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면 빠져나올 수 없이 깊어지기만 하니까
생각
어떤 관념에 도달하기 위한 의식적인 정신적 과정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따위의 정신 작용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될 거야”
나도 안다. 나는 생각이 참 많다.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쓸데없는 상상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까지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불안함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꿈도 자주 꾸니 마치 24시간 돌아가는 공장 같달까.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요즘 2030 세대가 정보 과다로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말이 있듯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대체로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뇌가 벌써 해본 듯한 착각을 하여 결국 행동하지 않는 결과를 낳아버린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를 보고서 한 대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모습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퇴사하면 여행 가야지, 공부해야지, 사업해야지 등 다양한 계획은 해놓고서 이제 반년 즈음 접어든 나를 돌아보니 사실상 크게 뭘 했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퇴사한 지 어느덧 5개월째. 지인들은 나에 대해 “행복해 보인다. 자유로워 보인다”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홀로 가고 싶었던 여행은 돈 문제로 인해 접어두었고,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 때문에서라도 아르바이트와 프리랜서의 일을 계속 병행해 왔다. 내가 꿈꿨던 모습과 달라지다 보니 남들의 모습을 나와 비교하며 자존감도 괜히 낮아지고, 미래에 대해 괜히 암울해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중에 나도 모르는 실수를 하게 될 때마다 ‘혹시라도 내가 아르바이트에 잘리면 어쩌지? 피해만 주지말자 제발. 이제 회사를 가기에는 스펙도 없는데. 그렇다고 평생 아르바이트만 할 수도 없는데 말이지…’ 또또 시작이 되었다. 나의 되풀이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인생사가 되면 결국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단순하게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의 시대예보에 맞게 나를 호명하도록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BTS의 “고민 말고 GO!”라는 노래제목처럼 뭐든 가보자.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