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영업일지 #1
오뎅: 생선살에 전분, 밀가루, 조미료를 넣어 굳힌 음식.
식당을 운영하며 내가 자주 볶아내는 이 식품은 "어묵"이라고도 불리지만 적어도 내가 사용할 때 이것은 "오뎅"이다. 나에게 어묵이라는 말은 왠지 지나치게 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오뎅이 천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묵이 잘난척하는 재수 없는 부잣집 친구 느낌이라면 오뎅은 처음 봤을 때도 말 붙이기 좋은 수더분한 느낌이다. 그래서 였을까, 내가 가게를 오픈하고 처음 반찬으로 만들었던 음식도 오뎅볶음이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뿐만 아니라 오뎅은 한식을 파는 많은 가게의 단골 반찬이다. 요식업 종사자가 보는 오뎅의 장점은 이러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반찬 재료들 대비 유통기간이 길어서 재고 관리하기 좋다. 또 간장과 고춧가루의 배합을 달리하면 빨갛게도 검게도 만들 수 있어서 반찬 간의 색을 맞추기 용이하다.(눈썰미 좋은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한식집 반찬은 유사한 색이 상에 많이 깔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다. 색이 다채로우면 실제 상에 놓인 반찬의 가짓수보다 풍성해 보이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비슷한 색의 반찬이 많으면 반찬을 많이 준비해도 가짓수가 적어 보인다.) 그리고 오뎅볶은은 일반적으로 양파와 파를 넣고 볶아내지만 마늘종, 버섯, 햄 등 부재료를 바꾸고 간장 대신 굴소스나 두반장, 우스터소스와 같은 다른 양념을 사용하면 완전히 다른 맛은 내는 반찬으로 재탄생된다.
우리 식당의 경우 매일 오시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반찬이 자주 겹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오뎅지표이다. 오뎅이 한 달에 몇번 정도 나갔는지는 따져보면 이번 달 내가 얼마나 가게에 집중하고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적당한 오뎅지표는 7이다. 휴일을 빼면 가게가 한달에 25일 정도 영업을 하는데 25일 중에 7번 오뎅볶음이 나갔다면 굉장히 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오뎅지표가 10을 넘어간다면 분명히 가게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분명히 그냥 만들기 편하고 쉬워서 관성적으로 반찬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뎅지표가 7이하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뎅은 자주 나가도 분명히 인기가 좋은 반찬인데 3이나 4정도 오뎅지표가 나왔다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전날 나갔던 반찬이 연달아 나갔을 확률이 높다.
식당을 운영하는 나에게 오뎅은 특별할 것도 별다를 것도 없는 식당의 매일매일, 그 일상성을 상징한다. 가끔 우리는 무언가 특별한 일이나 성취들을 통해 스스로가 대단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하루하루가 쌓여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서른이 넘어 가게를 운영하며 오뎅지표를 통해 깨달았다. 매일의 일상이 저렴한 오뎅처럼 구차하고 비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오뎅이 겹겹이 쌓여 맛있는 오뎅볶음, 삶이 되길 바라본다.
오뎅볶음을 할 때 오뎅은 두껍고 비싼 것보다 얇고 저렴한 것으로 볶아야 식감도 더 좋고 맛있다. 오뎅은 끓는 물에 한번 살짝 데쳐야 전분기도 빠지고 비린내도 없어져 더 맛있게 볶아진다. 너무 많이 데치면 오뎅이 물러져서 맛이 없으니 끓는 물에 한번 담궜다 뺀다는 느낌으로 데쳐야한다. 그리고 오뎅은 쉽게 타기 때문에 먼저 팬에 양파 등의 부재료를 넣고 볶다가 양념을 하고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식당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몰래 알려주는 비법은 적당량의 물엿을 마지막에 넣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물엿을 많이 넣으면 끈적하고 달기만한 맛없는 오뎅볶음이 된다. 그렇다고 조금 넣으면 윤기가 없고 퍽퍽한 오뎅볶음이 되니 주의할 것!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양을 넣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주 볶아보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좋은 배합을 알았다 해도 잘 지켜보지 않으면 그 타이밍을 놓치기 일수이다. 무신경해지면 오뎅볶음은 맛이 없다. 식당의 일상도 오뎅도 내 하루하루도 맛있어지기 위해선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