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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r 13. 2024

아이가 나를 크게 한다.

준비 안된 엄마, 이미 준비된 아이

새 학기가 시작된 지 3일째 되는 날

둘째 아이의 등원 발걸음이 무겁다.


겨울방학 중 있었던 7살 언니의 유치원 OT를 동행한 뒤 매일 밤낮으로 "엄마! 나 몇 밤 자면 유치원가?"를 물어보는 것이다.


5살 둘째에게 "언니처럼 우리 6살이 되면 그때 유치원에 가자." 라며 달래기를 몇 주째


개학일이 다가왔고 어린이집 보다 빠른 유치원 등원시간을 맞추기 위해 7살 언니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5살 아이와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셋째 날.

 

길가에 멈춰 서서는 발을 내딛지 않는다.

고개를 바닥으로 푹 숙인 채

"나도 유치원 가고 싶은데..."

"나도 유치원 가고 싶은데..."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며 버티고 서서는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이틀 달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게

다섯 살 난 아이의 마음이 확고해 보였다.

 

"일단 우리 오늘은 어린이집을 가자.

 그리고 다녀와서 다시 이야기해보자~"


하고는 어르고 달래 어린이집 앞에 도착.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담임 선생님품에 안겨 들어갔다.


새로 적응하던 새 학기에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기에 내가 갖고 있는 기관에 보내는 기준을 깨뜨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오자마자 유치원에 전화해 TO가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다행히도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이어서 어린이집 원장님께 전화를 드려 상황을 설명드리고 퇴소신청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를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하원시키고 혹여나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 근처 카페에 가서 간식과 음료를 시켜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이미 마음이 유치원에 가 있었다.

엄마는 나름 오늘 하루 아이가 겪었을 혼란한 마음상태를 들어주고 토닥여줄 생각에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건데


"엄마! 언니 데리러 언제가? 얼른 가자~!"

하며 보채기 시작... 결국 급하게 커피 한잔을 흡입하고는 카페에서 나왔다.


그날 밤 "언니가 가니까 그냥 가고 싶어서 떼쓰는 거 아닐까요 어머니.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 같은데.. **이가 우리 반 에이스인데.."라며 말리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이 나서 언니와 함께 유치원으로 등원했다.

하원할 때 까지도 잘하고 올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온 신경이 가있었는데 하원해서 만난 아이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주말에도 유치원에 가고 싶다며..

"오늘은 가는 날이 아닌데" 하니

그럼 이름명찰이라도 하고 있어야겠다며

유치원에서 받아온 이름명찰을 반나절 목에 걸고 는 "나 이제 유치원생 언니야!" 라며 연신 신나 있었다.


둘째는 더 어린아이인 것만 같아서

둘째는 더 늦게 자라는 것만 같아서

아니.. 더 늦게 크길 원하는 엄마 마음에서

둘째는 손길을 좀 더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엄마의 과잉보호가 이미 훌쩍 커버린 아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날 이후로 우리 아이들 앞으로의 인생에 다가올 선택에서 한걸음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

이렇게 아이가 나를 또 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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