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30평대 브랜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지인이 있다. 이 지인은 딸이 한 명 있는데 돌잔치를 신라호텔 팔선에서 치렀다. 돌잔치로 천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고 한다. 음식점 비용뿐만 아니라 스냅, 한복, 돌상 등등 고급스럽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다 보니 이 정도 들었다는 것이다.
‘천만 원이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지인은 한 번뿐인 돌잔치이니 연초 성과급으로 플렉스 했다고 했다. 그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에 들어오지 못해 경기도로 밀려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다'며 욜로 하다 보니 모아둔 돈은 전세금이 전부라고 했다.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 좀 떨어지면 사거나 신혼부부 청약을 노린다고 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 이와 정반대 삶을 살고 있는 A라는 친구가 떠올랐다. A친구의 이야기를 여기다 꺼내보겠다.
A는 2016년도에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은평구에 2억 후반대의 방 2개짜리 20평 아파트를 매매했다. 복도식의 낡은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청약은 언제 될지 모르고 가능성이 적어 빨리 집을 사는 걸 택했다. 그곳에서 2년 반을 살았고 아기도 낳았다.
A 부부는 결혼하고 그 흔한 해외여행도 가지 않았다. 외식도 거의 안 했다. 정말 생존에 필요한 지출 외에는 절약하고 또 절약해 맞벌이를 하며 1년 반 만에 1억 원 가까이를 모았다. 2년 반 후 은평구의 집을 팔고 그동안 모았던 돈과 대출을 받아 성북구에 위치한 30평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기에게 입히는 옷은 선물 받거나 주변에서 물려받은 옷을 주로 입혔다. 전집도 구입하지 않았다. 전부 아파트 주민이나 주변에서 얻은 책을 읽혔다. 전집의 권수가 빠진 경우도 있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 읽어주고 다양하게 읽혀 아기가 지금도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그 흔한 키즈카페도 가지 않았다. 대신 주변 공원을 산책하거나 복합쇼핑몰에 가서 새로운 볼거리들을 구경시켜줬다. 다만 아기가 어릴 때부터 이유식은 좋은 식재료로 만들어 먹이는 등 먹는 건 신경을 썼다. 아기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음료 부분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월급을 모으다 보니 목돈이 불어났다. 그 사이 집값도 올랐다. 성북구에서 3년을 살고 매도한 뒤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회사 근처인 마포에 14억 후반대의 40평대 아파트를 매수했다. 결혼한 지 6년 만에 이 부부의 자산은 2억 후반에서 15억 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최근에 A친구의 초대로 집에 놀러 갔다. 집이 넓어 쾌적했다. 아이는 자신의 놀이방에서 놀다가 거실에서 책 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방 4개에 화장실 2개여서 안방, 서재, 놀이방, 손님방으로 공간 활용하기가 좋아 보였다. 부부와 아이의 얼굴은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평수가 20평도 안 되는 집에서 4 식구에 아기를 돌보러 온 부모님까지 아등바등 살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펑펑 쓰고 집값이 높다고 불평불만하는 동안 누군가는 착실하게 돈을 모아 집을 산다.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대다수 직장인들은 한 번에 12억~15억 하는 집을 사진 못할 것이다. 그저 착실하게 모으고 갈아타며 가족과 함께 '더 좋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는 늙고 시간은 빠른 속도로 흐른다. 어영부영 넋 놓고 있다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월급쟁이 노동소득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짧다.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무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