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상의 기록
오늘은 정말이지, 마음이 이상한 날이었다. 비록 남이지만 좋은 배우라 생각했던 한 사람의 비보가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비자림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그리고 자기 전에도. 인스타는 온통 그의 추모를 잇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대사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남은 가족들을 생각해, 조금만 더 버티지. 그 생각을 하다가도 그가 당했을 수모와 고통에 대해 생각하니 나라도 그 선택을 했지 싶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그 사람이라고 몰랐을까. 오죽하면 유서에 이 선택밖에 없다고 남겼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힘든 시기도 조금은 흐릿해질 텐데. 드라마 대사처럼 그를 따스히 맞아줄 누군가가, 응원이 없었을까. 왜 그의 곁에 아무 말 없이 안아줄 누군가가 없었을까.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보지 못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어떡하나 이젠 볼 때마다 마음이 저려 보지 못할 것만 같다. 너무나도 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우리 사회에 진짜 어른은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 것 같은 이 현실이 슬퍼서.
그리고 또 아무렇지 않게 남은 이들은 살아가겠지. 누군가가 세상을 등지고 영영 못 본다 해도, 세상은 그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흘러갈 테니깐. 그래야만 하니깐. 그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또 울고 때로는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 견디겠지.
그 반복된 삶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까. 아님 어떠한 감정에도 무딘 사람이 될까. 고맙다는 말도, 힘내라는 말도 그 말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질까 봐. 진심이 혹은 진실이 무기력해져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까 봐. 마음이 무겁고 쉬이 잠이 오지 않은 밤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in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