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는 뭐고 박사는 뭐고
근래에 ''지금 백수인데 대학원 졸업하고 연구원하는 것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질문을 듣고 기분이 뭔가 묘했는데, 아마 대학원 졸업한다고 다 연구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리잡기 어려운 현실을 알고 있는 내게 그 질문이 -그냥 돈내고 대학원가고 졸업하면 연구원된다-로 일련의 과정이 너무 쉽게 들려서 그랬던 것 같다. 대학원간다고 자연히 글쓰기나 연구능력 길러져서 졸업하는게 아닌데 말이다. 잘 모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그래서 학계고 대학원이고 잘 모르지만 대학원 진학을 인생추진 옵션 중 하나로 생각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오랜만에 브런치 업로드를 해본다.
일단 경험에 따라 석사학위-박사학위 수준 차이 구분을 좀 해보면, 석사과정 동안은 주로 연구 방법을 배운다.
연구란 무엇인가 연구주제는 어떻게 정하는가, 논문쓰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딱 그 정도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논문을 ‘한 번 써본다’에 의의를 두는 편이다. 따로 연구프로젝트 리드하거나 연구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은 못배우고 졸업한다고 보면 된다. 2년은 생각보다 매우 짧은 시간이기에..
그래서 석사졸 연구원은 연구를 리드할 수 있는 연구자로 보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석사졸로 사기업이나 연구원에 들어가면 연구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참여하고 연구에 대해 더 배워야 할 것이다.
박사졸은 더 긴 시간의 박사과정동안 연구를 설계하고, 적절한 연구방법을 이용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결과에서 시사점을 이끌어내는 통찰을 도출하고 이를 전달하는 글쓰기 작업을 계속 연습한다. 졸업할 때 정상적이면 세 편에서 다섯 편 이상 논문이 나오는데 이때 논문이란 Peer-reviewed형태 연구논문이 나온다는 뜻이다. 학회저널(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을 말하는데 익명의 교수님들이 피어리뷰어로 활동하고, 20장 이하의 짧은 논문을 블라인드로 평가해 논문의 약점과 보완할 점을 제시하고, 제출자는 다시 수정하고 또 다시 수정을 거쳐 한 편이 완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학위논문은 분야마다 다르지만 50~200여장 정도의 긴 논문으로, 졸업하기 위한 학교에 제출하는 논문으로 보면 되는데 박사학위논문도 역시 심사를 세 번 이상 다섯 명 교수에게 받게 된다. 그렇게 졸업하고나면 이제 원하는 연구주제로 가설 도출하고, 적절한 연구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결과와 시사점을 끌어 낼 능력이 생기는데, 박사학위수여자도 완성된 연구자라기보다 신진연구자가 되는거고 이때부터 또 십 여년은 계속 연구논문을...
그러다가 운좋으면 교수되는거고, 자리가 없으면 그마저도 안되는거고...
역시나 운이 좋아서 연구원으로 자리잡으면 연구리드는 할 수 있지만 선배 연구자에게 계속 배워야 한다.
연구원은 평생 공부해야하는 직업이고 실제로 논문도 정말 많이 읽고 논문에 할애하는 시간도 많다.
대학원 진입 전 탐색하는 단계의 청자를 타겟으로 하는 글이므로 추가 정보 드리자면, 당연히 논문은 다 영어로 읽는다. SCI, Scopus레벨 위주로 가끔 KCI논문도, 죽죽 읽어가며 핵심 다 요약하고 연구 시사점, 핵심 다 파악해서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공부가 되고 자기 연구문제, 가설 도출이 되면 연구수행하고 결과를 레포트해 연구논문으로 작성하는데 대부분은 당연히 writing도 영문일 때가 많다. SCI/SSCI에 내기 때문에.. 당연히 리뷰 받고 response 보내는 그 피드백 주고받는 과정도 영어로. 그냥 단순히 영어 회화 수준이 아니라 학술영어 수준의 읽고 쓰기가 엄청 빠르고 정확하게 되어야 한다. 이거야 뭐 훈련하면 늘지만.
아무튼 연구자는 평생 매끄러운 글쓰기와 영어는 너무나 필수에, 융합연구 대두되는 시점이라 새로 공부할 것도 너무 많다. 글쓰기 연습도 계속하고, 연구논문 제출도 게재도 계속 많이.. 생각보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게 어려운 분들께는 '대학원이나 갔다가 연구원 할까~' 이 생각이 자칫 후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생각..ㅎㅎㅎㅎㅎㅎ덧붙여 연구행정도 일처리(잡무) 할 게 엄청 많습니다,, 이상 박사졸연구원의 정보드림 글이었습니다.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