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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야 Mar 04. 2023

사람은 변화한다

내가 성장했다

어릴 적 나는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였다. 집 밖에 나서면 친한 친구나 가족이 아닌 이상 말 한마디 못했던 아이였다. 유치원생이었던 나를 데리고 나간 할머니가 어딘가에서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 하면, 몇 분이고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고 한다. 무언가 결정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낯도 많이 가리는 아이어서 옷가게에 가서 어떤 옷이 좋냐고 물어보는 말에도 한참 생각하느라 엄마의 진을 뺐다. 아빠는 왜 말을 못 하냐며 종종 나를 다그치기도 했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은 우리 부모님의 최대 고민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죽어도 반장이 하기 싫었지만 친구들의 추천 때문에 앞에 나가서 말을 했어야 했는데, 고맙지만 안 하고 싶다 말도 못 하고 앞에 나가서 울었던 게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학기에 내가 반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의 말에 집에 와서 반장 선거날 학교에 가기 싫다고 엉엉 울었던 게 나다. 나서는 일이 그렇게 싫었고 조용히 지내는 게 좋았는데 항상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는지 담임 선생님들은 심부름만 있으면 나를 시켰다. '착하고 말이 없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게 매학기 담임 선생님이 써주신 나에 대한 코멘트였다. 항상 조용한 아이. 나서기 싫어하는 아이. 착하고 말이 없다 라는 말이 그 때도 그렇게 썩 좋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날 믿고 일을 맡겨준다는 건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 까지 매번 발표, 토론, 장기 자랑 이런 건 학교 생활 내내 나를 힘들게 했고 어떻게 고쳐 보려고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 었을까? 항상 내향적인 나의 모습이 나의 최대 결점이라고 생각했고 난 그런 내 모습이 정말 싫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을까. 20대 초반 대학교를 합격하고 나서 내향적인 나의 모습이 조금 나아졌다. 내가 간절히 바라왔던 것을 노력으로 성취했던 게 자신감이 되었을까? 아직도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고 나서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나도 모르게 나의 내향적인 모습이 조금 나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이때즈음 고등학교 친구들이 나에게 너 좀 변한 거 같아,라고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나 스스로가 많이 변화했다, 성장했다라고 느껴진 건 취업 준비를 하면서부터다. 아마 간절함이 나를 변화시켰으리라. 대학 4학년을 마치고 각 회사의 면접 전형을 준비하고, 면접장에서 면접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의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앞에 나가서 벌벌 떨던, 말하기 쉽지 않았던 내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할 말 다하는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지인들에게 면접 보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진심으로 말한 게 나다. 그 이후에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취업을 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또 다른 나의 변화와 성장은 지속되었다. 3년 동안의 회사생활에서 나는 자기 할 말은 하고 또 똑 부러지게 발표도 하는 그런 사람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성격도 급했고 회사건 밖이건 결정이 느린 건 참을 수 없었다. 참 이상하다. 원래 이런 걸 할 수 없었던 사람인데, 때로는 내가 아닌 연기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내가 내 자아를 가지고 하는 일이니 기분 좋게 내 모습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가고 싶었던 회사로 이직을 하고 더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 사람이 변화한다던데 그런 거겠지. MBTI의 극 I였던 내가, 평생 E를 부러워했던 내가, 그러다가 어느 날 직장 동료와 검사를 했더니 I가 아니라 E가 나왔다. 이상하지만 기분이 꽤 좋았던 것 같다.


퇴사를 하고 대학원에 오자 내 MBTI는 다시 I가 나왔다. 아마 회사 내에서 동료들과 해봤던 그 테스트에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선택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제는 I여도 좋다. 내향적인 나라도 좋다. 내향적이어도, 예전처럼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많이 성장함이 느껴진다. 나의 기본적인 성향은 변함이 없다. 성장하고 변화해 왔지만 변함없는 그 무언가 내 중심에 있다. 그렇게 싫었던 그게 지금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거 같기도 하다. 사람은 노력 끝에 성취하게 되면 성장하게 되고 또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가끔 다른 사람에 비해 난 너무나 부족한 거 같아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이만큼이나 성장했다. 활발하지도 않고 다이내믹하지도 않아 누군가는 아직도 조용하다고 볼지 몰라도 나 스스로가 이만하면 됐다. 이젠 마냥 착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지만 이랬든 저랬든 지금의 내가 딱 괜찮다. 딱 나인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나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걸. 그리고 나는 적어도 그 앞에선 수다쟁이 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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