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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앙 Feb 04. 2021

[Ep.1] 신생아 병동의 슈퍼우먼

 전직 간호사/라이프케어 파운더 최정현 대표가 전하는 삶과 일의 숭고함


모든 대형 병원에는 중환자실이 있습니다. 상태가 위독하나,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24시간 체제로 강력하게,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병동이 중환자실인데요. 그렇다면, 아픈 몸으로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바로 NICU, 또는 ‘니큐’라고도 불리는 그 곳 - ‘신생아중환자실’입니다. 


조금은 생소한 이름이죠? 중환자실은 익숙해도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오늘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작은 몸으로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있는 이 곳에서 3년동안 간호사로 근무한 최정현 라이프케어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합니다. 삶을 지켜내기 위한 이들의 치열함이 언제나 풀가동중인 병동의 비하인드 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해볼까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병원을 나와 영유아 헬스케어 스타트업 라이프케어를 일궈가고 있는 최정현 (a.k.a 웬디)입니다. 라이프케어에서는 영유아를 위한 성장발달관리 서비스 개발과 총괄 관리, 아이의 성장과 육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신생아중환자실은 미숙아, 혹은 선천적으로 몸이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 후 옮겨져 집중 케어를 받는 곳이에요. 간호사들은 24시간 아이들의 바이탈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이상 징후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해 의사에게 알리고 처방된 치료를 직접 실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침상을 정리하고 목욕을 시키거나 양육자를 교육하는 일상적인 업무도 빼놓을 수 없고요.



갓 태어난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 정신없이 바쁘고 매사 조심스러울 것 같아요. 병동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병동은 매일이 바쁘고, 빠르고, 생동감이 넘쳐요.

신생아들은 밤낮 구분이 없다 보니 간호사들은 정말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답니다! 새벽에도 병동을 뛰어다녀야 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모자라죠.


제 식사는 못 챙겨도 아이들 분유는 제 시간에 챙겨 먹이는, 그런 희생 정신(?)이 필요한 곳이에요 (웃음).

작고 여린 몸으로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쁘고 대견하다가도, 병동에 죽음이 찾아오면 모두가 너무 힘들어해요. 아이의 죽음은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거든요.


삶을 시작하자마자 죽음과 싸워야 하는 아이들을 본다는 건,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보람만큼 스트레스도 컸을텐데,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시작할 때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강도 높은 업무 스케줄에 적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신생아들을 돌보는 일은 극도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필요하고, 챙겨야 할 건 산더미인데 환아 대비 간호사 수는 늘 한참 모자라요. 한 명이 많은 일을 해야하죠.


저 작은 생명들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중압감에 못 버티고 퇴사한 동기들이 절반이 넘었어요. 온 힘을 다해 돌보던 한 아이가 결국 하늘나라로 간 날, 남은 동료들과 인력난 해결을 호소하면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할 수 있는 건 다했는데도, 모든 게 제 잘못 같았죠.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지 가늠조차 어렵네요.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3년동안 버티게 해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소명의식 때문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 생명에게 숭고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내일 당장 세상의 종말이 온대도 출근해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다 죽음을 맞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때, 수차례 고비를 넘기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모든 고생이 다 잊혀질 만큼 뿌듯해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만난 아이들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요?


병원을 나와 창업을 하기 직전에 만나서 온 정을 다 준 아이가 있었어요. 별명이 ‘니큐공듀님’이었던 여자아이였는데, 그만큼 간호사들이 예뻐 했어요. 간호사들도 사람이라 오래 본 아이일수록 정이 더 깊이 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아픈 곳이 많아서 병동에 오래 머무는 아이에게 더 정이 들게 되죠.


이 아이(편의 상 ‘으앙’이라고 할게요!)도 25주차에 877g으로 태어나 병동에서 몇 계절을 함께 보냈어요.

크리스마스, 새해, 100일… 모두 함께했네요.


으앙이같은 미숙아는 2kg이 넘어야 퇴원을 할 수 있거든요. 인큐베이터 안에서도 열심히 쪽쪽이를 물고 빨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아이였어요. 그래서인지, 힘겨운 심장 수술도 이겨내고 건강하게 퇴원했죠. I love mom & dad 이라고 적힌 귀여운 퇴원복을 입고 병동을 나서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 때 으앙이의 몸무게는 3.3kg 였답니다!



너무 훈훈한데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깊은데, 어떻게 병원을 나와 스타트업을 세우게 되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좀 더 의료적인 일을 꿈꿨어요.

신생아중환자실은 늘 침상이 모자라서 조기 퇴원이 잦거든요. 2kg만 간신히 넘기면 집에 보내지는데, 그 중에는 산소 콧줄이나 장루 등을 달고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는 여전히 케어가 필요하고, 그 부담은 부모가 홀로 지게 되는 상황이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현행 의료법 상 병원 밖에서는 의료행위가 불가능해서 지금의 성장발달관리 서비스로 전환하게 되었어요.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발달체계의 80%가 생후 24개월 이내에 결정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 기질을 가진 아이들이 다가올 미래에 자신만의 가능성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뻐요.


병원에서 느꼈던 뿌듯함과는 다른 종류의 뿌듯함이에요. 

천천히, 사랑으로 팀을 키워가며 언젠가는 꼭 아픈 아이들에게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통질문 드리면서 마무리 할게요. 라이프케어는 가치를 위해 일하는 팀이라는 신조가 있잖아요. 정현님이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람’이라는 가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사람만큼 복잡하고, 뛰어나고, 신비로운 세계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어떤 의과학 기술보다도 훌륭한 생명 장치와 잉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또 모순이 가득한 감정과 이성을 갖고 있기도 하니까요. 


사람을 위해서, 사람이 모인, 사람을 돕는, 그런 팀으로 라이프케어가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병원 밖에서도 멈추지 않고 동분서주 하겠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세요!


걸레질을 따라하며 엄마를 돕던 아기는 커서 

사람을 돕는 팀을 만들게 됩니다. 

라이프케어 대표, 최정현


더 자세한 이야기는 https://lifecare.team/ 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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