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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Dec 28. 2022

진실과 거짓 사이

드라마 <커튼콜>이 던진 진실과 거짓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어제로 KBS드라마 <커튼콜>이 종영을 했다.


이북 땅에서 살다가 6.25 전쟁 당시 흥남부두 철수 과정에서 남편과 아들과 헤어져 홀로 배를 타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와서 처음에는 국밥을 만들어 팔다가 호텔사업을 시작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체인인 '낙원호텔'의 주인이 된 자금순(고두심)이 시한부 선고를 받자 죽기 전에 이북 땅에 있는 손주 리문성을 한 번 꼭 만나보고 싶다는 자금순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금순을 인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정상철 실장(성동일)이 지방 소도시를 전전하는 극단의 배우인 유재헌(강하늘)으로 하여금 리문성의 연기를 하도록 한다는 설정의 드라마다.


6. 25 전쟁이 일어난 지도 70년이 넘어 이제는 분단의 아픔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 한 때는 시대의 최대의 비극이었던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 시점에서 드라마를 통해 그들이 평생 아파했을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유재헌이 가짜 리문성을 연기하면서 벌어지는 가족들 사이의 에피소드도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인생도 결국은 한 편의 연극이 아닐까?", "상대방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라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근원적인 질문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 유재헌은 자금순의 손자인 리문성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자금순의 세 손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연기에 몰입할수록 자금순에 대한 마음도, 박세연(하지원)을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마음도 진심이 된다. 이렇게 리문성이 맡은 역할을 200% 이상으로 해냄으로 인해 자금순의 가족들은 오랜만에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나중에 가짜였음이 탄로 난 리문성임에게 첫째 손주 며느리 현지원(황우슬혜)이 "그럼 지금까지 우리에게 했던 것이 전부 다 가짜인 거야?"라고 묻자 장진숙(정지소)은 "저희가 다른 사람을 연기한 것은 맞지만 다른 건 다 진심이었다"라고 대답하지만 현지원은 "그 사람이 가짜면 그 사람이 한 모든 말과 행동이 다 가짜인 거야"라고 한다. '사람이 가짜'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생물학적인 의미의 사람 말고 사회적인 의미의 사람이란 결국 경험과 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맡게 되는 역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연기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관계를 맺고 경험을 공유하고 역할을 수행했던 것들이 단지 시작이 연기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다 거짓이 되어버려야 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슬픈 일이다.


드라마에서는 진짜 혈육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자금순의 손주들과 자금순과 피는 한 방울도 섞여 있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자금순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가정부(배해선), 정실장(성동일) 그리고 유재헌(강하늘)과 장진숙(정지소)의 대비를 통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삶은 진실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고 사실 그 경계도 불분명하다. 유재헌이 자신의 손주인 리문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었던 자금순이 눈물을 흘리며 너무 죄송하다고 사죄하는 유재헌에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하면서 "너희들 앞에서 모르는 척 연기를 하고 나니 생각이 나더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싫으면서도 좋은 척, 아프면서도 괜찮은 척. 나 또한 하나의 배우였지"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있다니, 내 삶에 있어 진짜의 나와 연기를 하고 있는 나는 과연 다른 사람일까? 진짜와 연기가 구분이 가능은 할까? 연기를 하고 있는 나도 결국은 내 모습의 일부이지 않을까? 내 삶에 있어 진실과 거짓은 무엇일까? 과연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표지사진 출처 : 빅토리콘텐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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