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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Jan 29. 2022

"생활동반자법은 깐부같은 거예요."

트레바리 gd심화에서 <외롭지 않을 권리>를 함께 읽고 토론한 기록

"영화에 왜 내내 서스펜스를 깔았을까요?"

"커밍아웃하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이나 관계를 들킬까봐 느끼는 (아마 마도&니나가 평생 가져왔을)불안감을 관객이 함께 느껴주길 바란 것 같아요."

페어링한 영화, <우리 둘 (Deux)>

" 주는 상징적 의미도 커요. 이십 년이 넘도록 연인이었는데 복도를 두고 마주보는   개를 굳이 얻어놓고, 자녀나 손님이 오면 마치 살고 있었던    집에 건너가잖아요. 마도가 아프고 요양병원에 실려가도, ‘제일 소중한  사람 돌보기는커녕 생사도   없는 상황을 집이  보여주고 있었어요."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을 깨기 위한 법이 아니에요. 현금으로 채울 수 없고 점점 커져만가는 불가피한 돌봄 공백을 채울, 현재로선 거의 유일한 대책이에요."


"이 법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게 중노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의 '정규직화'라는 말도요."


"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1인 중심의 복지로 가야 해요, 지금 가족 중심으로 제공하는 복지를 줄이고요. 고독, 친밀함, 돌봄은 국가가 책임질 영역이 아니라는 거죠. 국가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만 제대로 해도 바쁩니다. 결혼 제도 폐지에 상속 금지시키고, 사후에 국가에 귀속시켜서 이 재원으로 1인 지원에 집중하는 거죠. 결혼 브랜딩 그만할 때예요."


"결혼이 올인원이라면 생활동반자법은 깐부 같은 거예요. 너랑 나랑 짝꿍! 그리고 어떤 권리를 서로에게 부여할 것인지 체크리스트에서 골라 약속하고 보장하는 정도는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주거, 상속 관련 이슈는 너무 복잡하지만, 의료결정권이나 사망 후 시신 인계 같은 이슈부터라도 시작할 순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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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회 보좌관 황두영 씨가 쉽게, 그러나 정성스럽게 쓴 생활동반자 이야기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다. 함께 본 영화는 <우리, 둘Duex>필리포 메네게티, <이 가족이 사는 법C'est quoi cette famille>가브리엘 쥘리앵라페리에르.

<이 가족이 사는 법 (영어 제목 We are family)>, 가족이 무엇인지 경쾌하게 묻는다.


책도 영화들도 임팩트가 선명해 따로따로 이야기해도 한참거리였다. 우리 멤버들의 기발한 이야기 듣는데 너무 재미나서 시간 가는 게 아쉬웠다. 늘 느끼지만 넉 달 한 시즌은 서로와 세상을 읽어나가기에 조금 짧은 거 같아.


#트레바리 #트레바리gd심화 #외롭지않을권리 #생활동반자법 #우리둘 #이가족이사는법





다소 길긴 하지만, 생각을 불러일으킨 책의 문장들.


1부 외로운 대한민국

1. 미안하지만 부담스럽네요, 가족

36 부양의무제로 대표 되는 정부의 선 가족부양, 후 사회보장 제도는 가족 간 돌봄을 튼튼하게 하기는커녕 부담을 더 키운다.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최소한 주거, 생계, 교육, 의료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 제도를 운영한다. 이때 경제생활을 하는 자녀, 부모, 배우자가 있으면 실제로 부양을 받는지와 무관하게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한다. 가족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하고 그게 안 될 경우에만 나라에서 도와준다는 뜻이다. 두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은 93만 명으로 추정된다(2015 기준).

43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저소득층 남성은 가장 역할을 못해 결혼하기 힘들고, 저소득층 여성은 결혼하지 않고 살기가 어렵다.

46 이혼율이 가장 높았던 2003-2018년 15년간 결혼 연차별 이혼통계를 보면 결혼 20년차 미만 부부의 이혼건수는 47% 감소한 반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은 오히려 22% 증가했다.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졌거나 혹은 철없이 결혼해서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편견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이혼하는 커플은 IMF 이전에 결혼한 중노년이다.

47 불안정한 노동시장은 사람들에게 무리한 투자, 사업 도전 등을 통한 '인생 한방'을 부추기는데 이에 휘말렸다가 멀쩡한 가계가 추락하기도 한다. 함께 발생하는 가정 불화와 폭력,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는 위기 가정이 다시 일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현실적으로는 얼마간의 전세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혹은 자녀를 채권추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혼을 선택한다.  (...) 노인 부부의 이혼은 꽤 많은 경우 병간호 때문이다. 연상의 남편과 연하의 아내가 결혼하던 관습과 여성의 긴 평균수명이 더해져 보통의 경우, 아내가 남편을 간호한다. 결국 여성 노인이 남편 간호를 거부하면서 이혼을 요청한다. 이런 이혼 사례에서 과거 남편이 학대, 폭력 등의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

49 저출산에 대한 호들갑은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출산에 대한 대중적 공포만 키운다.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는 것은 오히려 무모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안 낳아서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겁을 줘봤자 아이를 낳으면 당장 내가 망할 것 같은 불안감보다 강하기는 어렵다.

출산은 인생에서 가장 긴 계획이다. 긴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삶은 이미 특권이 되었다. 실제로 결혼을 한 부부 사이에서 출산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는 인생에 긴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결혼을 안 하니 당연히 출산도 하지 않는다.

(...) 아이를 낳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를 대충 키워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도 공공보육을 확대해 육아노동의 부담을 줄여주고, 아동수당을 통해 아이에게 나가는 생존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단순히 살아 있게 하는 것 이상이다. 한국의 양육은 더 나은 계층에 자녀를 데려다 놓기 위한 도전이다. 부모는 매 순간 정보를 수집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전략적 선택을 통한 투자를 해야 한다. 반면 사회적 인프라는 평균 수준의 보육을 제공하는 국공립 어린이집마저 줄서서 보내야 할 정도로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부모 역할에 대한 도덕적 강박, 성과주의적 평가가 심하다. 책임감은 강한데 그 책임감을 다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 다만 가족을 꾸리는 일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순간을 보내며 함께 사는 재미를 느끼길 기대하는 것이다. 분명한 건 한국은 함께 사는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낼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두려워한다.

52 혈연과 혼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의무를 지는 가족이 아닌 같이 사는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로,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맥락 위에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어야 한다.


2. 돌봄 공백: 1인 가구는 자유로울까?

66 OECD 가입국 중에서 노인 자살률이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위기 노인의 핵심에는 1인 가구가 있다. 65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은 2000년 54만 4000가구에서 2017년 137만 1000가구로 증가하였다. 노인 인구 중 23.6%가 혼자 산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65-74세의 1인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고령화와 함께 75-84세의 1인 가구의 수가 더 많아졌다.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 혼자 살 만하니까 혼자 살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노인 중 '기능제한이 있는', 쉽게 말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혼자 사는 비율(33.8%)이 가장 높다.(...) 부양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양이 필요해도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것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 노인실태조사).

70 우리 사회는 중노년의 돌봄 공백과 외로움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가령 자살에 대한 논의도 그렇다. 중노년 자살은 청년 자살보다 훨씬 심각하다. 세대가 올라가룻록 자살률이 높아지고 노년이 되면 폭증해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높은 자살률과 1인 가구의 증가 등 중노년층 돌봄 공백에 대한 적신호가 계속 커지는데도 정책적 지원은 거의 없다.

71 1인 가구는 주로 개인주의, 자유, 독립성 같은 키워드로 논의된다. 하지만 다수의 1인가구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다. 선택해서 혼자 산다고 할지라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이라면 자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 1인 가구 셋 중 둘은 방법이 있다면 함께 살고 싶어한다(66.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가족은 서로에게경제적 정서적 안전망이다. 1인가구는 이런 안전망이 없다. 1인 가구가 자유롭가도 말할 때는 가족이라는 무게감, 진득한 감정적 애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정서적인 안전망에서 소외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 게다가 소득이 불안정한 1인 가구는 당장 벌이가 없어지면 생계가 멈춘다. (...) 1인 가구는 위태로우니 무조건 가족과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변동에 따라 가족과 함께 살기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일어나는 가족 구조조정의 결과가 1인 가구의 폭증이고,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1인 가구가 된 사람들이 심각한 돌봄 공백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74 결혼 포기, 사별, 저소득으로 인한 이혼으로 만들어진 중노년 1인 가구는 자녀 부양, 결혼 등 '정상 가족' 제도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카드 뭉치에는 정상 가족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없다. 청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들이 언젠가 정상 가족을 만들고 아이도 낳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상 더 거대한 중노년 1인 가구 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집 안에서 함께 생활을 나누고 일상적으로 서로를 돌보는 차원에서 돌봄 공백의 해소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3. 고독의 사회적 비용

80 (...) 돌봄이 아무리 사회화, 시장화되어도 어떤 핵심적인 부분은 '집안'에서 '아주 친밀한 사람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돌봄, 돌봄노동이 다른 행위와 구분되는 특성이다. 가사도우미를 쓰고, 종일반 어린이집을 보내도 돌봄의 아주 핵심적이고 내밀한 무언가는 비어 있다. 그 공백에는 누군가가 서로를 전적으로 바라보고 더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이 있다. (...) 지금 우리 사회는 돌봄 공백을 시간제 사회 서비스 바우처나 적은 현금으로 채울 수 있다고 착각한다. 돌봄에는 사회 서비스의 구체적인 업무로 쪼개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즉 생활을 공유하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그렇다. 가령 밤이면 차오르는 적막한 불안감, 언제 올지 모르는 심장마비나 뇌진탕,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가지는 범죄 공포를 어떤 사회 서비스가 채울 수 있을까. 저녁 메뉴를 상의하는 일, 힘들고 피곤한 날 맥주 한 캔 건네는 일, 직장상사를 죽이지 않도록(ㅋㅋㅋ) 다독이는 일을 어떤 사회 서비스 노동자에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81 돌봄을 국가의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여성의 본능이자 덕목이라고 여겨졌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은 부모자식에서 형제로, 조부모와 삼촌, 사촌으로 호적의 줄기를 타고 흐르며 다른 여성의 손에 맡겨졌다.

82 사회의 돌봄망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서로 돌보고자 하는 자발적인 마음을 최대한 모아내야 한다. 혈연가족도 부담스러워하고 혼인도 안 하겠다는 현실에서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사회의 보물 같은 존재다. 이 험한 인간 세상에서 '믿고 사랑하는 사람과 돌봄을 주고받는 일'은 제로섬이 아닌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동이다. '서로 돌봄'은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국민의 행복 총량을 늘릴 수 있어서 정책적으로 기적에 가깝다. 생활동반자법은 다양한 가족제도와 더불어 서로를 돌보는 마음을 조직화하는 또 하나의 기본제도다.

83 혼자 살면 둘이서 살 때보다 주거비, 식료품비, 냉난방비, 전기 및 인터넷 비용 등이 훨씬 많이 든다. 게다가 돈을 많이 들여도 인간다운 풍요로운 삶을 살기는 어렵다. (...) 1인 가구에게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의 폭증은 정부의 사회복지 재정에 위협적이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1인 가구 비율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인 가구가 늘면 정부가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할 사람도 늘어난다. 가령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상 2019년 최저 생계비용의 기준을 1인 가구 51만 2102원, 2인 가구 87만 1958원으로 잡고 있다. 단순하게 게산해 수입이 전혀 없는 두 명에게 생계 급여를 지급할 때, 혼자 사는 두 명에게는 102만 4204원을, 둘이 같이 살면 87만 1958원을 지원해야 하므로 재정을 약 17% 가량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둘이 같이 살면 최저 생계비용 이상의 소득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므로 실제로 더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1인 가구 주택 적은 평수에 필요한 물건은 많음, 인간다운 삶 보장 더 어려움)(...) 1인 가구에게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인간다운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로서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85 직접 현금을 지급하고 예산을 들여 1인가구에게 임대주택을 주어도 돌봄 공백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많다. 1인 가구는 고독사를 비롯한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땜누에 자주 방문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부분은 인건비다.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늘어나는 독거 가구에 대응하고자 진땀을 빼고 있다. 지자체는 독거노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최악의 경우 한시라도 빨리 발견하고자 한다. (...) 당장의 사회복지 예산만 낭비되는 게 아니다. 충분한 돌봄은 노동자가 다시 일터에 나와 일할 수 있게 한다. 반면 고독을 방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어난다.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 지원과 건강보험의 부담도 커진다. 살아가는 재미를 잃으면 새로 태어나는 아기도 줄어든다.

(...) 고독은 그저 개개인이 소주 한잔 털어먹고 잊으면 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위원회를 설립해 종합적으로 정책 대응을 하고 있다. 외로움 위원회는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보다 더 해롭다며 '사회적 전염병'이라고 규정했다.

87 '함께 사는' 수준의 돌봄 관계를 복원해보려는 유일한 시도는 공동주거 형식의 임대주택이다. 경북 영주시는 2014년부터 시장 역점사업으로 '노인 공동거주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8월 현재 한 채당 5명 내외가 함께 사는 집 10개소가 있다. 이러한 노인 공동주거 임대주택은 경남 남해군, 충북 음성군, 경북 상주시, 경남 의령군 등 농어촌 중심에서 시작해 점차 수도권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노인 1인 가구 뿐 아니라 청년 1인 가구의 문제도 심각한 서울시는 2016년 노인가구가 남는 방을 저소득 대학생에게 임대하면 지원금을 주는 '홈셰어링'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민관협력형 셰어하우스 청년 임대주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노력은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자체가 정해준 사람과 살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누구든 집에서는 샤워 후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고 싶다. 현재의 공동주거 임대주택 실험은 사생활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를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다. (...) 거주자 입장에서는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살기란 낯선 사람이 남긴 화장실의 대변 냄새, 수챗구멍에 낀 머리카락, 설거지 안된 그릇을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의 공동 주거 실험은 대체로 행정적 편의를 위할 뿐이다.

양질의 돌봄, 즉 자발적이고 상시적인 돌봄은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이들 사이에서 나온다. 사람을 무작정 모아둘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림을 합치도록 장려해야 한다. 서로를 돌보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으로 모인 사람을 조직화하고, 그런 마음을 키워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이를 위한 하나의 큰 디딤돌이다.

92 (처녀 수입이라 일컬어지는, 농촌 남성의 이주여성 결혼 현황 읊은 뒤) 지자체의 적극적인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은 우리 사회가 어떤 외로움을 중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농촌 미혼 남성의 어려움은 출산을 통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과 연관된 괴로움이다. 이런 종류의 외로움만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결혼에 대한 문화적 편견까지 뛰어넘으며 지원에 앞장섰다. 농촌 남성이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은, 농업 생산성을 올리고 농어업 노동조건을 바꾸고 농어촌의 가부장적 문화를 개선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공법 대신에, 적은 돈과 불분명한 기회에 자신의 삶, 몸, 노동을 기꺼이 내놓을 가난한 여성을 동원했다. 여기에 여성의 본성이니 하는 낡은 성 역할을 동원하여 관계의 냉혹함을 따뜻한 돌봄 관계인 양 눙치려고 든다. 아이돌보미 사업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출산과 무관한 외로움은 그 자체로 해결과제가 되지 못한다. 여성을 어떻게든 출산으로 몰고 가는 데에만 몰두한다. (...) 저출산 대책에서도 출산과 상관없는 여성의 삶, 결혼 밖의 친밀한 관계에 대한 상상력은 차단된다. 돌봄 공백이 낳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은 보상으로 여성의 삶, 몸, 노동을 교환하는 것보다 더 큰 상상력이 허용되어야 한다.

94 생활동반자법이 도입되어 가족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존의 가족제도가 무너지는데도 가족을 형성할 새로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로 사회복지비용이 폭증하는데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을까.


2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지만

4. 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100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에도 생활동바자법을 언급하며 정책적 대안을 희망하는 부분이 나온다. (...) '결혼' 외에 가족을 구성할 방법이 없는 건 섹스하지 않는 사람과는 애초에 가족을 만들 법적인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가족 구성을 위해 '성애적 관계'를 반드시 전제하는 것은 차별이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데 성적 관계가 필수일까? 신뢰를 담당하는 중추가 성기에 달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인간의 사랑, 돌봄, 신뢰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부부라고 해서 성관계로 관계를 유지하지도 않는다. 혼인신고를 하는 이성애 부부에게 원활한 섹스를 하냐고 묻거나 증명하라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부부가 성생활 없이 살지만 그들에게 가족을 구성할 자격이 없으니 헤어지라고 강제하지 않는다. (...) 그런 의미에서 '혼인관계'란 그저 혼인하기에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된 쌍에게 부여한 특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적당한 나이의 이성 관계가 아니면 서로를 돌보는 자발적 선의를 가진 이들의 뜻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혼인'으로만 가족을 만들 수 있는 건 비성애적 관계 등 그 외의 관계에 대한 차별이다.

(같이 산다고 했을 때 대출의 어려움과 불평등)

106 이외에도 차별은 다양한 곳에서 벌어진다. 일시적으로 실업했을 경우 가족 간에는 국민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해서 건강보험 비용을 줄이거나 연말정산 때 부양가족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서로 부양하고 안전망 역할을 하더라도 국가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보험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같이 쓰더라도 가족 아닌 타인이 공유하면 비싼 자동차 보험을 내야 한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도 수령인을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출산하거나 크게 아프면 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와 휴직을 인정받는다. 물론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생활동반자적 관계는 아예 고려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입원 수속, 수술 결정 등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결정을 위해 멀리 사는 혈연가족이 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민센터나 은행에서 간단한 심부름을 대신해주려 해도 둘의 관계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가정폭력 가해자도 가족관계가 청산되지 않으면 등초본을 발급해 피해자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동거인의 경우 아무리 가까워도 안 된다.

외적인 권리와 혜택뿐 아니다. 친구 사이도 오래 함께 살다보면 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생활비를 제때 안 준다거나, 나눠 내기로 한 월세나 공과금이 밀려 보증금을 깎아 먹는다든지,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고장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구끼리 이런 일쯤 쿨하게 넘길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나 마냥 참을 수도 없는 일이다. (...) 이런 경우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쉽지 않다. 부부의 경우 생활비와 가사노동의 가치 등을 일정 정도 추정해 손익을 따질 수 있고 생활비로 쓴 채무는 같이 책임지게 할 수도 있다. 동거하는 친구 사이에서도 원칙적으로 하나하나 자료를 모아 민사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 받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 계산하기도 쉽지 않다.

120 혼자는 힘들다.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은 이유는 다양하다. 정서적 충만, 경제적 안정, 장애인의 활동보조 등 이성애적 사랑에 비해 작은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이유로 같이 살고 싶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너무 익숙할 뿐, 사실 어떤 이유로 같이 살고 싶은지를 국가가 굳이 따져 묻는 것이 더 어색한 일일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해 신뢰하고 서로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지만 묻자. 그것이 생활동반자법의 정신이다.


5. 혼인신고의 장벽과 그 바깥의 사람들

124 당사자 스스로도 동거를 결혼에 이르기 전의 일시적인 상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 굳이 자랑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동거에 대한 사회적 편견, 특히 동거 경험이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굳이 나설 용기를 내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동거가 주로 저소득층의 문제다 보니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정치적 힘을 갖지 못한다. 한국에서 결혼이 아닌 동거를 선택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경제적 사유다. (49.4%), 상대에 신뢰가 생기면 하겠다 등의 심리적 이유(17.2%에 불과)

127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상속이다. 재혼을 하면 자녀들이 상속받을 자산이 크게 줄어든다. (...) 재혼 배우자는 자녀들보다도 1.5배 많은 비율의 상속을 받는다. 안 주려고 해도 재혼 배우자가 유류분 청구소송을 하면 상당 부분을 상속받을 수 있다. 계산이 복잡하지만 사망자의 자녀가 한 명인 경우, 재혼 배우자는 유언과 무관하게 최소한 30%의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다. 사망 직전에 혼인신고를 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결혼이라는 것은 이렇게 신고서 한 장만으로 둘 사이의 신뢰나 함께 보낸 세월과 무관하게 강한 힘을 발휘한다.

131 다른 유가족이 없는 경우 동거인이 있어도 무연고자로 처리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고자로 판정이 되면 동거인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지자체가 화장해서 보관한다. 동거인이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나중에 혹시라도 혈연가족이 찾아올지 모르니 허가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둘이 아무 사이 아니니 동거인이란 말만 듣고 시신을 내어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거가 사회복지혜택, 의료적 결정, 사망과 장례, 상속에까지 바로 연결되는 노인 커플에게 생활동반자법의 혜택은 매우 요긴하다. 법안이 대중화된다면 가장 흔히 사용할 계층이다. 자녀가 있는 노인 커플은 혼인신고하기가 어려운 반면, 같이 살아야 할 현실적 이유는 크기 때문이다.

132 이미 남녀 간의 동거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다가와 있는데도 어떻게 하면 좋은 동거생활을 할 수 있는지 아무런 규범이 없다. 함께 살기 위한 집을 구하는 문제, 생활비 분배, 부양관계에 대한 인정 드의 문제는 성애적 관계와 비성애적 관계에 차이가 없다. 남녀가 함께 살고 또 헤어질 때는 우정 동거와는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동거에 대한 제도와 윤리가 부재한 곳에서는 둘 중 약자가 손해를 보기 마련이고, 이는 보통 여성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가정폭력의 ㅁ누제다. 물론 비성애적 관계에서도 가정폭력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남녀 사이에서 가정폭력은 더 빈번히 일어나고, 더 지속적인 경우가 많다. 동거인 가정폭력은 쉽게 신고할 수 없으며, 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취급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묶인 사이도 아닌데 싫으면 안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폭력 피해는 사람을 무력하게 하며,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어렵게 한다. 또 재산의 대부분이 얽혀 있는 주거를 옮기는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동거 가구의 다수가 저소득층인 현실을 감안했을 때 싫으면 갈라서면 된다는 해결책이 통하지 않는다.

136 동거녀 살인은 정말 흔하다. 다른 가족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가족 내 살인, 특히 남성이 여성을 살인하는 경우는 살인에 이르기까지 오랜 폭력이 있었던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은 일상생활과 범죄 피해를 분리하기 어렵고, 함께 사는 사람에 의해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동거인 가정폭력은 편견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관련법이 없어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른 가정폭력보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26 불안정한 동거생활에서 임신은 축복이 되기 어렵다. 한국은 혼외출산율이 2% 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OECD 국가의 혼외출산율은 평균적으로 40% 정도이다. (헐 이정도로 차이나다니!)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는 혼인이 필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동거 중 임신은 관계를 위태롭게 만든다.

139 이미 같이 살고 있거나, 혹은 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더 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결혼할 준비를 하지 못한 청년들,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가난한 사람들, 자신의 재산권을 지킬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를 방치하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이들을 위한 법이다.


6. 생활동반자법은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다?

141 '비혼/동거 가정에 적용하려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들의 동거도 가족 형태로 인정하여, 법의 보호와 복지 혜택을 누리게 하려는 유럽식 '생활동반자법'으로 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는 건전한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는, 악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 논평, '비혼/동거 가정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진정 해법이 될 수 없다', 2015.10.20.


141 생활동반자법은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다. 정확히는, 동성애자도 위한 법이다. 동성애자가 대한민국 헌법의 적용을 받는 국민인 이상 우리 법의 혜택에서 배제할 수 없다.

142 생활동반자법은 원하는 사람과 서로를 돌보며 살 기회를 국민 모두에게 더 넓게 보장하려는 법이다. 생활동반자법은 둘이 왜 같이 살고 싶은지를 굳이 묻지 않는다. 둘이 성관계를 하는 사이인지, 마음으로 깊게 의지하는 사이인지는 국가가 알 필요가 없다. 생활동반자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둘의 관계가 안정적이고 평등하게 유지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것 뿐이다.

143 혼인은 생활동반자법에 비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훨씬 무거운 제도다. 많은 사람들이 동성혼 허용을 동성애자에 대한 호불호 정도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혼인은 생각보다 많은 권리와 연계되어 있을 뿐더러, 다른 맥락을 앞질러서 한꺼번에 특권을 부여하는 특이한 제도다. 복잡한 권리 관계에 관한 법인 만큼 동성 커플이 혼인을 할 수 있게 되면 상속권, 친권, 양육권 등의 관계가 달라진다. 국제법적으로도 '부부'는 특별한 권리를 가진다. 외국인은 혼인을 하면 배우자 비자로 바뀌어 영주권이 생기고, 시민권 또는 국적 취득에도 훨씬 유리해진다.

144 혼인이라는 건 국내법, 국제법적으로 아주 복잡하고 강력한, 이해하기 어려운 권리관계이다. 생활동반자법은 그에 비하면 단순하고 가벼운 법이다. 동성과 같이 살 방법을 열어둔다고 다 같은 법이 아니다. 혼인과 달리 생활동반자법은 훨씬 넓고 실용적인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생활동반자법은 국민들끼리 같이 살겠다고 할 때 정부가 보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제도다. 또, 생활동반자를 맺는 둘 사이의 권리 문제만 조정할 뿐, 신분관계를 변동시키지 않기 때문에 상속, 친권 등의 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145 실제로 프랑스의 동성 커플들은 생활동반자 관계에 만족하지 않고 결국 결혼할 권리를 요구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인 팍스를 도입하며 선도적으로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 동성, 이성 가리지 않고 동거를 폭넓게 인정하며 사회복지혜택 등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다.

(...)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상징성이 이성애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천주교적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결혼'이 종교적 성사의 하나였다. 그러나 계속된 투쟁으로 프랑스에서 2013년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었다. 결국 동성혼 논쟁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궁극적으로 해소해야지, 생활동반자법과 같이 구체적인 권리의 나열들로 해결할 수 없다.

147 차별금지법은 벌써 13년째 싸우고만 있다. 그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일 뿐인데 말이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려고 할 때마다 지독한 협박에 시달린다. 성 정체성,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세상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혐오표현 방지법을, 이종걸 의원은 증오범죄 통계법안을, 정성호 의원은 인권교육 기본법안을 발의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다. 이 법안들에서는 동성애,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는다. 그저 인권 정책의 일부로 성소수자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에 반대한다.

18년 4월 더민주 전혜숙 의원은 피해자의 신고가 없더라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여가부가 성희롱, 성차별 사건을 직권조사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당시 문제된 문화체육계 성추행 사건 대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동성애 혐오 단체들은 여가부가 성차별을 조사하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람도 조사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논의도 하지 못한 채 철회됐다.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 발의한 인권위 개정안도 철회. → 노어이: 이들 보수 의원들은 애초에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부정적인 입장, 동성애와 관계없이 제출한 법안마저도 동성애 반대 딱지 붙는 것!)

동성애 혐오의 피해자는 성소수자들만이 아니다. 동성애 혐오를 이유로 각종 인권 입법을 방해하면서 우리 모두는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들을 잃어가고 잇다. 우리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빼앗기고 있고,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혐오범죄를 예방할 사회적 기회를 상실했다. 인권위의 역할을 강화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동성애 혐오를 방관하는 와중에 우리 모두의 권리는 그렇게 삭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성 커플이 같이 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생활동반자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는 또 기회를 잃는 것이다. 국민으로서 더 많은 권리를 보장받을 기회 말이다.(...)


3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

7. 개인이 모여 함께 사는 즐거움

167 저출산도 결국 '함께 사는 즐거움'에 대한 문제다.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관계인지와 상관없이 사람과 함께 사는 재미, 서로 책임을 갖고 돌보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맛을 모른다면 자녀는 그저 십수 년 동안 억 단위의 돈과 시간의 고생을 들여야 할 부담일 뿐이다.

프랑스는 동거 관계를 인정하는 팍스법을 만든 후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여 OECD에서 드물게 2.0명 이상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동거 가구에 가정수당을 주고, 동거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차별을 철저히 금지하였다. 함께 사는 연인이 많아지자 임신, 출산도 늘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동거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 중 한 쪽과 살든, 동거 가구에서 살든, 혼인으로 이어지든 상관없이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살도록 육아수당을 크게 높였다. 프랑스 혼외 출산율은 2017년 기준 60%이다. 한국의 혼외 출산율은 대략 1%이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인정과 충분한 육아수당이 프랑스 출산율 상승의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8. 특별한 한 사람을 가질 헌법적 권리

181 소득, 연령, 건강상태 등이 비슷한 개인들도 가족 형태에 따라 지원받는 사회복지혜택의 차이가 크다. 가족 중심의 사회복지가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특정한 가족 형태를 늘려 나가려 노력했다. 과거 정권은 산아제한을 위해 정관수술을 한 가족에게 아파트 분양과 세금 혜택을 주고 심지어 예비군도 면제해주었다. 지금도 저출산 시대를 맞아 신혼부부와 다둥이 가족에게 아파트 분양, 공공주택 입주, 세금 혜택 등을 주고 세 자녀 이상을 낳으면 현금을 주기도 한다. 사회복지정책 속에 정부가 바라는 가족 형태가 깊게 박혀있는 것이다.

한국의 가족 중심 사회복지제도하에서 생활동반자법이 더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족 밖에서 살기 어려운 사회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누구나 특정한 가족 안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족들은 더 큰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단계마다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쉽게 사각지대에 빠진다.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인 사회복지 체계를 개인 중심의 보펴적 복지 체계로 바꾸는 동시에 사회복지가 포용하는 가족의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184 늘고 있는 혼인 외 가족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욕망들이 표출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혼인의 장벽이 높아지고 혼인에 대한 접근이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사회복지학자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가족다양성 증가는 가족 불안정화라고 지적한다. 그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것이 개인 선택의 기회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저금한 여러 일자리를 떠도는 것처럼, 불안정한 가족제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취약한 여러 가족의 형태를 경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생활동반자법은 다양한 가족들의 정규직화다. 박승희 교수의 비유대로 가족의 다양화가 취약한 여러 가족 형태를 전전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9. 함께 살며 돌보자는 특별한 계약관계

(파탄주의, 사실상 혼인이 끝났는데 이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결혼을 깰 정도의 잘못을 했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살 기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02 유책주의는 결혼을 계약 그 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혼을 하면서 겪는 재산상 피해, 감정적 피해와는 별도로 혼인 밖으로 밀려나는 것 자체를 극심한 피해로 본다.

204 이혼이 사회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결혼이 공적인 선언이기 때문이다(...). 결혼(속한 사회와의 멤버십,)을 선언처럼 해버렸으니 이혼도 공공연한 관심사가 된다.

~생활동반자는 둘의 동거에만 초점을 맞춘 계약이다.(...) 생활동반자 해소는 어디까지나 사생활의 문제이며, 나의 사회적 신분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관계를 끝내기 어렵게 하는 법적 장벽이 과연 둘의 관계를 충실하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 법적으로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워서 유지되는 관계가 둘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내 질문, 과연 그럴까? 법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고 한 계약의 무게, 감안하고 수용하는 폭을 더 늘리는 일 아닐까. 서로 더 밑지고 감수하기로 약속함으로써 깊어지는 관계가 분명 있지 않나.)


4부 만들자, 생활동반자법

10.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을 때   

생활동반자를 맺을 수 있는 사람

-합의한 성인이 함께 등록

-영주자격 외국인의 생활동반자 등록

-청소년은 맺을 수 없어

-혼인 중인 사람도 불가   

생활동반자 등록

-생활동반자법의 관할과 신고

-돈: 재산과 생활비의 약정 (원칙을 정하고 계약할 수 있음, 바꿀 수 있음,   

차별금지: 생활동반자법을 위한 사회적 준비


-223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회적 차별일 수도. 사회에서 보는 시선이 곱지 못하면 생활동반자 관계를 선뜻 시작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차별금지 항목에 생활동반자 여부를 넣을 수 있다.

224 현행법 중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차별을 가장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차별금지 항목에 '생활동반자 관계 여부'를 포함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행정, 고용 등 분야에서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생활동반자 관계 여부에 따른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 아동복지법에 생활동반자 사이 자녀에 대한 차별 금지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생활동반자 관계 맺었다고 채용, 근로상 차별 못하게)

11. 생활동반자가 함께 살 때   

주거권

227 법외 가족은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없고 분양시 청약가점을 인정받지 못한다. (...) 막상 들여다 보면 주거 관련법에서 법외 가족을 차별하는 조항은 딱히 없다. 혈연, 혼인 가족을 우선시해야 한다거나 임대, 분양정책의 대상이 민법상 친족에 한정한다고 못박지 않았다(주거기본법 등). (...) 실질적인 차별은 법 자체가 아니라 법을 해석하여 행정 규칙과 정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토교통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 광역지자체의 '시도 주거종합계획' 등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금융에서의 차별도 금융위원회의 지침이나 각 은행의 내규와 같은 행정적인 수준에서 발생한다.

2)피부양자 인정의 문제   

가족 부양책임 강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혜택을 평등하게 주는 데 우선순위 두어야.

소득세 인적 공제 인정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인정

도와줄 권리

돌봄휴직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가족요양보호 제도

수형자의 돌봄 권리

대신 결정할 권리


240 우리 법은 통상 배우자, 부모자식, 형제자매 순으로 결정권을 부여한다. 법적인 가족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지, 그의 판단력이 가장 믿을 만한지, 내 사정을 잘 아는지 묻지 않는다. 다만 혈연과 혼인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로 결정권이 자동적으로 생긴다.   

수술 등 의료결정권


(당사자가 의식 있어 동의했는데도 굳이 가족 동의 얻는 경우,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폄하하고 가족의 동의를 얻으려는 사례)

244 병원이 가족에게 동의서를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환자와 가족에게 최대한 정보를 주고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다. 한편으로는 의료사고나 수술 후의 후유증, 부작용 등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족이 수술에동의한다고 해서 의료사고 책임을 온전히 면제받지는 않지만, 위험요소에 대해 병원과 의사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설명했다는 증거는 향후 법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 측은 법원에서 객관적으로 가깝다고 인정할 만한 관계가 아니면 의료결정권을 대신 행사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명치료 거부 결정권

인신구제

비혼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 허용


249 생활동반자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입양된 아이가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가족 사이에서 자랄 것이라 걱정한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입양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법의 의미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만큼 아이를 기르는 일은 가정 생활의 궁극으로 여겨진다.

입양권은 생활동반자법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이지만 단지 생활동반자 관계에 입양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비혼 독신인도 입양할 수 있도록 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253 독신자가 친양자를 입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생활동반자법안 자체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취지는 연결된다. 위기 상황에 치달은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돌보겠다는 자발적 의지를 끌어 모아야 한다. 낡은 가족제도의 틀이 서로 돌보며 사랑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을 더 외롭게 두어선 안 된다.

12. 생활동반자가 헤어질 때

256 생활동반자 제도는 개인의 자율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하고, 개인의 행복이 관계 속에만 가능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숙려기간을 굳이 둘 필요가 없다.   

     함께 이룬 재산의 분할

     손해배상 위자료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13. 생활동반자가 사망할 때   

장례를 치를 권리


-1인 가구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면 무연고자 시신 처리도 보편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 많은 죽음에 대해 사랑하는 이가 추모할 기회를 빼앗고, 굳이 지자체의 세금을 들일 것인가?

생활동반자법과 별도로 사망자가 살아있을 때 장례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장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상속과 유언의 문제


3)주택임대차 승계의 문제   

     유족급여

     퇴직금, 퇴직연금, 보험금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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