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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높빛 Feb 04. 2022

일본에는 왜 단독주택이 많을까 ?

교외화로 시작된 단독주택 문화

저번에는 스폰지밥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번엔 눈을 가까운 곳으로 돌려 가깝고도 먼 일본의 만화를 통해 일본에 단독주택이 많은 이유를 찾아보도록 한다.





1. 짱구, 도라에몽, 케로로의 공통점은 ?


    어린시절 만화 채널인 <투니버스>나 <챔프>, <퀴니> 등을 틀면 어김없이 나오는 만화들은 우리의 삶을 함께 했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케이블 설치가 되지 않아 친구 집에서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내가 재미있게 본 만화는 <짱구는 못말려> (원제 : 크레용 신짱), <도라에몽>, <개구리 중사 케로로> (원제 : 케로로 군조)이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20년 넘게 우리나라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녀석들인지라 나 뿐 아니라 한국 사람이면 이 세 친구들 모두 친근할 것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현지화가 잘 진행되어 <짱구는 못말려>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의 거주지가 정확한 지명(떡잎마을이었으나 이전에는 금천구 시흥동 또는 일산으로 현지화)으로 현지화가 될 정도였다.


왼쪽부터 짱구네 집, 진구(도라에몽)네 집, 우주(케로로)네 집. 다들 담이 있는 2층집의 구조를 하고 있다.  [출처 : 투니버스, 애니맥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적인 현지화 말고, 주인공의 "집" 구조가 비슷하다는데에 있다. 직육면체의 아파트가 친근한 우리에게 이들의 집은 '평범한 집'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온다. 잔디가 가득한 뒷마당과 2층으로 구성된 집은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그리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살고 싶은 집'과 유사한 모습이다.



2. 단독주택 선호가 지진 때문 ? 철수와 아리는 아닌데..?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는 단독주택이 이리 많은 것일까 ? 일전에 나는 이에 관한 답을 일본의 지질학적 특징에서 야기되었다고 들었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위험한 고층아파트보다는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저층 단독주택이 선호된다." 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종종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사실 이 이야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짱구는 못말려> 속 철수네 집과 <아따맘마> 속 아리네 집. 지진의 왕국이란 말이 무색한 아파트이다. [출처 : 투니버스]

   우선 생각을 해보면 아파트에서도 어떻게든 내진설계는 현재 기술로 가능하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내진설계를 위한 '토목공학'과 '건축공학'이 발달한 나라다. 따라서 내진설계가 된 고층 아파트를 만들 수야 있을 것이다(물론 고층건물이 발달한 우리나라도 내진설계는 잘 되어 있다). <짱구는 못말려> 속 철수네 집과 <아따맘마> 속 아리네 집처럼 실제 일본에서는 아파트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사는 사람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일본의 단독주택이 지진 때문에 선호가 되는 이유는 '나무'와 관련이 있다. 나무는 일본에서 중요하며 흔한 건축자재 중 하나다. 오죽하면 '흙이 많은 중국은 전탑, 바위가 많은 한국은 석탑, 나무가 많은 일본은 목탑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일본여행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찝찝한 날씨는 나무들이 활개를 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일본의 기후는 지속적인 원자재 공급이 가능하여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지진으로 무너져도 목재로 만든 단독주택은 건축 및 유지비나 복구에 있어 경제적인 대미지가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해 '도시공학적'으로 바라보면 답을 알 수 있다. 



3.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교외화

 

일본의 간토평야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사진. 좌측의 높은 산이 후지산이고, 움푹 들어간 만이 도쿄만이다. [출처 : wikipedia]

옆동네 일본도 산지와 구릉이 국토의 70% 이상이라 평야가 좁은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일본은 넓은 평야를 지니고 있다. 애초에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실효지배 영역 약 10만 ㎢)의 약 3.8배(약 38만 ㎢)에 해당하고, 일본에서 제일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간토(關東) 평야의 경우 면적이 약 1만 5천 ㎢로 이는 우리나라 최대 평야인 호남 평야(3,500 ㎢)의 약 4.3배의 해당하는 면적이다. 물론 평야 하나로 모든 사례를 뒷받침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보다 가용 평야가 넓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국토 이용의 효율성을 많이 고려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은 여유롭게 토지이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본 도쿄의 스카이라인,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출처 : wikipedia]

앞서 그 많고 많은 평야 중 간토 평야를 사례로 든 이유는 간토 평야가 일본에서 제일 넓기도 하지만,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교외화 현상은 대도시의 확장을 통해 발생한다. 17~18세기부터 세계에서 큰 도시 중 하나이자 일본의 제 1의 도시였던 도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 특수를 맞으며, 이촌향도와 교외화 현상을 보였다. 이 또한 서울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에 집을 지은 국가주도의 교외화를 이끈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서울 인근 그린벨트의 모습. [출처 : 한국일보]

교외화가 이루어지는 중에 서울과 도쿄의 수도권 확장은 제도적으로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바로 '그린벨트의 유무'이다. 우리나라는 무조건적인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박정희 정부 때 '개발제한구역'을 두었다. 이것이 바로 그린벨트이다.


  유럽이나, 우리나라의 고려, 조선만 봐도 그린벨트와 유사한 역사적 사례가 있지만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현대적 의미의 그린벨트는 19~20세기 영국에서 산업화로 무분별한 런던과 산업도시의 확장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당시 영국의 농촌인구가 급감하고, 도시가 팽창하는 것을 막기위한 정책이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보면 앞서 영국과 유사한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생겼기 때문에 경기도의 땅을 하나 둘 야금야금 먹어가며 성장하던 서울과 국내 여러 대도시들은 법의 테두리에 가로막혀 수평적인 성장이 아니라 수직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수직적인 도시성장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파트다.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한 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끝없는 저층 단독주택 [출처 : 미디어제주]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교외화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앞서 스폰지밥과 타운하우스 편에서 언급하듯, 중산층이 미국의 단독주택 교외화를 이끄듯 일본 중산층들도 일본 단독주택 교외화를 이끌었다. 전쟁의 승패는 다르지만 미국하고 이유는 비슷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세부적인 이유 또한 유사하다. 일본의 고밀도시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 일본의 중산층들은 한국전쟁 이후 특수를 누리며, 도쿄 올림픽 이후로 속칭 이자나기 경기(いざなぎ景気)라고 불리는 경제 호황을 맞이 한다. 이 덕분에 중산층의 수가 많아졌다. 넓은 평탄한 땅과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구밀도와 없다시피한 토지이용 및 개발 규제, 중산층의 선호들이 어우러져 일본의 단독주택 확산에 큰 역할을 하였다.  


짱구네 집과 떡잎마을(원작 : 후타바 정) [출처 : 투니버스]

사실 도시공학에서 정답은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듯 어떠한 현상을 바라보는데에 있어 다양한 학문을 종합하여 논리적인 타당성과 이론으로 귀결하면 현상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학 답지 않은 애매함이지만 짱구와 진구네 집이 우리가 평소에 보던 모습과 다른 이유는 설명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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