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셜, <기후변화의 심리학>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열일곱 번째 책 : <기후변화의 심리학>
이 책은 참 재밌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며, 과학자들이 기후변화가 앞으로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하고 있는데도 왜 어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을까?'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특히 핵 미사일이나 테러, 경제 위기 같은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후변화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현상이 이상하게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거나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심리적 코드를 책으로 풀어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기후변화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크게 부정론자, 회의론자, 불확신자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이 부정하고 회의하고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몇 가지만 꼽아보면 이렇다.
1. 확증 편향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는 주장과 근거를 더 찾아서 듣는 효과가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는 음모다', '환경운동가와 과학자 그리고 정부가 이익을 챙기고자 없는 소문을 만들어낸다'를 뒷받침하는 증거만 골라 듣는다.
2. 최근에는 뉴스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뉴스보다 주변 사람 혹은 자신이 신뢰하는 스피커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3. 기후변화 문제 '방관자 효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기후변화 문제는 집단적 대응을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회적 동조'라는 본능이 있다. 무슨 문제를 인식한 후에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반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즉, 방관자 효과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4.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론자들의 얘기는 당위적이거나, 과학적 증거만 가지고 얘기해왔다. 반대론자들 중에는 과학 자체가 정치적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5. 당위적이라는 점은 재미없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양복 입고 연설하는 사람의 영상을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론자들도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론자들도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내가 놓친 정보는 없는지 파악하고, 말하기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 다른 대응 방식들도 살펴보자면
1. 기후변화가 사람들에게 먼 문제가 아니라 가까운 문제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2. 신뢰할 수 있는 내부 전달자가 장기적 준비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공동의 목적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협력의 가치'를 전해야 한다.
4.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자녀를 위한 더 나은 세상, 건강, 안전, 공동체의 번영 등 우리 사회의 가치와 연결 지어야 한다.
5. 솔직하게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인식해야 하며, 화석연료 시대가 많은 문제를 만들었지만 그동안 인류의 풍요로운 생활에 기여해온 점도 같이 말해야 한다.
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기후변화' 문제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는 점이었다.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그 중요성에 비해 사회에서 많이 얘기되지 못한다. 특히나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더 영향력을 많이 미치는" 탈진실의 시대에 이 책은 각종 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운동뿐 아니라 마케팅의 분야에서도 우리 제품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 참고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절대로 당신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타인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라. 실제로 당신이 뭔가를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은 당신과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이 그것을 싫어할 것이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라는 문장이었다. 결국은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먹히려면 '나' 중심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상대방' 중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