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생각의 바다 위에서

사유는 파도를 멈추는 일이 아니라 그 위를 바라보는 일이다

by senpebble


우리는 하루 종일 생각 속에 잠겨 산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건 금세 사라지고, 어떤 건 오래 남아 마음을 흔든다.
스쳐가는 상념, 그 작은 파편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만든다.
오만가지.jpg 머릿속에서 별처럼 흩어지는 오만가지 생각들


잡념이라 부르는 것에도
삶의 단서가 숨어 있지 않을까?



가만히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조용해지지 않는다.


내일 점심은 뭘 먹을까 하는 사소한 고민에서부터,

문득 십 년 전 친구 얼굴이 떠오르는 뜬금없는 기억까지.


생각은 쉴 새 없이 나를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웃음이 나온다.

“사람은 하루에 몇 가지 생각을 할까요?”라는 질문에

“오만가지요”라고 답한 게 괜히 한 말이 아니구나 싶다.



사실 오만가지라는 말은 좀 과장 같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그만큼 많고, 정리되지 않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불 끈 방 안에서 나는 늘 이런 생각들의 잔치 한가운데 있다.


내일의 일정이 불쑥 떠오르고,

어제 못한 말이 아쉬워 다시 입속에서 맴돌고,

어릴 적 기억이 영화처럼 재생되기도 한다.


그 순간만큼은,

내 머릿속이 작은 우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들이 시끄럽게 몰려올 때는 답답하다.

그냥 다 꺼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바로 그 소란함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 기계처럼 하루를 반복할 뿐,

느끼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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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라는 건,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니다.


조용한 새벽에,

문득 흘러든 빗소리에 잠시 멈춰 귀 기울이는 순간.


버스 창밖에 맺힌 빗방울 하나에 오래 시선이 머무는 일.


그게 바로 사유다.

수많은 잡생각 중에서 어떤 하나에 잠시 마음을 얹는 일.



어떤 날은 스쳐간 생각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는다.

예컨대 지나가듯 떠올린 친구의 안부가 결국 전화로 이어지고,

그 대화가 내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


또 어떤 날은 하찮아 보이는 상념이 글의 씨앗이 되어,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가기도 한다.


그러니 쓸모없어 보이는 생각이라도 함부로 내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으니까.


87a2562d-17bd-47cd-8de3-1692f740bf25.jpg 머무는 마음, 하나의 빛


나는 이제 머릿속의 오만가지를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유영하려 한다.


바다 위에 수없이 이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그 파도 위에 몸을 맡길 수는 있듯이.


상념의 소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거기서 예상치 못한 길이 열리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머릿속은 끊임없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분명 또 다른 오만가지 생각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 아닐까.


셀 수 없이 많은 생각 속에서 웃고,

흔들리고,

또 조금씩 자라나는 존재라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