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한범 Jul 25. 2018

서막, 플렌 A

그린피스 항해사 썰 #7

 “Arctic Sunrise호, 노르웨이 해양경찰입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멀미와 함께했던 항해가 거의 끝난 후, 노르웨이 영해로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노르웨이 해양경찰의 무전이었다. 실제 상선이나 어선에서도, 타국의 영해로 들어가면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 흔히 묻는 질문들이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언제 어디로 가는지, 사람은 몇 명 승선하고 있는지 등 일반적인 것들을 대답을 해 주었다.

 “추후 일정이 어떻게 되고, 왜 노르웨이로 들어오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는 해양경찰의 배는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해양경찰배를 봤을 때, 그 배의 항해사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순간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였다.

 

 그린피스는 비폭력적이고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단체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행동으로 인해, 우리가 가는 곳에는 우리를 '트러블 메이커'라고 생각하는 해군이나 해양경찰이 꽤나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렇게, 노르웨이에서의 첫 여정부터 해양경찰과 함께 하였고, 그 당시 당직이었던 나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얻기 위해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새벽이라서 자고 있는 선장님을 깨우기도 마음에 약간 걸리는 시간... 나는 어디까지 대답해야 하고 어디까지 대답하지 말아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나는 문뜩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이렇게 해보고 안되면 선장님을 깨우자.’


 “어… 다시 말해줄래?”

 “음… 잘 모르겠어…”

 더욱더 강력한 한국식 발음으로 대답하며, 때론 못 알아듣는다고 말을 했고, 몇 마디 더 이야기하려던 해양경찰은 답답했던지 노르웨이에 온 걸 환영한다고 인사를 하며 목적지까지 조심히 가라고 조심해서 가라고 인사를 해 주었다. 나의 이 발음을 써먹을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노르웨이 최 북단에 위치한 작은 항구인 ‘Tromsø’(토롬소)에 도착하였다.

 짧지만 길게 느껴진 항해를 마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비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타깃에게 전달해 줄 작은 선물도 배에 실었다. 그리고 이번 플렌 A를 위해,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에 출연했던 ‘루시 로리스’도 승선을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할리우드 스타였다.


북쪽땅 끝의 항구, Tromsø

 그리고 찾아온 오랜만의 육지에서의 주말, 당직자를 제외한 선원들은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짧은 여행도 다니며, 개인적으로 준비를 하였다.

 나와 나의 당직 파트너인 ‘알레’는 눈 덮인 산으로 산책을 하고, 오후 6시면 대부분의 가게가 닫아버리는 마을을 구경하며 주말을 보냈다. 긴 멀미를 하고 난 후의 육상에서의 주말이라서 그런지 배로 빨리 복귀하기가 싫었고, 우리는 곳곳을 샅샅이 뒤지며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북쪽땅이 끝나는 곳에서, 태어나서 처음 눈을 본 알래

 

 주말을 마친 후,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Arctic Oil(북극지방 석유 시추)’을 막기 위하여 극지방의 석유시추선을 향하여 출항하였다.

 가는 도중, 석유시추선에 대응하여 ‘NVDA(Non-Violent Direct Action) 비폭력 직접행동’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였다.

 스피드 보트(Rhib)에 적응하기 위하여 안전하게 타는 법, 안전거리 유지 등을 익혔고, 미디어에 주로 노출이 될 사람들은 거기에 맞는 미디어 트레이닝도 받았다.

보트 훈련

 또한 카약을 탈 사람들, 수영을 할 사람들 또한 거기에 맞는 효율적인 활동 방법과, 안전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배너(현수막)도 만들어 준비하였다.

 마지막으로, 해야 될 것과 말아야 할 것, 최악의 상황의 경우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하여 선원 및 활동가들의 이해를 위한 ’Legal briefing(법적 자문)’까지 받고 나서야 겨우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의 성실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 같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며 우리는 북으로, 북으로 전진하였고, 북위 73도 39분, 저 멀리 자욱한 안개와 수평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석유시추선 ‘Songa Enabler호’의 어두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망원경에 비친 석유 시추선 'Songa Enabler'

 넓은 바렌츠 해의 한 점에서 드디어 찾아냈다는 감격과 함께, 선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발견했다는 것을 알린 후, 우리는 수 읽기에 돌입하기 위해 속도를 낮춘 후,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배를 세웠다. 그리고 선원들, 캠페이너, 카메라맨 그리고 기자들에게 알리고, 우리는 플랜 A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검은 무언가가 우리 배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긴장하며 망원경을 들고 다시 그 검은 물체들을 보았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돌고래 때'였다. 그리고 나는 선내 방송으로 전달하였다. "전방에 돌고래, 돌고래, 돌고래 가족들이 있어요."라고.

 그러자 그 바쁜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잠시 멈추고 갑판으로 나와서 그 돌고래 때를 구경하러 왔다. 카메라맨은 사진을 찍고, 기자들은 이 부근의 자연환경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꽤 많은 'Arctic Birds(극지방 새들)'도 돌고래를 따라왔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운 지역 안에,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같은 석유시추선 사고가 난다면... 이 모든 생물들은 생태계를 잃고, 곧 삶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 캠페인을 꼭 이루어 내야 된다는 하나의 마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바렌츠해에서 우리배를 따라온 돌고래들


 모든 준비가 마친 뒤, 우리는 무전으로 Songa Enabler호에게 '평화적 항의(Peaceful protest)'를 개시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첫 보트를 띄웠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쿠키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HpHxA-9CVM

매거진의 이전글 멀미, 그리고 세탁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