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i Jul 08. 2019

집밥을 해 먹기 위한 노력

우리는 부부다 #1


한 주의 저녁식단을 짜는 것.

내가 매주 일요일 저녁, 혹은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일이다. 식단을 짠다고 해서 말처럼 거창하지는 않고 간단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에 무엇을 해 먹을 것인지 그날그날의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뭘 해먹을지 고민하는 게 결혼한 사람들의 가장 흔한 고민 중들 하나 일까 싶다. 흔하지만 때론 꽤나 골치 아픈 고민인데 고민하다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으면 외식을 했다. 심할 때는 일주일 내내 외식을 했다.


한국과 다르게 이 곳은 외식비가 참 비싸다. 둘이 밖에서 쌀국수만 먹어도 팁 포함 $30은 기본이고, 한국 식당에서 한식을 먹으면 $40-$50은 훌쩍 넘게 나온다. 좀 괜찮은 레스토랑 가서 칼질이라도 하고 나오면 $150-$200은 우스웠으니 가정 경제생활에 지대한 타격을 미쳤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맛있는 거!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엥겔지수 높은 우리 부부는 이 고민을 그만 하고 싶어서 약 1년 전부터 미리 일주일 식단을 짜고 이에 맞게 장을 보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인데 왜 식단을 금요일까지만 짜 놓는가 하면,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엔 외출도 잦고 나들이도 가고 식사 약속이 잦기 때문에 식단을 짜 놔봤자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주말에 요리를 하게 되면 99% 남편이 하기 때문에 식단을 짜지 않는다.


식단을 짠 후에 장을 보니 쓸데없는 것을 사지 않아 냉장고 사정도 매우 좋아졌다. 예전엔 마트에 가서 사고 싶은 것들을 몽땅 쓸어 담아와 냉장고에 가득가득 채워놓은 다음, 가끔은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참 후에야 발견한 식재료들을 먹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곧장 처박아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참으로도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요즘에도 간혹 가다가 세일하는 것들을 미리 사놓곤 하는데 그건 냉동실에서 보관할 수 있거나 실온에서 보관해도 되는 것들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식재료로 쓰이곤 한다.


고기 없이 못 사는 우리 부부는 밥상에 꼭 고기가 올라와야만 한다. 이를테면, 월남쌈을 해 먹어도 불판에 삼겹살이나 차돌박이를 구워서 월남쌈 안에 '고기'가 꼭 들어가야만 먹을 맛이 나는 우리 부부다. 그렇다고 야채를 안 먹는 건 아니다. 건강을 위해 야채를 먹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식료품비에 대한 지출이 꽤 높은 편이다. 사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일을 하는 남편의 체력을 위해 잘 먹이려고 하는 내 노력도 있다. 맞벌이 부부지만 일주일에 화-금요일, 20-25시간 정도만 일하는 파트타임 잡을 하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주중에는 거의 다 내가 저녁밥을 도맡아서 한다.


"너네 너무 잘해 먹고살아. 맛있겠다.. 한국까지 배달되는 건가요?"

한국에 사는 절친들은 한껏 입을 모아 말한다. 한국은 배달음식이 너무 잘되어있고 널려있는 게 반찬가게이며,  외식을 해도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집밥을 열심히 해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부럽다.

나도 한국에 살았으면 자주 사 먹고 엄마가 해주는 반찬 가져다가 먹었겠지..

다행히 난, 주로 새벽 5시에 출근하고 낮 12시 혹은 1시면 퇴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은 꽤 여유로운 편이다. 그래서 귀찮아도 손이 많이 가는 잡채도 가끔 해 먹기도 한다. (잡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 중 하나)





꽂히는 날엔 김밥도 싼다. 기본 10줄은 싸는 듯 하다. 내가 만들었지만 무지 맛있는 내 김밥!




아직까지도 부족한 실력으로 하고 있는 요리지만 매일 맛있게 배불리 잘 먹어주는 남편이 고맙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기 전에 남편이 외치는 말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남편이 외치는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할 줄 아는 요리가 더 많아져서 맛있는 걸 많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 메뉴는, 소고기 콩나물 비빔밥 & 돼지고기 김치찌개 & 김 & 계란 프라이 & 총각김치다.

이제 장을 보러 나가볼까?








작가의 이전글 애증의 스타벅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