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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May 24. 2024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Furiosa: A Mad Max Saga, 2024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 봤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이하 분노의 도로>는 분명 좋았는데, 뭐가 좋았는지에 대해 말하기 어려웠다면,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난 후에 오히려 <분노의 도로>에 대해 더 명확해지는 지점들이 있다.


<분노의 도로>는 소위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이 동시에 브레이크마저 고장 나버려서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속도가 주는 박진감마저 굉장했다. 반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분노의 도로>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분했던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때 미처 조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재조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분노의 도로>의 팬들에겐 전작의 감상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도 맞겠지만, 나는 전작에 비하면 골목골목을 돌며 블록마다 멈춰 서는 마을버스 같이 느껴지는 감상에 좀 허전함을 느꼈다.


<분노의 도로>와는 분명 차별점이 존재하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만이 지닌 맛도 분명히 있지만,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의 정체성이자 롤모델이 됐을 메리 조 바사(찰리 프레이저)의 영향 아래 “지옥보다 깊은 무덤에서 기어 나온” 초반부에 비하면, 영화의 종반부는 ‘결국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왔네’라는 생각만이 들었다. 퓨리오사가 어린 시절(알릴라 브라운)부터 내내 지녀온 크리스 헴스워스가 분한 디멘투스를 향한 분노, 복수심이 존재는 했겠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으며, 영화 속 한 줄 대사로만 언급되고 지나간 “40일간의 전쟁”도 아쉽다. 오히려 곁가지 느낌인 잭(톰 버크)과 느낀 연대나 그 이상의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분노의 도로>도 퓨리오사와 맥스(톰 하디)가 A와 B 지점을 돌다가 C지점으로 향하는 이야기였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도 A와 B, C 지점을 오가는 방식이지만, 그리고 사실 전작의 과거 시점이기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종착점이 어딘지 알고 보는 것이었지만 그래서인지 이 여정의 끝에서 느끼는 감상이 덜한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분노의 도로> 속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고,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 헴스워스 등이 새로이 분한 캐릭터들도 입체적이고 역동적이어서 좋았다. <인터스텔라>(2014) 즈음의 영화들과는 달리 분명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2024)도 그렇고 분명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팬데믹을 포함한 다양한 인적 재난으로 이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원제를 <퓨리오사>라고 명명한 것처럼 캐릭터로써, 그리고 그 캐릭터의 시점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지점들은 분명 인상적이긴 하다. 임모탄(러치 험)이 지닌 유전적 문제로 ‘정상아’를 낳지 못하고 버려진 이들이 시타델 바로 아래 땅굴에서 벌레처럼 지내는 모습은, 바로 직전 장면에서 디멘투스 일당의 달리는 바이크에 있었는지도 모른 채 밟혀 죽고야 마는 도마뱀 같은 것이었고, 퓨리오사가 어떤 과정에서 팔을 잃었고, 짧은 머리를 유지했는지 등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 끝에 이르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건 분명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것인데, <분노의 도로> 속 장면들이 펼쳐진다. 부제부터 “매드맥스 사가”라고 했다지만 단순 프리퀄 이상의 무엇을 기대한 게 내 과오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연속된 시리즈가 아닌 프리퀄로서, 하루 정도 텀을 두고 <분노의 도로>와 함께 본다면 감상을 더 배가시키는 역할로는 좋을 것. <매드맥스>라는 시리즈와는 별개로 독립적인 영화로만 보면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나 아쉬운 건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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