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면 습관도 바뀌기 마련
이제 3주 정도만 있으면 결혼한 지도 1년이 다되어 간다.
결혼하고 나서 삶에 있어 제일 크게 변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생활습관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결혼 전에는 새벽 1~2시 정도에 잠을 자고 8시 정도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었는데, 지금은 10시 30분 정도에 자고 6시에서 6시 30분 정도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와이프는 학생시절부터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늘 11시 전에는 취침을 하고 아침 6시 정도에는 일어난다. 그래서 와이프랑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하면서도 밤늦게 무엇을 같이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밤늦게 영화를 본다던지 야식을 먹으러 가 본 적도 없고(참고로 와이프는 6시 정도에 저녁식사를 하고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심지어 한 번은 방콕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장관이라고 해서 12월 31일을 껴서 방콕 여행을 갔었는데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하는 불꽃놀이를 못 기다리고 잠이 들어서 불꽃놀이가 시작될 때 깨워서 호텔 방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시차로 인해 방콕의 12시는 서울의 새벽 2시니깐 그럴 만도 했다).
연애 초반에 당시 사법연수원 기숙사에 살던 와이프가 아침 6시에 같이 연수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공부를 하자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와이프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5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아침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자고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일주일 정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나에게 있어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서로 생활패턴이 맞지 않다 보니 처음에 결혼을 해서는 조금 불편했다. 와이프는 10시가 넘으면 잘 준비를 하는데 나는 그 시간에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문제는 와이프는 불빛과 소리에 매우 민감해서 잠이 들기 위해서는 불을 끄고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한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그냥 나도 그 시간에 자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워서 잠을 청하게 되었고 이제는 밤 10시만 넘으면 졸음이 몰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혼 전에는 아침을 따로 챙겨 먹지 않고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전부였는데 와이프는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와이프가 아침을 챙겨 먹으니 나도 자연스레 아침을 먹게 되었다. 아침으로는 주로 사과, 삶은 계란 그리고 전 날 사온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먹는다(가끔은 그릭요거트도 곁들여 먹는다). 처음에는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아침을 먹으려니 잘 안 들어갔는데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너무 배가 고프다.
그렇게 십 수년 동안 밤늦게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던 생활습관을 가졌던 나는 결혼을 한 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꼭 챙겨 먹고 저녁 식사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결혼 이후에 크게 바뀐 것이 또 하나 있다.
나는 자기 직전에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사람이어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언제부턴가 하루에 커피를 5~6잔 정도를 마셨다. 물 대신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고 그러다 보니 매번 똑같은 커피만 마실 수 없어 여러 종류의 드립백을 사서 사무실과 집에 비치를 해 놓았다.
반면 와이프는 하루 중 오전에 커피를 딱 2잔만 마신다. 점심 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영향으로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데이트를 할 때에도 오후나 저녁에 카페에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가게 되더라도 커피 말고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차 종류를 마셨다. 결혼을 한 이후에는 내 건강이 걱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커피를 줄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몸이 피로하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데노신을 차단해서 뇌가 몸이 피로하다는 것을 못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커피를 좀 줄여 보려고 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커피를 하루 3잔으로 줄이고 점심 이후에는 마시지 않았다.
이렇게 커피를 줄였더니 어쩌다 오후나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게 되면 카페인의 영향이 확 느껴졌다. 밤에 잘 때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가끔은 심장이 빨리 뛰기도 한다. 그동안 몸이 얼마나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이 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좋은 생활습관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는 길게는 20년 넘게 형성되어 와서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습관들도 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다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고 바뀌지 않는 습관이란 것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