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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Feb 09. 2024

Vietnam day) 쌀국수와 껨보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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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황의 전개로 프라이빗 투어가 황급히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코스였던 곳 조차 공사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 원래 여행의 디폴트값이 돌발상황 아니던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가려고 했던 쌀국수집이 근처에 있음을 발견했다.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안그래도 가보려던 곳이 근처였으니 오히려 좋아의 마음으로 찾은 Pho Hieu.  역시 나혼산 팜유 패밀리의 방문으로 더더욱 핫해진 곳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의 방문도 많은 곳이지만 방송으로 유명해진 탓에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객들도 점심식사 코스로 많이 방문하는 듯 했다. 내 뒤의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이들의 대화로 가득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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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 첫째날의 첫 코스로 방문했던 Pho 1c에 비하면 이곳은 더 규모도 큰 편이고 직원수도 많은 편이다. 심지어 카드 결제도 된다. (깜짝 놀랐다.) 마치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각자 분업체제로 착착 돌아가는 느낌. 

한국인 손님이 워낙 많기에 한국어로 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기본 쌀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다른 곳에서 먹어볼 수 없는 갈비 쌀국수를 주문했다. 뭔가 얼큰한 소고기 국이나 육개장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 그리고 쌀국수 면 대신 반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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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메뉴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접시 가득 수북히 쌓인 이름모를 야채들.

나는 각종 야채 극호자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토끼처럼 오물오물거렸다. 조금씩 뜯어서 뜨끈한 국물에 넣어보기도 하고. 커다란 당근이 숭덩숭덩 들어간 빨간 국물은 생각보다 아주 얼큰하고 매콤하기보다는 딱 기분좋은 얼큰함이었다. 바게트를 뜯어 국물에 찍어 먹는 반미 씨우마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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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갈비살이 서운하지 않게 제법 들어가 있던 국물. 

개인적으로 카레에 들어가는 뭉근한 당근 덩어리를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의 당근과 각종 야채들도 듬뿍 들어있어서 너무 좋았다. 역시 한국인은 얼큰한 빨간맛의 민족인지 오랜만에 몸에 들어간 뜨끈한 얼큰함에 왠지 마음도 뜨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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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것을 먹었으니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지요. 

역시 주식보다 부식과 디저트에 진심인 나답게 바로 근처에 점찍어둔 껨보 (kem bo) 가게로 향했다.

이곳의 특징은 여러 종류의 껨보 들 중에서 두리안 껨보. 두리안만 단독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궁금함에 맛보고는 싶었던 나에게 꼭 알맞은 메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거침없이 두리안 껨보를 주문했다.

시럽이나 다른 대체물이 아니라, 두리안 원물을 코코넛 아이스크림 위에 토핑으로 올려주는 것이 특징.


처음 경험해 본 두리안의 맛은, 익히 냄새로 많이 접해본 고약한 두리안의 냄새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막상 먹으면 아주아주 리치하고 부드러운 그런 맛이었다. 하지만 하나를 다 먹어낼 자신은 없는 그런 맛이랄까.

그래도 이렇게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었음에 만족. 아래층의 껨보와 코코넛 아이스크림 부분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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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의 현지인들도 나처럼(!) 매우 껨보를 사랑하는 듯 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코스처럼 들르듯이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1인 1껨보를 하고 있는 흔한 풍경.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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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껨보 1차를 간단히 해치우고 찾은 바로 옆 (정말 바로 옆의) 다른 껨보 가게.

실은 난 여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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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차에서의 메뉴와 같이 두리안 껨보를 주문했다. 위에 토핑으로 올려주는 두리안의 양이 조금 더 적긴 했지만, 견과류와 코코넛토핑을 와다다다 아낌없이 뿌려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더 '호'였던 두번째 가게 껨보나리. 테이블마다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분명히 자꾸만 생각나고, 그리울거야 - 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껨보를 한 입씩 오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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