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gd심화 7월 토론 도서 <보스턴 결혼> 토론기록
“친구, 연인, 아니면 배우자. 친밀함에 관한 단어가 부족해서, 이 이름들로 설명되지 않는 관계가 있어요. 보스턴 결혼은 그런 관계를 가시화하려고 만든 단어예요. 두 여성이 섹스 없이도 깊은 애정으로 같이 살며 헌신하고 서로의 감정과 생활을 돌보는 책무를 다하는.”
“과연 ‘성애적 끌림’과 ‘깊은 인간적 호감’의 경계가 뚜렷한가? 하는 질문이 남아요. 게다가 결혼한 이성애 커플도 성애적 무드를 평생 중요하게 여기진 않잖아요. 신뢰, 책임감 같이 중요해지는 다른 요소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런 건 이성애 부부가 아니어도 똑같이 가질 수 있죠.”
“책에서 언급한 ‘섹스가 남성중심적’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는 독후감도 있던데- 사람들이 보통 섹스를 성기결합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맞다고 봐요. 이를테면 형법에서 강간/준강간 가르는 기준은 성기삽입이에요. 물건을 쑤셔넣어도 강간죄가 아닌 거예요. 성적 권리침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에서 이런 조항을 보면 난감하겠죠.”
“19세기에 등장한 단어고 이미 절판됐던 책이 지금 다시 출간된 데엔 의미가 있을 테지요. 나이 먹을수록 1인 자족이 어려워지잖아요? 결혼이 아니라도, 가까이에서 서로 돌보는 느슨한 공동체에 대한 필요가 높아진 시대를 반영하는 거 같아요.”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는 편이라, 10년 뒤 내 반려관계는 어떨지 상상해보는 시간이 낯설고 좋았어요.”
“동료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다룬 소송 건 중에 등장한 레즈비언 커플 장면을 불편해하더라고요. ‘굳이? 여성 간 연애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라고요. 무난하다 느꼈던 저는 의외였어요. 내가 얼마나 필터화된 사회에 살고 있나 생각해보게 돼요.”
“남의 연애, 결혼에 관한 얘길 너무 재밌어해요. 왜 좋아하는지, 왜 싸웠는지 듣다보면 상대의 의사결정 원칙이 보이고, 어떤 걸 중시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더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책은 밋밋했는데 모임에 와서 대화하니까 좋네요.”
“이성애 관계에서도 층위와 결이 다양한데 왜 용어 갖고 이 난리일까 싶었는데, 토론하다 보니 가시화나 이름짓기가 중요하단 걸 알게 됐어요. 언어가 없으면… 존재를 입증할 수도 없고 이해받을 기회도 잃네요.”
“동반자 관계를 입증하려는 건 이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법적 보호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미 다양한 반려관계가 존재하는 만큼, 동반자법 논의를 확대해야 할 때예요.”
“(놀러오신 분) 가본 모임들 중에 가장 언어를 정교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곳 같아요.”
“다음 시즌 연장 오픈 언제예요? 놓치지 않을 거예요.”���
*표지에 Kate Monteith 의 일러스트를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