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5년 차 미국 주부의 아마존 인플루언서 도전기
잡지사 리빙 에디터, 방송국 마케터의 경력은 도합 12년. 하지만, 그 허울을 다 벗은 지금의 나를 찬찬히 분석해 보니, 정작 나는 나 자신을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회사 프로젝트로 맡은 일은 프로젝트 이름부터 마케팅 키워드, 방향까지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관리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작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는 그 어떤 타깃도, 콘텐츠 콘셉트도, 방향도 없었던 것이다.
소셜 미디어 20년 차의 고인 물은 이제야 비로소 타깃과 콘텐츠의 방향을 고려하여 틱톡 계정을 오픈했다. 틱톡을 오픈하며 고수한 몇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주변인들 그 누구에도 알리지 말 것. 심지어 남편도 모른다.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기존의 나를 내려놓고 새롭게 브랜딩 하고 싶었다. 일종의 사이버 신분 세탁이랄까.
북미권의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타깃으로 하므로 100% 영어 콘텐츠를 남길 것.
Korean Food in US라는 키워드로 미국인들도 쉽게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한식 콘텐츠를 남길 것.
그렇게 계정의 이름을 정하고, 콘텐츠의 방향을 정했으니 이제 필요한 건? “스피드"와 “꾸준함"이다.
1일 1 업로드를 목표로 연말에 할 수 있는 음식들로 먼저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 지점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인플루언서가 뭐지? 그리고 나는 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거지?
인플루언서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기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물 또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플랫폼을 구독하는 팔로워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팔로워들에게 물건을 팔거나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이다.
An influencer is someone who is able to persuade a lot of other people, for example their followers on social media, to do, buy, or use the same things that they do. They are often paid or given free products in exchange for doing this." (출처: 옥스퍼드 영어 사전 기준)
이렇게 본질을 들여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나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97불 쿨거래한 내가 너무 가소로워 웃음이 났다. 특히나 내가 도전하려 하는 '아마존 인플루언서'의 경우,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유저들을 설득하고 그들이 구매 버튼을 누르도록 하는 강력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분명 육퇴 후 누워서 검지로 띡띡 스크롤할 땐, 나도 시작만 하면 30초 전후의 짧은 영상 정도야 자판기처럼 쭉쭉 뽑아낼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몸을 직접 움직여 촬영부터 편집, 포스팅까지 하는 일은 삼일이 꼬박걸렸다. 이미 틱톡 1일 차에 나는 그동안 “도파민 중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조롱했던 틱톡커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꾸준하고 폭발적인 집중력을 가진 사람들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한 때 마케터로 프로그램 홍보 영상과 채널 브랜딩 영상을 기획했던 사람이라는 나만의 고집에 갇혀, 나만의 기준을 높게 세팅한 적이 있었다. 어디에 출품할 영상도 아니고, 소소한 내 일상의 영상임에도 나는 항상 불만족스러웠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런 마음이 틱톡에서 사라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대한 빨리 팔로워를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해 아마존의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즉, 닥치고 실행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
그래서 10 DAYS of KOREAN FOOD라는 시리즈 물로 매일매일 나에게 미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