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쾅쾅 북소리
처음으로 심장소리 듣는 날!
단축근무로 4시에 퇴근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로 갔다. 5시 예약을 해놓았는데, 남편이 5시 퇴근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와 심장소리를 같이 듣기로 했다. 마침 택시기사님도 양아치처럼(?) 빈 공간을 쇽쇽 들어가 막힘 없이 운전해 주신 덕분에 10분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 월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대기도 많이 없어서 5시 전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편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결국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아기 잘 있나 볼까요?"
7주 차. 아기가 잘 있는지 심장은 잘 뛰는지 너무 궁금한 순간. 이제 굴욕의자의 수치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음, 잘 있네요. 심장소리 한번 들어볼까요?"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태아에게 두근두근 뛰는 작은 심장이 보였고, 웅장한 북소리와 같은 심장소리도 함께 들렸다. 보통 첫 심장소리를 들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데, 남편이 없이 혼자여서 그런 건지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애매하게 감동적인 것 같으면서 '우와..' 밖에 할 말이 없고, 내 뱃속에 이런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고 다른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더 들었을 뿐.
태아가 심장이 뛰는 걸 확인하니 병원에서 산모수첩을 주었다. 그리고 초음파 진료 영상을 녹화하여 어플로 다시 확인 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까지 신청해서 받았다. 함께 진료를 보지 못한 남편에게도 들려줘야하니까!
나는 아기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스스로 심장을 만들어내다니! 임신은 정말 신비하고 경이롭다. 이제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통해 팔다리가 자라고 귀여운 눈코입이 완성되어 가겠지? 심장이 뛰는 순간을 확인했을 때보다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기대가 되는 건 정말로 실감 나지 않아서인 듯하다. 작지만 강한 심장이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여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더 이상의 신비한 경험이 있을까?
다음 진료는 3주 후, 10주 차에 만나는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