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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엘라 Jun 20. 2017

영어로 논문 쓰기 Tip!

영어로 읽고 쓰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세상만사가 그렇듯 쉽고 편하게 단기간에 뿅 하고 이뤄지는 것은 없다. 영어가 그렇고, 글쓰기가 그렇고, 지적 성취가 그렇고, 공부가 그렇다. 건강관리와 다이어트도 그렇다.


그런데 '영어로 논문을 쓴다'라는 것은 영어+글쓰기+지식 생산+공부의 콜라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과였다. 글쓰기를 할 일이 많지도,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글쓰기는 연습이 생명이거늘, 그 연습을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4년을 통틀어 몇 번의 리포트 작성을 제외하고는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캐나다로 석사 과정을 진학해 영어로 논문 쓰기에 도전한 것은 한마디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영어도 미니멈 점수만 꾸역꾸역 만들어 유학길에 오른 것이었으니 '무식하니 용감하다', '겁 없이 도전하다'라는 말에 딱 맞는 상황이었다. 영어도 글쓰기도 잘 못하는데다가 평소에 독서량도 많지 않았던 터라 읽는 것도 어려웠다. 국문 속독도 못하는데 영문으로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코스웍을 마치고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너그럽고 착한 캐네디언들 덕에 성공적인 유학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몇 년을 더 다녔을 수도, 혹은 졸업을 못 했을 수도 있다.


그 어찌저찌 속에서 논문을 완성하며 졸업하기 까지 느낀 점은 지름길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많이 읽고 많이 써보아야 한다


비법이랄 것 없는 비법이다. "어떻게 단기간 실력을 쑥 늘려 영어 논문을 작성할 수 있나요?"에 대한 답을 원했다면 이 글엔 그 답이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석사 과정에 들어갔더니 읽을 페이퍼 양이 한 과목에 아래 사진과 같이 주어졌다.

한 학기에는 보통 세 과목 수강이고, (1학년 때는 추가로 한 개의 격주로 하는 세미나가 있음) 각 과목당 논문 발제 횟수는 2번 이상이었다. 에세이 제출은 과목당 2~3번이었고, letter크기 10장 정도의 파이널 페이퍼는 과목 당 하나씩 셋이었다. 결론적으로 한 학기에 짧은 것, 긴 것을 통틀어 열 편은 써내야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근 십 년간 나는 글을 써 본 적도 없고 글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다 (새내기 때 '우리말과 글쓰기'라는 필수 교양과목을 수강했지만 그것 역시 5년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국문이었...). 그렇다고 글쓰기에 취미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도 해내야 했다.


수업 따라가기도 너무 벅차고, 토론으로 가득 찬 수업 중 내내 솰라솰라 해대는 현지 애들 사이에서 나만 멍청이가 된 기분이 들고, 주어지는 읽을거리들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고, 글 쓸 때 아이디어는 머리를 쥐어짜도 안 떠오르고, 좋은 거 하나 생각났다 하고 반쯤 써 내려가면 엎고 주제부터 다시 찾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나 못하겠다, 못해먹겠다!!! 으아아악'하고 드는 속마음처럼 그만둘 배짱은 또 없었다. 그만둘 배짱이 있으면 차라리 버텨보겠다. 졸업만을 목표로 하자. "잘 해내자!" 말고 "일단 해내어 보자"를 모토로 나를 달랬다.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한결 편해졌다. 내 유학 생활 동안 소박한 목표들은 다음과 같다.


1. 수업에 지각, 결석은 절대 하지 말자. 

너무나 당연한 학생의 본분을 지키기. 기죽고 주눅 든다고 자체 휴강할 생각 말고, 한마디도 못하고 집에 돌아오더라도 학교에 가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자.

2. 완벽하게 다 읽을 생각을 말자. 초록, 서론, 결론만이라도 읽어가자. 

주어지는 읽을 논문 양이 너무 많았다. 읽다가 지쳐 어떤 수업은 논문 한 개도 다 못 읽고 수업에 들어가는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에 집착해 하나하나 뜻을 찾고 읽어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었다. 어리석었다. 모르는 단어는 쿨하게 넘기고 전체 흐름과 컨셉을 읽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다 읽어서 수업에 가야지'하는 생각부터 버렸다. 나에게는 주어진 양을 다 읽어갈 시간도 능력도 없었다. 그렇지만 자가 진단과 현실 파악은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초록만이라도 읽자로 목표를 바꾸었다. 그렇게 맥락 정도를 잡고 수업에 가니 참여도나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

3. 페이퍼는 기한 내 제출에 의의를 두자.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잘 쓸 생각 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한만 맞추어 제출하는 게 나의 목표였다. 처음에는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취감이 들었다. 그렇게 완성에 의의를 두고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완성시킨 글들에 애착이 갔다. 애착은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준다. 쓸 때에는 고통스러웠던 글도 내가 가진 애착 때문에 다시 보게 되고, 좀 잘 쓰인 것 같을 때 기분이 좋고, 그렇게 글 쓰는 것이 고통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감정이 쌓이게 되면 미룰 때까지 미루어 놓던 과제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 일찍 시작하니까 제출보다 몇 시간 혹은 며칠 앞서 완성하게 되고, 글을 고치고, 사포질을 하고 광을 내서 제출할 시간이 생긴다. 퀄리티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4.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누구든 공부하는 이라면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눈을 쓰는 시간도 많다. 한 자세 부동으로 굳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고 눈을 쉬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상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고 그 시간이 모두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한 시간쯤 운동하고 돌아와서 다시 하기는 나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었다. 특히 creative 한 생각들이 필요한 인문 석사들은 더 그런 것 같다. 붙잡고 답을 내려고 해봤자, 어차피 답은 없는 학문이고 아이디어는 뜻하지 못한데서 톡 튀어나온다. 머리를 쉬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영어로 논문 쓰기 팁에서 유학 생활 팁으로 글이 샜는데 이는 곧 영어로 논문 쓸 실력을 갖추는 시작점이다. 위에서 2번과 3번의 핵심은 결국 많이 읽고 쓸 기회를 늘리는 것인데, 읽으면서 쓰면서 동시에 아래 두 가지를 유념하면 된다.


그냥 읽기만 하지 말고 글과 문장의 구조를 관찰하라

     교수님이 읽으라고 집어 주시는 글들은 대체로 잘 쓰인 좋은 글들이다. 학술지에 게재되었다는 건 peer-reviewed 되어 검증된 글들이다. 보통 박사, 포스트닥터, 교수, 연구원들이 작성하고 이 사람들은 베테랑들이다. 이 사람들이 수많은 연습을 거쳐서 내놓은 자식 같은 글들을 읽으면서 그냥 읽으면 안 된다. 글의 구조가 어떤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맺는지, 어떻게 논리를 세우고 글을 구성하는지 면밀히 관찰하면서 보아야 한다. 초록, 서론, 결론만 읽어가자는 목표로 하다 보면 수업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는데, 이때 읽으면서 제일 관심이 갔던 한 논문은 붙잡고 파헤치면 좋다. 어떻게 문장을 활용하는지 어떻게 영문장을 구성하여 전달력을 높이는지를 보면 한 학기가 끝날 무렵 그 패턴이 보인다. 아카데미아에서 많이 쓰이는 형태의 문장들을 습득하고 모방하면 연습이 된다.


그냥 쓰기만 하지 말고 쓰고 나서 보고 또 보라

     현실은 많이 읽고 스킬을 습득하기도 전에 당장 써야 하는 상황이다. Assignment 마감기한은 실력이 쌓이고 글쓰기가 익숙해 지고 날 때까지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한이 있으면 그전에 내야 하고, 보통 그것은 입학 한 달 후다. 병아리 상태의 나는 일단 글을 쓴다. 쓰고 부끄럽지만 제출을 한다. 교수님이 피드백을 주신다. 피드백에 얼굴이 빨개 질만큼 부끄러운 날도 있다. 그래도 피드백을 꼼꼼히 읽고 수용해야 한다.

    대학원 학비는 비싸다. 교수님 salary는 매우 높고 그만큼 능력치도 최고다. 그런 교수님이 내 보잘것없는 페이퍼에 시간을 내어 피드백을 주시는 것은 내가 낸 학비가 값어치를 하는 순간이다. 피드백을 문장마다 교정해주는 성의 있는 교수님도 계셨고, 전체 글에 대한 피드백을 간략히 해주는 교수님도 계셨다. 자세히 보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문법을 틀렸고, 어떻게 엉성하게 글을 구성했는지 부끄럽지만 보고 또 봐야 한다. 그렇게 내 실수를 자꾸 들여다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 글쓰기 능력을 향상할 해법은 다른 외부 자료들이 아니라 내 글과 문장 속에 있다. 잘 들여다보면 어떤 패턴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얇은 유리장 같은 내 글이 교수님께 깨지기 전에 뽁뽁이를 좀 얹어 보내려면 교내 writing centre에 간다. International students를 위해 작문 도움을 주기 위해 현지 원어민 journalism 전공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좀 친절한 분은 sentence by sentence로 어떻게 고치면 좋겠는지 가르쳐 주고, 그렇지 않은 분이라도 글 전체나 문단 간 관계 오류 실수 같은 대략적인 것들을 짚어준다. 이렇게 내가 쓴 글을 가지고 다시 보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좀 봐줄 만한 글이 된다. 물론 단시간으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행이도 석사생에게는 입학하고 논문을 쓰기까지 일 년도 더 되는 시간이 남는다. 그러니까 열심히 연습하면 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의 작문력은 생기는 시간이다.

    또 마지막에 히든카드가 있다. 논문의 완성 직전에는  편집, 인용 상태, 오타 및 문장 확인을 위해서 전문 editor에게 글을 맡긴다. 전문 editor가 내 논문을 만져주는 과정은 유학생들에게는 필수다.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고 의미가 전달될 지라도 현지인들이 많이 안 쓰는 형태의 문장이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editor가 글을 만지면 잘 읽히는 매끄러운 글로 변한다. 원어민 석사 친구들 중에도 editor 이용 경우가 꽤 있다. 백 번은 더 읽고 더 고친 내 논문이 완성될 무렵에는 새로운 눈(fresh eye)이 필요하다. Editor는 그 역할을 해준다.


결론은, 영어로 논문을 쓰기까지 다른 방도는 없다.

많은 노력과 연습, 실패와 반복, 시간, 그 과정 동안 부끄러움을 견디는 멘탈!!!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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