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헌책방, 구들 책방
함덕 해변을 걷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좋아하는 색을 만났다.
샛노랗게 색칠된 벽,
빨간 동그라미 안에 그려 놓은 ‘책’이라는 글씨,
옅은 갈색 간판에 보이는 나이테,
유리문 틈 사이로 내비친 분홍 커튼,
그리고 가게 앞을 지키는 초록의 나무까지.
어울릴 듯 말듯한 색들의 조합이 예쁘게 보였다.
밖으로 흘러나오는 따스한 불빛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공간을 둘러싸는 책 냄새에 나도 모르게 편안해졌다.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다 한 자리에 모인 책들.
짧고도 긴 세월 속에 저마다 품고 있을 사연들이
궁금해졌다.
책 장 앞에 한참을 쭈그려 앉아 겨우 고른 책 한 권.
적어도 10년은 지난 듯한 바래진 종이 위의 이야기들은 세월이 무색하게 그저 새롭기만 하다.
이 곳에 오고 나서 다시 붙여졌을 가격표,
단 돈 3천5백 원.
아주 저렴한 값에 귀한 책 한 권을 샀다.
덤으로 지난 시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