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N(슌) 작가님 ⎜ 2023년 8월 18일 방송(시즌5, 7화)
안녕하세요, 클루 여러분,
저는 인스타툰과 에세이, 일러스트 작가 슌 입니다.
클래스101에서는 재작년, ‘평범한 일상도 만화가 되는 인스타툰 클래스’를 오픈해 지금까지 수강생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 닉네임을 말씀드리면, 왜 ‘슌'으로 지었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요. 제 닉네임 ‘슌’은 한자 ‘순할 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제 본명인 ‘수훈’을 줄여서 ‘슌’이라고 불러주기도 하고, 한자를 사용하는 많은 국가에서는 이 ‘순할 순’자가 ‘슌’라고 읽히는 데에서 착안한 닉네임입니다.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던 시기에 ‘아,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라는 염원을 담아 한자 ‘순할 순’의 의미를 담아 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로는 정말 모든 일이 순탄하게, 순리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사말로 제 필명에 대한 해설이 좀 길어진 것 같은데요, 사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여기 담겨있습니다. ‘이름 따라간다’라는 옛말처럼,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니고요. 작게는 우리가 하는 일, 크게는 우리가 사는 삶에 의미를 담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저는 지금과 같은 작가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꽤 오랜 기간 배우를 꿈꿨던 사람입니다. 10대의 끝자락부터 30대가 되기 직전까지 뮤지컬이라는 한 분야에 미쳐있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단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기에, 그 맹목적인 꿈을 좇아 20대를 전부 다 보냈던 것 같아요.
막상 뮤지컬과를 졸업하고 나니, 연속되는 오디션 낙방과 생업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크게 방황했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 졸지에는 ‘나, 정말 배우가 되고 싶은 걸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까지 닿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막연하게 꿈꿔왔던 ‘대단한 배우’는 굉장히 피상적이었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목표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제 안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던 저 자신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그렸던 인스타툰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스토리에 그 내용이 담겨있기도 한데요. 현실의 ‘나’와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배우의 꿈에 쏟아 부었던 지난 10년이란 시간을 되짚었습니다.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인스타툰 연재는 약 1년간 이루어졌고, 연재를 마무리 지으면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의미란 타인으로부터 아닌, 스스로 담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죠.
우리가 태초에 부모님이 새겨주신 이름 석 자로 세상에 태어났을 때 누군가의 의미가 되었듯, 지금은 아무런 이유가 없어보일지라도 내 삶의 모든 족적들도 돌이켜보면, 내가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가치가 된다는 것을요.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가 제게 선물한 고마운 메시지는, 과거의 제가 생각했던 ‘대단한 배우’가 되지 않아도 우린 저마다의 삶이란 무대 위에 선 배우이자 주인공이란 사실이었어요. 꿈을 놓쳐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질 뻔했던 지난 10년이란 시간과 노력에 고마운 당위성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클래스101에 강의를 열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글과 그림이라는 언어를 통해, 나 자신과 대화하며 저마다의 삶의 족적에 의미를 담아주길 바랐어요.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일상이더라도 글과 그림을 거쳐 누군가에게 가닿는 순간, 하나의 의미가 됩니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시나요?
혹은 세상일이 뜻대로 잘되지 않는 것 같으신가요?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신이 없어 두렵고 불안하신가요?
감히,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모든 경험이 훗날의 내가 새겨줄 의미가 될 순간들입니다.
그러니 더욱이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후회 없는 오늘을 살아야 피상적인 목표를 놓치는 순간에도 과거의 저를 쉬이 껴안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클루들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은 우효의 청춘입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운 별이 되고싶어요' 라는 노래의 가사 말 처럼 오늘도 저마다의 청춘을 건너는 모든 이들이 저 자신에 반짝이는 의미를 새겨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듣는 101 MHz
101 MHz는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짧게 방송하는 사내 프로그램입니다. 시즌1~시즌3에서는 클루들이 세상을 바꿔가는 이야기를 소개하였으며, 시즌4, 5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의 사랑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모든 사람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모든 방송은 무편집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브런치 그리고 유튜브에 업로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