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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걀머리 Aug 08. 2024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이유?

스티븐 샤비로가 쓴『탈인지』의 한 대목을 인용하여 

"오늘날, 전 지구화 시대에, 그리고 인류세라고 불리게 된 시대에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복잡하고 널리 분산된 기술 체계 및 네트워크와 얽히고 그것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존재자들은 티머스 모턴이 초객체(hyperobject)라고 부른 것이다. 그러한 사물들은 모두 실재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공간적으로 너무도 대규모로 분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사물을 결코 전체로서 볼 일이 없으며, 일거에 포착할 수 없다. 모턴은 "지구온난화"와 "플루토늄으로부터의 핵방사"를 초객체의 사례로 든다. 인터넷과 세계 파생상품 시장을 이에 포함할 수 있겠다."

『탈인지』 67쪽


이 문제에 대해서 chat GPT, Claud ai, Gemini가 각각 어떻게 분석하고 대답하는지 궁금해서 질문했다. 각각 산출한 대답을 다시 claud ai에 붙여 넣어 표로 만들어 비교해 달라고 했다. 

chatGPT가 말하는 심리적 거리감으로 인한 무관심을 "심리적"이라고 부르면 될까 하는 의심이 든다. 심리 상담으로 트라우마 해결하듯 인류가 공동으로 상담을 받아 해결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것 같아서다. 어쩌면 인간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뇌가 무감각해져서 생기는 물리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ai들이 열심히 분석해서 표를 만들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결국 인간의 능력이 당대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말 아닐까.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말도 결국 인간이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협력하여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이니. 


빙산이 다 녹고 생물종이 멸종해 가는 걸 눈앞에 보면서도 왜 우리가 꿈쩍도 하지 않을까 늘 궁금했는데, 저 표 항목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근본적으로 역량이 안 되는 거다,라고 다소 좌절스러운 생각이 든다. 인간이 자연자원을 활용하고 신체와 정신을 다스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이, 하이퍼객체가 온 지구를 구석구석 덩굴처럼 뒤덮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된 것 같다. 


비관적인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상황을 이해라도 하기 시작하는 게 좋다. 저 위 샤비로의 인용구를 읽으니 속이 시원하다. 문제를 파악이라도 하는 것이, 온통 난리인데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단 말이다. 어릴 때 보았던 미래소년 코난처럼, 우리도 하이퍼객체라는 악당들이 출몰하는 황폐한 지구 위에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시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 주 화요일에 스티븐 샤비로가 쓴『탈인지』독서모임이 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서 신청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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