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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Nov 04. 2019

당선 무효형, 이대로 괜찮은가?

벌금 100만원 이상 받으면 '당선무효'...재판부 양형으로 선거 뒤집나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받으면 '당선무효'... 재판부가 양형에 따라 선거 결과 뒤집을 수 있어

공직선거법 제 19조 1호에 따르면 선거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된 경우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1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려 '법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재명 지사 말고도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벌금 200만원), 민중당 윤종오 의원(벌금 300만원) 등이 판결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됐습니다. 앞서 적은 바와 같이 한국당 황영철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당했죠. 

하지만 형사재판의 판결만으로 공직 당선을 무효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종연 변호사는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6 가지 이유를 들어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첫째, 당선을 무효화하는 건 국민들에게도 매우 중대한 문제인데, 재판부 판결의 부수적 효과로 유·무효를 결정하는 것은 경솔하다 지적입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223조에서 대법원이 당선무효 여부를 따로 판결하는 독립적인 선거소송절차를 마련한 것과도 맞지 않습니다.


둘째, 판사의 개인적 편차로 당선 여부가 결정될 우려입니다. 당선 유·무효가 결정되는 건 유무죄 판결도 아닌 양형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로 양형은 판사마다 개인차가 있어 불공평한 결과가 흔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셋째, 해당 조항으로 대통령의 당선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 대통령 선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전국적인 재선거를 다시 함으로 인해 사회 비용이 발생하고 국가적 혼란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거란 우려입니다. 원래 형사재판의 양형은 범죄 정도를 객관적으로 계량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양형에다가 당선의 무효여부까지 더하니 재판부는 심리 의무까지 받게 됐습니다. 여기에 당선무효에 관한 정치적 요소까지 고려한다면 사법부 판결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겁니다.


다섯째, 당선무효기준인 벌금 100만원을 1991년에 개정한 후 30년 가까이 흘렀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반면 벌금액은 고정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벌금은 물가를 따라 오르는 게 보통입니다. 다른 형사법률은 지난 30여 년 동안 5배~10배 인상한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당선무효형이 벌금은 요지부동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100만원은 비교적 경범죄에나 선고되는 형량입니다. 벌금의 양형을 결정할 때 재판부도 물가를 고려하는데, 30년 전 100만원에 머무른 기준은 불합리하단 비판입니다. 


마지막으로 형사재판의 양형 과정이 왜곡될 거란 우려입니다. 선거범의 판결을 앞두고 범죄에 대한 객관적인 양형보다는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보다 더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경향입니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형사소송법의 '상고이유' 부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면서 "양형에 따라 정치 인상이 끝날 수도 있는데, 그 부당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없다"면서 그 이유를밝혔습니다. 그만큼 벌금이 100만원을 넘냐 안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됩니다.

이런 전에 없던 판결의 영향력 때문에 양형이 상당히 파행적으로 운영된단 지적입니다. 10 단위로 쪼개지는 벌금 90, 80, 70만원은 일반 양형의 경우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선거범 판결이 오히려 국민의 신뢰만 떨어뜨리고 있단 지적입니다. 



선거법 위반은 분명 처벌 받아야 ... 선거 재판소 등 다른 제도적 절차 마련해라

법을 어겨 부당한 이득을 취해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특히, 공직자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국민주권 원칙에 비추어볼 때 선거범이 직위를 유지한다는 건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당선 무효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까요?

먼저 미국은 의회가 당선의 유뮤효 여부를 결정합니다. 영국은 별도의 선거재판소를 운영해 선거범죄를 다룹니다. 일본의 경우 선고 형량이 아니라 성문화된 법을 통해 일정한 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으면 양형에 관계 없이 당선을 무효토록 했습니다. 


사법부 판결은 비민주적... 양형만으로 국민이 부여한 권력 박탈할텐가?

어쨌든, 문제는 일반 법원이 선거재판까지 다룬다는 점, 그리고 당선의 유·무효 여부가 판결 자체가 아닌 양형에 따른 부수적 효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2018년 1월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1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 위헌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이진성 당시 헌재소장을 비롯한 5인은 "일률적으로 일정 기간 선거권·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고(향후 5년간 피선거권 박탈하는 것), 벌금 100만원 기준도 지나치게 낮다"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다만, 제 19조 1항에 대해선 "부정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전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방적인 측면이 있단 말이겠죠.

재판부 확정 판결에 의한 처벌은 분명 예방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당선 유·무효 여부를 누가 결정하느냐, 어떻게 결정하느냐 등 제도의 문제입니다. 칼럼을 읽고 나니 독립적인 선거재판소를 운영하고, 판결의 양형이 아닌 유무죄 여부 등으로 당선 무효를 결정하는 게 더 법 원칙에 맞아 보입니다.

더구나, 사법부는 민주적인 권력이 아닙니다. 재판부 판결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사법부가 단지 양형만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를 뒤집는 건 칼럼에 나온 바와 같이 경솔해 보입니다. 사법부가 독립이란 건 행정부, 입법부 등 다른 권력 기관과의 관계를 얘기한 거지 국민의 의사와 무관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단 더 납득 가능한 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 박종연 변호사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참고했습니다. https://m.lawtimes.co.kr/Content/Info?serial=14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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