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 대학입시를 위한 영어공부,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업을 위해 토익 성적을 올리기 위한 영어, 그리고 대학원에 가기 위해 텝스 점수가 필요한 탓에 했던 영어공부,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영어공부가 아니었다. 그저 어떤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보여줘야 할 증서 같은 것을 받기 위한 시험공부였다. 참 다시 생각해도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현실은 속상하다. 가장 두뇌활동이 활발하고 빠를 시기에 했던 영어 같지 않은 영어공부로 인해 나뿐 아니라 많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성인들이 오랜 영어교육기간에 비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능력이 현저히 낮고 이로 인해 영어울렁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전문직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도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또 직장도 퇴직을 했으며 둘째가 이제 두 돌이 다 되어가고 있어 숨을 고를 여유가 생긴 육아맘이기에 더 이상 어떤 특정 시험을 위해서가 아닌, 영어를 잘 말하고 듣기 위한 언어로서의 '진짜 영어' , 내가 하고 싶은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결혼을 한 이후 첫 아이가 태어나고 만 4년이란 시간 동안 처음 맡은 엄마와 아내라는 위치가 힘들고 버거워서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음에도 이러다 시간만 흘러갈 것이란 생각에 단 한 가지, 영어 하나만이라도 마스터해보자 생각했었다. 다시 그 시기로 돌아가 하루하루의 시점을 들여다본다면 정신없고 잠도 마음대로 잘 수 없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없는 상황인걸 알지만 그 시기를 다 겪고 난 지금 든 생각은 그래도 그때 그 시간을 쪼개서 힘든 시간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많이 들긴 하다.
영어를 마스터하고 싶은 이유..
외국을 여행할 때 가뜩이나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언어가 장벽이 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고, 한국에서는 특히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큰 장점이 될 수 있고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고, 아이가 우리말을 배우듯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서이다. 내가 잘하고 싶기도 하고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다는 것, 간단하게 말하면 이것이 나의 이유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내게 영어를 위해서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삶의 의지가 되는 책이었다.
현직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의 공보의 시절부터 시작한 진짜 영어공부에 대한 경험과 실력 향상을 위한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진짜 영어" "언어로서의 영어"를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받지 않고도 한국에서 외국인만큼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들은 그동안 많이 있었지만 읽을 땐 끄덕끄덕하면서도 실전에 옮겨지지 않았다.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마도 지금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나의 영어가 늘고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실력의 상태에서 영어를 다시 시작하였고 '모닝스페셜'을 통해 영어부분만을 녹음하여 듣기와 받아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모르는 단어를 들리는 대로 적은 후 찾아보며 익혔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학습을 통해 우리 뇌는 뇌 신경간에 새롭게 신경회로를 이루게 되고 이것의 반복된 사용이 신경전달 속도의 향상하여 우리 뇌의 정보처리 속도를 향상한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을 품었던 내게 해답이 된 것이다. 오늘의 학습이 나의 뇌에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 여기며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드는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것이 이 책이 다른 영어 관련 서적과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독해와 문법에 치중하는 우리의 영어교육 현실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청취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문법으로 뇌의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어뇌를 만들려면 문법, 독해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듣고, 반복하고, 말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나 영어울렁증을 벗어나 용감하게 영어와 마주할 것을 강조한다.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국가의 영어 다양한 원어민의 영어를 들으면서 말이다.
각 챕터에서 분류된 소 챕터의 처음은 영어 명언이 나오는데 이 또한 심리적인 자극과 격려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실수담, 경험담, 노력 노하우 등을 소개하며 전공분야인 우리의 '뇌'의 활성화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의전에 너무 가고 싶어 공부했던 내게는 더욱더 흥미로웠다. 후반부에 나오는 뇌의 리모델링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나이를 핑계로 할 수 없다거나 늦었다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고 Mind-sight를 형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를 끊임없이 활성화시키면서 영어뇌뿐 아니라 삶의 활성화를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영어뇌를 만드는 법 그 이상의 것을 준다.
나도 했고, 너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책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스스로의 뇌를 딱딱하게 만들어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매개체로 하여 우리에게 살아 숨 쉬는 뇌를 만들 것을 마음으로 전하는 책이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며 소중한 시간을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쉽게 흘려보내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저자의, 많은 이들이 죽는 그날까지 활성화된 뇌로 아깝지 않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