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후기
방송에서 네이버에서 그리고 유튜브까지 '오징어 게임' 이야기뿐이다.
c 인턴은 주인공이 나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
내가 오징어 게임을 보면 공감이 많이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마구마구 추천했다.
거참~ 오징어 게임이 뭐라고...
토요일에 등산 대신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탈락!
두두두두두두두두.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탈락이라는 소리와 함께 무참히 죽어나갔고
나 아련했던 기억들도 두두두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죽어나갔다.
뭐야! 이런 유치한 게임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거였어?
나에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친구들과 헤헤거리며, 함박웃음 참으며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빨리 문장을 말하며 즐겼던 게임이었는데...
오징어 게임 1화가 끝나고
내 국민학교 기억 저장소에는 무궁화 꽃 대신 피범벅을 한 오징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 아련했던 기억들은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새롭게 덧칠되고 있었다.
그것도 시뻘겋게...
어렸을 때 뽑기라고 했던 달고나 게임은 좀 웃겼다.
각 지원자가 받은 통은 생각보다 근사했는데
통을 열면 달고나 하나와 바늘 하나가 들어가 있었다.
에이~ 바늘까지 주면 이건 반칙이지.
이쯤 되면 내 국민학교 시절 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음. 오케이. 짧게 하겠다.
그게 과연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1,2 학년 시절까지 난 친구들과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
당연히 학교까지 가는 버스는 없었다.
동네 산을 넘고 젖소목장을 지나고 공동묘지를 지나면 비포장도로가 나왔는데
그 앞에 잉어 뽑기 아저씨가 있었고 그 아저씨를 지나서 좀 더 걷다 보면
내가 좋아했던 아니,
우리반 남자라면 모두 좋아했던 여학생 집을 지나 학교 근처에 다다르면
좌판을 깐 달고나 아저씨가 있었다.
달고나 아저씨 좌판은 단출했지만 언제나 아이들로 바글거렸다.
지금은 얼마인지 까먹었지만 돈을 내면 달고나 아저씨는 달고나 하나를 뚝딱!
만들어 좌판에 깔린 철판에 무심하게 툭~ 던지고 무름판으로 달고나를
동그랗게 만든 후 그 위에 원하는 모양을 찍어줬다.
그러면 우린 보석 같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틀에 찍힌 모양을 만들기 위해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달고나 가생이부터 조금씩 조금씩 잘라먹었다.
그러다 달고나 모양에 금이 가는 순간 얼굴에도 금이 지나갔고
잠시 후 에이~하면서 금이 간 달고나를 입안에 넣고 와구와구 씹으며 다음을 기약한 후
여전히 세상 집중해서 가생이부터 잘라내고 있는 친구들의 달고나에 기웃거렸다.
오징어 게임에서처럼 바늘을 쓰거나 침을 바르면 달고나 아저씨는 귀신같이 알았다.
여기 봐. 뭉툭하지? 침으로 녹였네.
침을 쓰면 안 돼. 손으로만 해야지.
사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달고나 아저씨가 만들어준 모양을 깔끔하게 완성하기는 무지 어려웠다.
왜?
아저씨는 언제나 무름판으로 모양 틀을 눌 때 다른 달고나 아저씨들보다 살짝 찍어줬기 때문이다.
즉, 모양 틀에 찍힌 선들이 희미했다는 말이다.
우린 매번 모양 틀을 완성을 하지 못하고 달고나를 입에 넣고 와구와구 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음날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달고나 아저씨 앞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뽑기를 했다.
어제 기억을 모두 잊은 아이들처럼.
설명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아무튼 그 시절에
내가 경험했던 달고나에 바늘은 '공식적인' 도구는 아니었다.
그리고 달고나 게임을 하는 놀이터에 있는
뺑뺑이, 미끄럼틀, 정글짐 그리고 그 놀이터에 없었던 구름다리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이것들은 나중에 기회 되면 이야기를 해보겠다.
오징어 게임 회차가 결말로 치달을수록 몰입감도 함께 높아졌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 추억들이 눈앞에서 휙휙 지나가고
어느 순간 눈앞에 영상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잠시 영상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어렸을 때를 회상했다.
구슬치기, 담방구, 딱지치기, 동그란 딱지게임,
딱지마저 없을 때는 병뚜껑 주어서 망치로 펴서 딱지 게임을 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하면 단추 있는 옷은 영락없이 단추가 모두 가출했고
웬만한 옷들은 게임이 끝나고 나면 목 주변이 찢어져있었다.
그때쯤 우리들 뒤편을 보면 붉은 노을이 기가 막히게 깔려있었고
우린 그 지는 노을을 보며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는 뭘 해도 시간이 뚝! 딱! 가고
그때는 뭘 해도 친구들과 만나면 끊임없이 웃고 떠들었는데
시간은 미친 듯이 달려 어느새 나를 40대 후반까지 강제로 이동시켜놓았다.
독한 놈. 이렇게 꾸준할 수가.
넷플리스에서 1위 한 오징어 게임, 재미있는 것! 인정한다.
But!
그렇다. 언어는 But부터가 진짜다.
그러나, 나에겐 오징어 게임 드라마보다
어린 시절 실제 오징어 게임을 하고 구슬치기를 하고
뽑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던 그 시절이 훨씬 더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오징어 게임 제작진분들, 감사합니다. 잊고 있었던 추억들을 되살려줘서)
20대에는 맛있는 거 먹고 근사한 차 타고 넓은 아파트에서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요즘 드는 생각은 매일 산해진미를 먹고 외제차를 수십 대를 가지고 있고
50평 넘는 아파트를 10채 가지고 있는다고 해서 '행복'이 부록처럼 저절로 따라올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강도가 아닌, 빈도다!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그때 나와 같이 함께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바라며...
나에겐 오징어 게임은 잊고 있던 아련한 추억이고, 그리움이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무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