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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범 Jul 11. 2019

휴식, 덱사 해변에서의 낮잠.

그린피스 항해사 썰#11

 우리 배의 임무는 그렇게 일단락이 되어 노르웨이 Tromsø에서 대부분의 캠페이너들, 미디어 관련 사람들이 하선을 하였고, 배의 선원들 또한 몇몇 교대되었다.

 나의 계약 기간은 아직 2주일 정도가 더 남아서, 선박 수리를 위해 네덜란드로 돌아와, 처음 승선했던 Delfzijl에서 하선을 할 예정이었다. 이번 계약의 마지막 항해였다.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마지막까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노르웨이의 피오로드를 따라 항해하는 것을 계획 세운 뒤, 우리는 다시 네덜란드로 향하였다.

Delfzijl로 돌아가는 길

 가파른 피오로드 사이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홀가분했고, 긴 여정의 마무리에 어울릴 만한 절경이었다.

 이제 멀미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피오로드, 사진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했던 캠페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다음에 가질 캠페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한 각자의 휴가들을 어떻게 보낼지도 이야기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주일 정도가 지났고, 우리는 다시 이 여정을 시작했던 Delfzijl, Netherland에 도착을 하였다.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이 한적한 작은 마을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푸른 들판에 양들은 풀을 뜯고 있었고, 녹슬고 작은 조선소에 우리는 배를 묶어두기 위해 밧줄을 걸었다.

밧줄 잡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선원. 정확히는 쥐가 못내려가게 하는 '렛 가드'를 설치하고 있다.

 그렇게 배를 정박시키고 나서, 나를 포함한 몇몇 동료들은 맨발로 땅을 밟고, 잔디밭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양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오랜 항해와 캠페인 그리고 여러 가지 위험했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누구 하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대학생 시절 해양문학 시간에 대부분 졸았지만,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만큼은 기억이 난다. 10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게 산전수전을 겪으며 겨우겨우 고향 '이타카'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가장 먼저 한일은 '덱사 해변'이라는 곳에서 아기처럼 편안하게 낮잠을 잔 일이었다.


 이때 나의 낮잠도 '그 낮잠'과 비슷했던 거 같다. 나중에 누군가가 평온한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라고 면, 이때 이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Delfzijl 조선소 앞의 풀밭, 나를 위한 쉼터였다. (양 똥을 조심해야 된다.)

 그렇게 정박을 하고, 나의 나머지 시간들은 선박 정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대부분의 선원들이 차례차례 교대되었고, 드디어 나의 교대자도 도착을 하였다. 서로 경력이 있는 이등항해사라서, 그다지 인계할 것이 많지 않아 짧은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 후, 남아있는 선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공식적으로 하선을 하였다. 24시간 정도 되는 퇴근길을 위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고, 집으로 돌아왔다.

Delfzijl에서 Amsterdam공항으로 가는 기차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3개월이었지만, 이것으로 인해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그 사람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쿠키영상 (유료 in youtube...)

 저와 함께 승선한'내셔널지오그래픽'팀이 영상으로 담아 만든 '미드'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편집하여 미드 'Mars Season 2 - Episode2, Worlds apart'로 만들었습니다.

 (잠깐 제모습도 2회 정도 나옵니다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gxEJO4Scrvg&list=ELioScNzQKhnLeSgM08YT_qA&index=3&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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