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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범 Jul 16. 2019

올라, Hola 그란드 카나리아

그린피스 항해사 썰#13

 그렇게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휴가를 뒤로하고, 다시 귀국길에 올랐다.


 나는 아직까지 비행기를 보면 설레고, 타는 과정이 즐겁다. 이 비행 설렘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즐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떤 점이 즐겁냐고 묻는다면, 내가 어떤 비행기를 탈까부터 시작해서 기내식도 맛있고, 환승 시에 그 공항들도 재밌다. 특히나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무제한의 술들이 좋다.

  그렇게 나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작은 비행기 한번, 큰 비행기 한번 그리고 다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카나리 섬에 도착을 하였다.

마지막에 탔던 루프트 한자의 작은 비행기. 독특하게 생겼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한 뒤, 달리고 또 달려 드디어 나의 두 번째 배인 Esperanza호에 도착을 하였다.

연돌의 고래그림이 인상적인 나의 두 번째 그린피스 배 Esperanza


 '드디어 왔다.' 배가 저 멀리서 보이면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공항에서 내리고 난 뒤, 배까지 찾아갈 때에는, 마음속에선 '배가 과연 그 자리에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신기하리만큼(?) 배는 역시 그 자리에 있다.


 '이동한다'라는 것은 지구 상의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것이다. 나의 직업 또한 바다에서의 그 길을 찾아 주는 것 이기도 하다. 이렇게 '구글 지도'에 이미 다 표시되어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도 불안하고 설레는데,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은 오죽 설레고 두려웠을까 대략 짐작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험심'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두 번째 여행길, 한국-> 중국-> 독일-> 카나리섬


 그렇게 나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는 하루 일과가 끝나는 5시에 맞춰 도착하였다. 짐은 대충 방에 던져 놓은 뒤, 맥주 한 캔을 들고 인사를 하러 갔다.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고, 얼굴이 익숙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는 사람이 꽤 생겼다는 이유로, 지난번과 비교해 나는 여유롭게 승선 생활을 시작하였다.


 선원들과 인사하던 도중 매우 반가운 얼굴이 나를 격하게 반겨 주었다. 지난번 배에서 나와 같이 당직을 섰던 '알레'였다.

 생각해보니 알레는 스페인 중에서도 여기, 카나리섬에 산다고 했었던 거 같다.

 그는 지금 정식으로 배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여기 와서 도울 것이 있으면 돕고 있다고 하였다.

오후 다섯 시, 일과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준 것은, 지난번 Arctic Sinrise와 비교해서 더 많은 아시아 사람들과, 나 말고 또 다른 한국 사람인 것 같다.

 태국에서 온 갑판원 '팀'과, 필리핀에서 온 요리사 '로니', 솔로몬제도에서 온 '발라' 그리고 한국인 기관사 '김섬균형' 그리고 나까지 총 5명의 아시아 사람이 같이 승선하였다.


 그렇게 나는 저녁을 먹고 배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상을 봤는데, 웃음이 빵 터졌다.

방에 전시된 감동적인 룸 서비스

 누군가가 수건으로 백조를 만들어 놓았다. 꽤 오래 걸린 출근길을 마치고 나서, 호텔에 들어온 기분이기도 하였다. 그 수건을 쓰기가 아까웠던 나는, 수건은 그 자리에 놔두고 새로운 수건을 꺼내어 샤워를 하였다.


 그렇게 나는 편안하고 기분 좋게, 새 배에서의 첫날을 개시하였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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