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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Nov 01. 2018

설명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다케우치 가오루,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스물두 번째 책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제목이... 너무 직관적이에요


책의 풀 네임은 <밤을 새워 준비해 혼을 다해 말했더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들었다...>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상황이다. 밤을 새워 준비한 발표였는데, 청중이 발표에 집중도 안 해주고, 하품하거나 핸드폰 보고 듣고는 있지만 눈이 풀려있는 게 보이고. 그러면 다시 위축되고.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준비한 발표 대본에 코를 박고 발표문만 읽어나가고. 발표가 끝났는데 자신감은 박살 나있고.


그런 상황뿐이겠는가. 이런 상황도 있다. 소규모로 대화를 할 때 내가 아는 분야가 나와서 신나게 떠들었더니 친구들의 표정은 안 좋아져 있고, 나는 의아해하고, 다른 친구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고… 그런 슬픈 상황이 제목만 봤을 뿐인데 머릿속에 막 그려진다.

너무 슬픈 상황. 책 제목만 봤는데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진다.


교양인과 교양 바보


이 책은 특히 두 번째 상황을 자주 맞이하는 사람을 두고 ‘교양 바보'라고 말한다. 교양 바보라니.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교양 바보의 반대편에는 교양인이 서있다.


아는 분야를 신나게 말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경청해주고, 너무 재밌어하고, 그 사람 얘기만 듣는데도 내용이 쏙쏙 이해되는 그런 사람. 예를 들어 알쓸신잡 3의 잡학박사들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교양 바보를 교양인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비법을 전수하는 책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양 바보와 교양인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교양인과 교양바보의 차이


그림을 그려준다 / 그림을 못 그려준다


저자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을 핵심으로 생각한다. '상대방의 머리 속'에다 말이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진다면 그 얘기를 해준 사람은 교양인이며, 아무런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교양 바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양 바보는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에게 이야기가 전해졌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전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지식을 뽐내려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양인은 상대방을 배려해 상대방에게 정말 ‘전해졌는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전해질 수 있을지를 알려고 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른 이유로는 교양 바보는 지식을 단순히 ‘외우기’만 할 뿐이며, 교양인은 지식을 나름의 이야기 체계를 만들어 연결시켜 놓는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나 외운 지식을 직접 체험해본 사람은 좀 더 생생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만 미슐랭 가이드를 접한 사람과 직접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곳을 가본 사람의 얘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2장과 3장에서는 교양인과 교양 바보의 말하기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 중 교양인의 말하기 방법은 우리가 익혀야 할 것. 교양 바보의 말하기 방법은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서두에 얘기했던 발표에 서투른 사람이라면 교양 바보의 특징은 피해 가고, 교양인의 특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교양인의 특징 / 교양바보의 특징


좀 더 나은 설명을 위해선 : 어휘, 비판적 사고, 훈련


4장과 5장은 교양인의 말하기와 사고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어휘력과 비판적 사고다. 어휘력이 풍부하면 같은 내용도 더 재밌고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헐 대박!> 보다 <이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엄마 모시고 다시 오고 싶네!>라고 말함으로써 더 생생한 표현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비가 내린다> 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와 같이 의성어 의태어 적절히 쓰기와 같은 방법들도 안내하고 있다. 5장에서는 비판적 사고하기를 안내하고 있다. 통계에 속지 않는 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교양인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랄까.


그리고 6장에서는 훈련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만다라트의 축소판이 아닌가 싶었다. 오타니가 일류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했다는 그 만다라트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의 신년 계획표가 되기도 하고, 밥집 안내도 등이 되기도 했다. 중간(노란 칸)에 핵심 단어를 놓고 다양한 세부목표를 각 귀퉁이(회색 칸)에 적은 다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목표를 다시 적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에 적용해보자. 중심에 설명할 대상을 적고, 각 귀퉁이에는 대상의 세부 특징을 적는다. 그 주변엔 그 특징을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다시 적어본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을 제일 먼저 하면 효과적인 말하기 방법이 된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고, 제일 핵심부터 얘기부터 시작해 인상을 끌 수 있고, 좋은 표현을 찾다 보니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만다라트 표


자기 계발서의 재미


지금까지 읽으면서 어떤 사람들은 에게 다 아는 얘기잖아? 할 수도 있다. 그렇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 뻔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서점에서 금방 훑어볼 수 있는 분량이라 혹자는 13,500원을 주고 사 보기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설명하기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본 적이 없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파편 파편 말하기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그것이 자기 계발서의 재미이자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지향해야 할 어떤 이미지도 생기지 않았나. 교양 바보가 아닌 ‘교양인’이라는 이미지 말이다. 말하기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 한 번쯤 눈길을 줘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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