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5 따뜻한 쥬스가 맛있다.

by 김군


너 뭐하고 있는 거야?

야영할 곳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내게 그녀는 이렇게 묻고는 또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 잠깐 기다려봐."

잡화점의 그녀는 짧은 말을 남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나는 평소와 달리 일찍 주행을 마치고, 리치주스를 마시며 야영할 곳을 찾고 있었다.


아까 그렇게 잡화점의 그녀가 가게로 들어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혼자가 아닌, 아버지와 함께였다. 그 아버지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한껏 반가운 질문으로 보통의 인사를 생략했다.


"야영지 찾는다고?"
"네. 혹시 여기에 괜찮은 곳 있나요?"
"글쎄...... 그래, 저기 우리 아버지가 사시는 곳인데 저기서 잘래?"

아버지는 뒤쪽 집을 가리키며 그곳 마당의 원두막을 한 번 더 콕 집어 말했다.


"저야 좋죠."
"자, 그럼, 우선 들어와서 씻어, 밥 먹게.
"네!? 아, 네."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들의 친절에 거절할 새도 없이 쭈뼛쭈뼛 딸려들어간 적은, 전에도 사실 여러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넘치는 과잉친절(?)을 예고없이 받을 때면 언제나처럼 생경한 느낌에 깜짝깜짝 놀라는 나였다.



나라면 우리나라에 온 이방인을 저렇게 쉽게 들일 수 있을까?


그들의 집에서 종종 시간을 보낼 때면 으레 일어나는 일이 바로 정전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그들에겐 꽤나 자연스러웠는지, 놀라는 기색없이 손전등이나 촛불로 어두워진 공간을 금세 채워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비단 가정집뿐 아니라 상점도 똑같았다.


"여기 시원한 음료 있어요?"

쌩쌩 돌아가는 냉장고를 찾으러 몇 군데 상점을 둘러봐야는 건 이제 아무 일도 아니었다.

소를 숭배하는 네팔에선 가끔 '소'님도 가게를 찾는다.
위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하나 건너면 똑같은 잡화점들의 즐비하다. 어떤 곳은 잡화점이 세개나 연달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원한 음료가 없는 걸 알고 터벅터벅 자전거로 돌아갈 때면, 가게 주인들은 매번 다른 가게를 가리키며 그곳에 시원한 음료가 있을 거라 일러줬다. (건물 별로 정전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마을 주민들은 대강 다른 곳의 정전이 아닌 시간대를 짐작 하고 있었다. 물론 짐작에 지나지 않아 자주 헛탕을 쳤지만 말이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 웃으면서 다른 가게에 가보라는 일을 겪었을 땐 "네?" 하고 바보같은 얼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왜냐면 내가 배운 상식으로는 그러면 절대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경쟁자이지 결코 협력자가 아니지 않나.


'내가 나쁜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결코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전기뿐 아니라, 물과 기름까지 항상 모자랐고, 일거리도 거의 없어 대부분의 국민들은 해외로 나가서 취업하길 바랐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란 우리는 생각치 않는 '중국'이나 '인도'도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그들의 마음씨는 서로를 위해 넘쳐났고 이방인인 내게도 당연했다.



그들은 경쟁보다 나은
상생의 길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정이 많은 걸까?
나를 반겨준 고마운 식구들


가게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시원한 음료가 있을 지 모를 다른 가게로 향하려던 찰나,

그냥 이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손에는 따스해진 주스를 들고, 손발을 다 써서 주인 아주머니와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히 땀범벅인 상황에서 몸속에 들어가는 뜨뜻한 음료가 맛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러나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왜냐면 그때의 맛없는 주스 맛을 내 혀가 기억하듯,
이날의 행동에서 온 뿌듯함이,
가슴속 깊이 한쪽 구석에 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단행본 '네팔 미얀마 자전거 타고 가봤니?'와 Daum 스토리펀딩에서 연재한 동명의 글을 기초로 재연재 중입니다 ---



본문과 상관없는 자전거여행 팁

Q. 자전거를 타면 의외로 어떤 것이 필요한 가요?
A. 자전거를 타면 땀이 비오듯 옵니다. 그래서 땀이 눈에 들어가 시야를 가리기도 하는데 그때 땀을 흡수하는 손목보호대나, 헤어밴드가 있다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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