려놓으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다시 쓰게 된다면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까?' 되게 고민하느라 복귀가 늦어졌다. 글을 읽는 독자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일까. 공통된 관심사 혹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수록 자신감만 사라져 갔다. 종국에는 도저히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아서 책도 글도 멀리하게 되었다.
고립된 시간 속에서 피폐해져 갔다. 술이 늘었고, 허송세월이 늘었고, 뱃살은 두툼해지다 못해 옆구리살, 뒷구리살까지 퍼져나갔다. 와중에 만나던 연인은 이런 나를 한심하게 여기며 떠나갔다. '나'란 존재는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반쯤은 정신을 놓고 지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린 계기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 첫째는 이런 나라도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음이 가장 힘이 되었다. 간만에 소식이 닿은 지인들의 "글을 다시 쓰고 공부도 다시 했으면 한다."는 진지한 응원도 도움이 되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자문에 자문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인 찬스(Chance)를 쓰자.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벽을 허물어낸 기분이다. 주변의 도움 덕분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긴 방황을 끝내려는 내게 임재범 님의 명곡, <비상(飛上)>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입이 된다고나 할까. '세상에 나가고 싶고, 내 꿈을 보여주고 싶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날고 싶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가사처럼 '외로움 속에 침잠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무엇이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 깨달음들을 앞으로 글 속에 녹여내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이다. 보통 공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복귀할 때 작품으로 혹은 실력으로 보답한다고 하더라. 내게도 해당될 수 있는 말일까 싶지만, 돌아온 탕아는 '최고보다는 최선'을 보여드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