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5년 차 주부의 아마존 인플루언서 도전기
우리 집 #chochengkitchen의 음식을 틱톡 유저들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피드 별로 제목은 물론 영상의 콘셉트도 정해서 제대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사실은 그 작업이 얼마나 무겁고 진지한 과정인지 스스로 알기에 피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여기서 잠깐)
#chochengkitchen의 유래가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살짝 그 스토리를 공유하겠다.
한국에서 태어난 나의 성은 Cho,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계 남편의 성은 Cheng. 이렇게 먹는 게 진심인 두 부부가 항상 지지고 볶은 우리만의 주방을 #chochengkitchen이라 이름 붙였고, 인스타그램에 따로 해시태그를 만들어 피드와 스토리에 저장하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연말에 화려하게 찍어두었던 파티 하이라이트 음식을 '애피타이저'로 업로드한 후,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업로드에 들어갔다.
10 DAYS of Korean Food의 시작을 알린 메뉴는 떡국.
한국식 떡집에 찾아가 극성맞게 절반만 자른 가래떡을 4팩 구입해 동전 모양으로 잘라, 올해도 '대박'의 기운을 듬뿍 담았고, 직접 우려낸 양지 육수와 고기 고명, 그리고 가지런히 썰어서 올린 달걀지단까지. 설명충답게 각 단계별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꾹꾹 눌러 담아 첫 영상을 완성했다.
1일 1 영상이 나에게 남긴 것은 어마어마한 촬영과 편집 스킬이 아닌, 처참한 영어 실력의 현주소였다. 나름 국내파치곤 괜찮은 영어 성적에, 병원과 관공서 업무정도는 약간의 버벅댐을 곁들여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 영어 공부는 나의 자기 계발 항목 우순위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아무리 짧은 영상이라도 촬영해 보고 편집해 본 사람은 안다. 명확한 스크립트와 카피, 스토리 보드 없이 완성도 있는 영상이 나올 리 없다는 걸. 쉬운 단어로만 돌려 막기 했던 나의 영어는 30초 만에 민낯을 드러내며 내게 또 다른 숙제를 주었다.
어차피 내가 생각한 타깃이 '북미권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니 영어가 제1순위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마음이 급해 외면했을 뿐. "백지는 수정할 수 없다"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을 다시 하면 되뇌며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시작은 아마존 인플루언서였지만 그 타이틀을 얻기 전에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삶의 터전을 바꾼 이곳에서 "언어"부터 바꾸어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할 것, 그리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것. 그리고 일단 A, B, C 라도 적어보는 거다. 안되면 다시 써보고, 맘에 들 때까지 수정하면 되니깐.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절대 내 삶을 백지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쉬지 않는 손가락 (aka.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