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종사자의 동기부여 이야기
재작년 말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에서의 생활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타트업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대학교 선배를 만나 현 회사의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채용 공고의 출력본을 받은 것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한데 말이다. 현 회사 Business Group의 네 번째 멤버로 합류한 이후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사업개발팀장, 전략마케팅팀장, Head of Global Business까지 정말 다양한 직책을 맡아오며 20명이 채 안되고 매출이 없던 회사가 8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하였다. 다양한 직책명에서 볼 수 있듯이 매일매일 새로운 업무를 배워야 했으며, 밤을 꼬박 새우는 치열함으로 좋은 성과들을 창출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해외사업팀을 맡은 이후에는 한 달의 절반 가량을 해외 출장으로 보낸다. 5월에도 스페인/대만/싱가포르를 차례로 돌아다니며 신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였다. 이러한 나의 모습들을 보면서 회사 내외의 많은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필자 스스로도 항상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것의 동기부여의 근원은 스스로에게 매우 궁금했던 부분이기에 금번 동기 부여 관련 글을 작성하는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서 개인 삶을 포기하고 업무에만 집중하며 일을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동기부여의 첫 번째는 금전적 동기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필자는 현 스타트업이 성공할지라도 얻게 되는 금전적 유인이 그다지 크지 않다. 개인적인 사항이라 상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필자가 합류한 시점은 회사가 설립된 지 3년이 넘은 시점이었으며, 인원도 20명 남짓 되었음을 상기시켜본다면 필자가 금전적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많은 스타트업 유경험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필자는 현재 열심히 일하는 것에 있어 금전적 동기부여는 전혀 되지 않는다. 회사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회사 내부의 평가/보상 제도가 수립되지 않았기에, 국내외서 올리는 매출 성과들이 필자의 금전적 이득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장기적인 기대 수입은 너무나도 변수가 많기에 필자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다. (필자가 나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작성하면서 1분 동안 다시금 금전적 동기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 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았으나, 역시나 대답은 ‘No’였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학창 시절 때부터 목표를 설정하면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았다. 인생에 있어 첫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했던 기억은 중학교 2학년 때 중간고사 평균 95점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실제로 달성하여 부상으로 부모님이 약속했었던 신형 컴퓨터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다. 비록 자그마한 목표와 선물이었지만, 이때부터 필자는 목표 달성을 통한 성취감이 나 자신에게 큰 행복감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 외국어 고등학교 입학, 고등학교 목표 성적, 서울대학교 입학 등 학창 시절 대부분의 목표는 달성했었다. 물론, 대학교 입학 이후 많은 학생들과 비슷하게 다음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시절도 있었다.
대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려웠었다. 대기업 기획팀에서 업무를 했었기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Staff 부서로서 위에서 하달되는 업무들을 처리해야 했었고, 많은 동료들은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에 환멸을 느낀 필자는 스타트업으로 직장을 옮겼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에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매일을 Challenging 하게 보내고 있다. 어쩌면 필자는 고등학교 이후 명확한 목표를 가지기 어려웠던 시기에 지금과 같이 명확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고,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스타트업에서 몇 가지 목표를 이뤄가면서 고등학교 때 느꼈었던 성취감, 희열들을 다시금 느껴가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또 다른 동기부여 근원은 높은 자존감과 책임감이다.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필자는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뒤쳐지기를 싫어하는 성향이 생겼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방보다 더 잘 해내야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높은 자존심이 생겨났다. 현재의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보니 이전의 대기업과는 달리 매우 똑똑하고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이 회사 곳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최소한 그들만큼 성과를 창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보다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은 100% 몰입하여 일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
책임감 또한 필자의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했었다. 소심한 성격은 성인이 된 이후 완전히 극복하여 현재는 영업 업무도 능숙히 소화하고 있지만, 남에게 피해 끼치길 싫어하는 성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맡은 바를 무조건적으로 잘 수행해야 한다는 높은 책임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의 스타트업에 처음 합류해서는 Early Stage였기에 다양한 부분을 포괄하는 큰 역할을 맡았었으며, 80명의 넘는 회사로 성장한 지금은 2개의 팀을 이끌며 7명의 팀원과 같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두 역할 모두 큰 책임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기에 회사 및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고 일하고 있다. 특히 팀원을 이끌기 시작한 이후에는 팀장인 필자가 업무 진행에 있어 Bottle Neck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근무 시간에 회의가 많을지라도 일과시간 이후에 팀원이 보낸 메일에 답장을 해 모든 업무가 On-time에 진행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이 새벽까지 일하는 무한 야근 생활을 만들어 냈음을 부정할 수 없으나, 반대로 많은 업무가 빠르게 처리될 수 있게 되었으며, 팀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3가지 분류로 필자가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기부여의 근원을 설명하다 보니 마치 필자가 스타트업에서 엄청난 일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성취한 것처럼 현실과는 달리 묘사하지는 않았나 걱정이 된다. 다만 이러한 동기부여 이야기를 기술하면서 스타트업에서의 Life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환상만큼 좋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었으며, 반대로 열심히 일한 만큼 개개인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었다. 일반화하여 정의하기 어렵겠으나, 굳이 한마디로 스타트업에 잘 맞는 인재상을 정의해본다면 이와 같다. ‘Self-Drive가 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업무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성취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 강한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는 사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예비 스타트업 종사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늦은 일요일 밤, 짧은 글을 마치고 다시금 업무를 하러 돌아가 본다.
Written by 이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