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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19.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10

10. 밥 먹고 힘내.

선제 병동이라 그런지 6인이 머물러야 하는 병실이지만 그곳에는 그들뿐이었다. 깨끗하게 마련된 침상과 이불, 베개만으로도 그녀는 그간의 불안과 걱정이 사그라지는 것만 같았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어!!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정신없었던 그들에게 저녁식사가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도시락으로 전달된 저녁이었지만, 비를 맞으며 종종 댔던 하루 끝에 건네받는 위로의 손길 같았다. 허기를 채우지 않아도 도시락 속 준비된 식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달까. 그제야 자신들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고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몸을 세우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그도, 누추한 운동복 차림에 세수도 하지 않은 그녀도, 도시락 하나를 앞에 두고 그제야 서로의 꼬질꼬질해진 모습에 어린 시절 병원 놀이를 하듯 웃음이 났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창밖의 저무는 하늘 눈에 들어다.


"난 이것만 먹을게. 네가 다 먹어." 그가 도시락에서 밥을 조금 덜어내고 그녀에게 나머지를 내민다. 그녀는 온기가 느껴지는 된장국과 밥을 번갈아 떠먹으며 연신 맛있다는 말만 해댔다.


밥과 국이 혀끝에 닿으며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와 구수한 맛이 긴장으로 움츠려 있던 그녀의 온몸을 타고 내려간다. 감기처럼 병원에 가면 알아서 될 거라 생각하고 향했던 시작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갈 곳조차 찾지 못한 하루가 되어 무참히 지나갈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여정이 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파하는 그를 길 위에서 지켜보게 되는 건 아닌지, 치료 시기를 놓쳐 그에게 인생의 장애로 남게 되는 건 아닌지 수만 가지 생각이 그녀의 마음과 생각에 한시도 떠나지 않던 시간이었다. 간절함 속의 절망들은 거절 좌절이 되어 그녀의 믿음마저 부서뜨리는 원치 않 아픈 전개가 되었다.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에야 잘될 거라 마음을 놓느니 좀 힘들지만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고 마음도 놓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 어떤 상황이 와도 조금의 상심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잘되면 더없이 좋은 거구. 그때 더 많이 기뻐하면 돼지.' 아무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처음 겪는 상황에 그녀 스스로 정신차리지 않으 마음마저 무너질 것만 같던 고된 하루였다.


의지할 것에 대한 실망도 거절도 피하기 위해 스로를 광야에 떨군 채 혼자가 되었다. 머릿속은 긴장으로 곤두 세우고 마음은 상처 받지 않게 움츠 그녀였다. 숨 쉴 자리마저 무책임함이 될까 싶어 외면했던 그녀의 마음에 저녁 한 끼가 숨통을 다. 밥 먹고 힘내라는 엄마의 집밥처럼. 


"맛있다. 정말 맛있다"


스스로를 너무 그렇게 몰아치지 마. 칠까봐 이나 모든 걸 미리 아보 애썼구.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하지만 무책임 않어. 스스로를 쉴틈없이 채찍질하지 않아도 충분해. 때론 너의 의지와 생각과 다르게 세상이 반응할 때도 있어. 타깝고 미련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네 노력에도 불구하고 쩔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도 있단다. 그렇다 네 잘못아니야. 그럴 수도 있었던 거야. 토닥토닥..

몰라봤다 내마음.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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