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사랑도 계절을 따라오는 걸까
그해 깊어만 가는 여름, 나는 스물이었고 사랑을 몰랐다. 아니, 사랑인 줄 모르고 사랑했다.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뜨거웠던 이유도, 그 사람 때문이었을까...
무더운 여름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그즈음이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우리는 약속 장소에서 서로를 기다렸다.
그녀가 늦으면 나는 매미 소리를 세며 시간을 견뎠고,
내가 늦으면 그녀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해, 버스가 안 왔어."
그런 변명들이 사랑스러웠던 시절.
그녀는 문학을 전공했고, 나에게 자주 시를 읽어주었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안도현의 그 시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붉어졌다.
매미처럼 뜨겁게 우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그 여름 내내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캠퍼스 곳곳에서 매미들이 울어댔다.
"너무 시끄럽다."
내가 투덜거리면 그녀가 말했다.
"매미는 평생 준비해서 딱 한 달만 우는 거야. 우리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사랑하겠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처음 깨달았다.
사랑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을.
스무 살의 나는 급했다.
매일 만나도 부족했고,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허무가 아니라 절박함이었다.
짧은 청춘, 뜨거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해 가을, 우리는 헤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계절이 바뀌었고,
매미들이 울음을 멈췄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별도 계절 따라오는 걸까?"
그때는 슬펐지만, 지금은 안다.
어떤 사랑은 여름에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여름을 맞는다.
매미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른다.
벤치에 앉아 시를 읽어주던 그녀의 목소리,
늦은 오후 도서관에서 나누던 대화들,
함께 걸었던 캠퍼스 플라타너스 길.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혹시 매미 소리를 들으며 그 여름을 기억할까.
나처럼 가끔 미소 짓고 있을까.
매미는 알고 있었다.
사랑은 시간이 아니라 온도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가장 뜨거운 계절에만 울었고,
우리는 가장 뜨거운 나이에만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무 살 여름의 온도를,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 계절이 끝났다고 사랑이 끝난 게 아니다.
다만 다른 계절의 사랑을 배워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