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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유월 May 03. 2022

타워팰리스 전세 살던 전문직 부부는 왜 이혼했을까

남자는 변호사였고, 여자는 페이닥터였다. 둘은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은 타워팰리스에서 전세로 시작했다. 남부러울 게 없던 부부였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엄친아, 금수저 등 그들이 갖고 있던 수식어였다. 주변 사람들은 ‘역시 선남선녀에 잘난 사람 끼리끼리 결혼한다’며 이들을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결혼한 지 8년 만에 이혼했다. 보수적이었던 남자와 자유로운 여자는 사고방식이 달라 서로에게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 결혼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이혼의 결정타는 집 문제였다. 아내는 타워팰리스를 사자고 했지만 남편은 ‘대출이 싫다. 돈을 더 모아서 사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9억 전세금에 두 부부가 대출을 최대한 일으키면 타워팰리스를 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때 집 가진 사람들을 조롱하던 하우스푸어라는 말 대신 전세난민, 벼락 거지 등 집 없는 사람들을 향한 조롱이 시작됐다.


두 부부는 자신들이 가진 돈으로 더 이상 타워팰리스에 전세로 살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둘의 생활습관은 이미 ‘부자’에 가까웠다. 비싼 동네에 살며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먹고, 호텔에서 여가를 즐기고, 돈이 생기면 명품을 사고,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 전세금만 쥐고 있었을 뿐이었다.

부자처럼 보이고, 부자가 될 가능성이 꽤나 높았던 두 사람은 전세를 전전하다 벼락 거지가 된 것이다. 결국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했다. 둘은 그렇게 갈라섰다. 남자는 현재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주변에 부자처럼 보이는데, 실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꽤 많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지만, 재테크에 실패해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다. SNS에서도 자신의 매달 소득을 전부 소비하며 부를 과시하지만, 정작 집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당장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상황 파악 못하고 자신의 연봉만 믿고 돈을 펑펑 써댄다.

최근 삼성동 동네 미용실의 미용사가 이런 말을 했다.

“굉장히 옷을 부티나게 입고 다니는데 저기 빌라에 월세 사는 여자가 있어요. 생김새도 예뻐요. 전세 살다가 결국 최근에 월세로 바꿨다네요. 월세 감당하느라 빠듯한가 봐요.


그런데 삼성동에만 집이 두 채인 사모님이 있는데 옷차림이 항상 수수해요. 그런 걸 보면서 겉모습만 보고는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부자처럼 보이면 뭘 하나요, 월세 사는데…”​


돈이 많아도 무분별한 소비 앞에서 장사 없다.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 말고 진짜 부자가 되라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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