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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아마 Jan 22. 2023

이너 엠티

감정 대신 채워지는 것들. 

1. 56kg, 해물파전


  영국으로 어학연수 가기 전,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을 엄마가 해주셨다. 

식탁 위에 갈비, 회, 다른 음식들도 많았지만, 고기보다도 더 가운데에 있었던 '해물파전'.

정말 산처럼 쌓여있던 해물파전. 


  영국을 가기 전에 한국 음식 중에 이 음식이 제일 먹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이게 마지막 나의 한국 음식이 될 거야' 이런 말로 그 자리에서 쌓여있던 것을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식탁 위에 있었던 다른 음식들도 함께 먹었고.


  부모님이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냐'라고 나를 다그쳤다.

맞다. 나는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다. 한 번에 세끼에 해당하는 음식을 한 번에 먹는다. 그리고 음식들을 한 번에 토해낸다. 


  사실 이 날도 해물파전 5장 정도 먹고, 갈비에, 국에, 잡채 등 다른 음식까지 먹고 자기 전에 다 토해냈다. 21살의 나는 식습관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이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던 나의 또 다른 장애. 


  아무에게도 말 못 한 나의 장애를 여기에 조금씩 고백하려고 한다.

이곳에 말한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겠지만, 차차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고, 나에게 '식습관 장애'는 한 번에 생긴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


  내 이름을 가지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면서,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문제점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다 보니,


  나는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게 이제는 나 자신이 되어버린 것 아닐까?

'식습관 장애'를 가진 지 어연 15년이 되어간다.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렸지만, 이제라도 고칠 수 있다면 고치고 싶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고 난 뒤로 나는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무언가를 먹고, 다른 것을 한가득 먹고, 또 다른 것을 목구멍 터질 듯이 채워 넣고, 4시간이라는 시간 안에서 내 가슴속에 모든 것을 채워 넣은 뒤, 토해내는 행동의 연속은 그게 나의 하루 일과가 되었다. 

평일에는 남들처럼 열심히 오전에는 일하고, 퇴근 전에는 저녁을 고민하다가, 다만 퇴근 후 늦은 저녁에는 화장실에서 남들보다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깔끔해서 화장실 청소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 그렇게 내가 15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몇 년이나 남아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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