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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빡쌤 Oct 15. 2020

수학 선행학습에 대하여

고등학생 수학 선행학습에 대한 생각

'선행학습을 얼마나,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는 질문은 종종 받는다.
선행학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터라 항상 안해도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비단 수학 뿐만아니라 모든 과목에도 적용된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가 된 입장에서는 그 믿음이 흔들린다.
불안이 믿음을 허문다.

한글을 초등학교 입학전에 가르쳐야하는가?
그래도 되지만 안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한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 또는 그 부모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면 구지 선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지만, 지금 내 마음은 첫째 아이에게 한글을 안가르쳤다면 어쩔뻔했냐며 안도한다.
첫째 아이가 7살일 때, 유치원 참관수업에 갔었다. 음악수업(박자를 맞추며 악기를 두드리는 수업)을 하였는데 마지막에 개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모둠별로 가사를 바꾸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직접 악보에 가사를 적어야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수행하였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한글을 잘 적는 상황에서 내 아이만 모른다면 아마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또 한글을 아직 배우지 않는 학생이 있는데 수업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그것 또한 내 아이만을 생각한 역차별이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수학선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순전히 고등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그 범위를 제한하겠다. 분명히 그렇게 제한하고 이야기를 하겠다.

결론은 "수학 선행학습 하지 말아라"이다.
학원에서 늦어도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면 선행학습이 시작된다. 2월달이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범위를 3바퀴를 돌렸네, 4바퀴를 돌렸네하며 불안함을 가중시키는 소문이 들려도 그래도 한 번 참자. 또 참자.

학기초 수업시간 프린트를 나눠주고 푸는 과정을 지켜보니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학생은 선행을 하지 않은 학생이 아니고 선행을 잘못한 학생이다. 3바퀴, 아니 4바퀴를 이미 돌리고 입학한 학생도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념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에게 수학이란 과목은 끔찍한 괴물과 같은 혐오감 덩어리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덤벼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거나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다. 즉, 나는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니 이 문제는 언젠가는 풀어내고 말리라라는 자기존중감이 충만한 학생이거나 어찌되었든 수학은 내인생에서 공부해서 정복해야할 가치가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꼭 풀고 넘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현재는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하더라도 2학년, 3학년으로 진급하여 더 어려운 수학을 만났을 때, 수학을 혐오하는 학생이라면 포기하게 될 확률은 계산 안해봐도 뻔할 것이다.

우리는 수학을 언제부터 어려워했을까? 언제부터 혐오대상 첫번째 과목이 수학이었나 잘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저학년때만해도 수학은 최고의 과목이 아닌가? 더하기 빼기만 조금하면 답이 딱딱 떨어지니 한글 받아쓰기보다 쉽고 명확하다. 대부분 선행학습을 과다하게 시작하면서 수학이 싫어지게 된다. 계산이 가득들어있는 학습지를 하거나, 어렵지만 미리 학습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며 강압적으로 했었던 선행학습으로 부터 수학이 미워지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제까지는 그래도 수학을 잘하고 미워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초등학생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는 것이다.

예습(선행)은 언제, 얼마만큼 해야하는가?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궁금한게 많이 생길 만큼. 예습을 통한 호기심과 궁금한 점은 수업시간을 통해 해소되어야한다. 미처 해소되지 못했거나 수업시간에 생긴 궁금증은 복습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수학 실력이 향상되고 수학은 해볼만한 과목으로 변하는 것이다. 예습을 몇바퀴를 돌려서라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풀어내서 복습이 필요없게끔 하겠다는 것은 오만이고 오류이다.

물론 보잘것 없는 경력을 가졌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동안 느끼고 고심한 결론이다. 수학 선행보다 수업과 복습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여차하면 예습은 없어도 된다. 불안한 마음은 지난날을 복습하면서 가라앉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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