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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Nov 23. 2018

우리는 왜 협력해야 하는가

로버트 액설로드, <협력의 진화> 리뷰


게임 이론에 심취해있던 때가 있었다. 특히 죄수의 딜레마를 처음 접하고 나서는 모든 국제관계를 죄수의 딜레마로 해석해보곤 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자신의 패를 모두 공유한다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룰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했다. 중국이 다시 동아시아의 황제가 되려고 하고, 일본 역시 탈아입구 정신을 못 버린 상황이 동아시아를 계속 긴장시킨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협력 혹은 배신만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는 패를 숨기다 보니 불신의 벽이 높아 보였다.


만약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딱 한 번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된다면 어떤 전략이 제일 유효할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상황을 가정했다. 다양한 전략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 게임에 참가시켰다. 어떤 전략이 가장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을까를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무조건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플레이어, 협력을 세 번에 한번 정도 해주는 프로그램, 협력과 배신을 번갈아 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이 이 게임에 참여했다.


협력의 진화

이 게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성과를 얻은 프로그램은 바로 팃-포-탯 전략을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팃-포-탯 프로그램이란, 쉽게 말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쓰는 프로그램이다. 조금 더 설명해보면, 상대방의 전략에 따라 내 행동이 달라지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상대방에게 협력을 시도한다. 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다음 게임에서는 배신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협력을 한다면 나도 다음 게임에서는 협력한다. 그런 프로그램의 경우 성과가 제일 좋았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 뒤통수 치며 사는 것보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사실은 제일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1차 대전에서 서로 대립하는 두 세력이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휴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내가 공격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습 공격한다면 우리도 강하게 공격받을 것이다.)  정치 분야에서 양 정당이 서로 하나씩 법안을 주고받는다면 그것도 이런 전략에서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나를 위해서 결국은 남과 협력해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안정적이고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라는 사실은 너무 흥미롭다. 괜히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을 극찬한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단기적인 이익만 생각한다. 상대방과 협력하기보다는 비난하고, 몰락시키고 나의 이익을 더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런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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