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항해사 썰 #9
"류, 이제 마지막 캠페인을 위한 항로 준비를 시작하자."
선장님의 지시에 따라, 다시 석유시추선 'Songa Enabler호'로 가기 위한 항로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준비를 하는 도중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석유시추선에서 캠페인을 마친 뒤, 어디로 돌아가게 우리 항로를 만들까요?"
이 질문에 새로운 남아공 선장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선은 가는 것까지만 준비해 줘, 언제 어디로 돌아오는지는 아직 미정이야."
이제까지는 모든 것이 계획에 의해서, 짜인 스케줄에 의해서 움직여 왔지만, 이 여정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끝'이 명확하지 않았다. '배수의 진'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실제로 이 여정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그 아무도 몰랐다.
이렇게 약간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음 항해를 준비하였다.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이라서, 준비를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배에 승선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캠페인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하나, 둘 준비를 시작하였다.
준비가 끝난 후, 우리는 노르웨이에서의 기약 없는 마지막 밤을 보내고, 조촐한 파티를 한 뒤 내일을 위해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육상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계류삭(mooring line)을 제거한 뒤, 드디어 출항을 하였다.
다행히 가는 동안의 날씨는 매우 좋았고, 우리는 가는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디어팀들은 여전히 우리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사진과 비디오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을 작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선원들은 실제 액선이 시작되었을 때, 모든 것들이 이상 없이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특히, 엔지니어들과 캠패이너들은, 석유시추선을 위한 우리의 크지만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데 집중을 하였다.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커다란 지구본을 제작하여, 그 지구본에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메시지를 적은 후, 메시지를 담은 지구 모형을 석유시추선에 직접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에 제작된 지구본이 크기가 적절하지 않고 이동시키는데 애를 먹어, 선박의 엔지니어들과 용접공이 다시 계산을 하여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고, 우리는 'Songa Enabler호'로 가는 길에 메시지를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옮겨 적었다.
마지막 선물까지 준비한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고, 석유시추선과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백야현상으로 해가지지 않은 바렌츠 해에서, 모든 사람들이 잠든 새벽 당직 시간에 평온한 바다를 항해하는 그 순간은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현재의 평안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평안한 새벽 당직이 끝날 때쯤, 나의 견시원인 '알레'가 말하였다.
"우리 다시 도착한 거 같다. 저기 보인다."
그리고 나는 망원경과 레이다, 배의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석유시추선을 확인하였고, 다시 우리가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장님에게 전화를 하였다.
"We are here, Captain."
그렇게 우리는 엔진을 정지하였고, 배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렸고, 보트를 띄움으로써 끝을 알 수 없는 이 캠페인을 착수하였다.
우리 활동의 첫날은 지난번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석유 시추중단을 요구하고, 우리 메시지를 라디오로 알리며 주변 생태계를 조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석유시추선으로부터 적절한 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날은 짙은 안개가 끼였다. 채 50미터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이 캠페인을 계속 진행하고자 하였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이 날의 활동은 궂은 날씨를 원망하며, 빨리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내일의 날씨가 다시 좋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믿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최고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트와 카약을 띄워 활동을 할 만큼 날씨가 좋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활동 도중,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하여, 500미터라고 설정된 '안전구역'안으로 들어가기로 선장님이 최종 결정하였다.
"Songa Enabler, Songa Enabler, Arctic Sunrise입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Peaceful protest를 시작하겠습니다. 바다에서의 평화적 시위는 '항해의 자유'와 관련되어, 합법적인 것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안전구역'이라고 정해져 있는 500미터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석유시추선에게 통신을 하면서, 활동가들은 고무보트와 카약을 타고 우리가 준비한 메시지와 함께 석유시추선으로 접근하기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메시지가 담긴 지구본을 석유시추선의 앵카 체인에 묶어 전달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석유시추선의 활동을 방해하며,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그 앞에서 '존버'를 하기 시작하였다. 바렌츠 해의 바다는 차가웠으며, 우리는 교대로 카약을 탔다. 몸을 녹이기 위해 한 번씩 Arctic Sunrise호로 귀환한 사람들의 입술은 파랬다. 항상 배안의 사우나를 켜 놓았고, 몸을 녹이기 위한 사람들을 즉시 사우나 안으로 집어넣었다.
항해, 보트, 카누, 수영하는 사람들, 무전, 미디어 작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 해 내고 있었고,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나는 레이다에서 어떤 흐릿한 한 물체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을 포착하였다. 일반 선박보다는 훨씬 빠른 배였다.
"선장님, 이거 한번 봐야 할 것 같아요. 뭐가 하나 오고 있어요."
선장님은 대답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긴장해야 할 때야. 아마 해양경찰배가 오고 있는 거 같네."
우리는 그렇게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